한국에서 탈북민 최초로 지역구 국회의원에 당선돼 지난 4년간 의정 생활을 했던 태영호 전 의원이 앞으로 북한 인권과 민주화를 위한 국제 공조 활동에 매진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북한 고위 외교관 출신인 태 전 의원은 6일 VOA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자신이 한국 국회의원으로 당선되고 또 낙선하는 과정을 통해 한국의 우수한 자유 민주주의 선거 체제를 북한 엘리트층에 알릴 수 있었다고 자평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태 전 의원을 인터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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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2016년 한국으로 망명해 불과 4년여 만에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당선되어 4년 동안 의정 생활을 하셨습니다. 지난 22대 총선에서는 서울 구로을에 출마해 고배를 마시기도 했는데요. 그동안 국회에서 북한 주민들을 위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셨는데, 지난 4년간의 의원 활동 소회가 궁금합니다.
태영호) 저는 지난 4년 동안 대한민국에 와서 국회의원이라는 정말 과분한 직책으로 활동했습니다. 탈북민 출신으로서 처음으로 지역구(강남갑) 의원으로 활동하면서 북한 주민들, 특히 엘리트층에게 대한민국이 얼마나 자유 민주주의 지수가 높은 나라인지 알릴 수 있었습니다. 물론 대한민국에 북한 출신들이 오면 모든 상황이 다 쉽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본인만 열심히 한다면 자신이 바라는 바를 이룰 수 있는 사회입니다. 특히 대한민국은 북한과 달리 출신을 보고 차별하거나 여러 가지 제도적인 규제 장치를 만들어서 신분 상승을 막는 나라가 아닙니다. 저처럼 북한의 전직 공직자라고 해도 일단 자유 민주주의 체제를 찾아 오면 정말 공정하게 다른 대한민국 국민과 차별 없이 잘 대해주는 사회라는 것을 북한에 알렸습니다. 이번에 저는 구로을로 지역구를 옮겨 선거에 도전했지만 낙선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제 삶이 실패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낙선했지만 실패로 보지 않는다, 왜 그런가요?
태영호) 왜냐하면 제가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때가 2020년 문재인 정부 때였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과 잘해 보려는 정부였는데 그때 제가 국회의원에 당선됐습니다. 당시 북중 국경에 나와 있던 북한 주민들이나 북한 무역상들이 ‘그거야 뭐 한국 정부나 국정원에서 국회의원 자리 주자면 주는 거 아니냐’ 이런 식으로 많이 얘기했었습니다. 하지만 (남북 관계를 중시하는) 문재인 정부에서 제가 국회의원이 되는 게 달가웠겠습니까? 당연히 아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제가 당선됐습니다. 또 이번 같은 경우에는 지금 윤석열 정부잖아요. 윤석열 정부는 (여당 의원인) 저 같은 사람이 국회의원이 되는 것을 얼마나 바랐겠습니까? 그런데도 제가 보수 정당의 험지라는 데 가서 선거를 열심히 치렀지만 낙선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 이러한 활동이 진정한 민주주의와 선거가 무엇인지를 북한 주민들과 엘리트들에게 정말 잘 보여주는 기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앞으로 북한에서도 우리 대한민국처럼 이렇게 자유민주주의, 일반, 평등, 비밀 투표를 통해 지도자를 뽑는 이런 시스템을 갖는 그날이 꼭 왔으면 좋겠습니다.
기자) 지난 4년 동안 가장 인상적인 경험 혹은 의정 생활을 통해서 개인적으로 얻은 교훈이 있다면 어떤 것을 들 수 있을까요?
태영호) 대단히 아쉬운 게 있습니다. 제가 앞서 국회에 들어갈 때 많은 분들이 북한 인권을 위해서 인권재단 출범과 같은 결과물을 만들어내기를 많이 기대하셨습니다. 그러나 제가 국회에 가서 열심히는 했습니다만 국회를 떠난 지금 와서 돌아보면 아직도 북한인권재단은 발도 떼지 못한 상황에 계속 처해 있습니다. 그래서 후회가 좀 됩니다. 제가 국회의원으로 있을 때 정말 남들처럼 삭발도 하고 1인 피켓 시위도 하고 본회의장에서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이것을 꼭 이뤄야 한다고 좀 더 강력히 목소리를 냈다면 북한인권재단 설립이 더 진전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북한인권재단을 만들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 또 자책감이 있습니다.
기자) 북한 내 인권 상황은 개선이 없거나 지난 팬데믹 기간 더 악화했다고 유엔 인권기구는 평가합니다. 북한 정권이 최근에는 오물풍선까지 대거 한국에 살포했는데, 과거 북한 외교관으로서 여러 나라에 주재했고 또 많은 나라를 방문했던 의원으로서 이런 상황을 어떻게 보는지 궁금합니다.
태영호) 저는 국제사회 또는 우리 한국 정부와 국민들이 북한을 정상 국가로 취급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선의에 기대면 항상 우리가 피해를 보게 돼 있습니다. 북한은 국가라는 구조를 갖추고 있고 국제 공동체인 UN 일원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당국이 주도해 오물풍선에 거름을 담아 상대방 국가에 살포할 수 있습니까? 이는 북한이 얼마나 비정상적인 국가인지를 이번 기회에 다시 명백히 국제사회에 보여준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런 세습 독재자에 대해서 우리 식의 기준으로 판단하거나 선의에 기대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이제 국회를 나오셨는데 앞으로 어떤 계획이 있으신가요?
태영호) 저는 이제 국회의원이 아니기 때문에 좀 더 자유롭게 북한의 민주화와 인권을 위해서 활동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저는 북한 인권을 위한 국제 협력 공조 활동을 더 많이 하려고 합니다. 조만간 미국 워싱턴에 가서 북한 인권과 관련한 국제 세미나에 패널로 참여할 계획입니다. 그 다음으로 제가 유튜브 방송을 많이 하는데요. 제 유튜브 채널 (https://www.youtube.com/@TAE_YONGHO) 구독자 수가 상당합니다. 이런 유튜브를 통해서 우리 한국 국민들에게 안보의식을 고취하고 민족의 동질성 알리는 활동을 많이 하려고 합니다. 지금 북한의 김정은 정권은 (남북한을)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로 만들어서 영원히 통일을 막으려고 하는데 그럴수록 저는 ‘남과 북은 앞으로 꼭 통일돼야 할 같은 민족이고 형제’라는 점을 강조할 생각입니다. 앞으로 한반도가 다시 통일이 되는 그 날을 위해 열심히 노력할 것입니다.
기자) 유튜브 얘기를 하셨는데 한국에 정착한 3만 4천 명이 넘는 탈북민들 가운데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분들이 적지 않고요. 특히 구독자가 수십만 명에 달하는 탈북민들도 꽤 계십니다. 그만큼 북한분들이 말솜씨도 좋고 재치도 있고 저력도 있어서 향후 북한 주민들의 잠재력도 무시해선 안 된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태영호) 해외에 나와 있는 북한 주민들은 지금 우리 탈북민들의 유튜브를 많이 볼 겁니다. 저도 북에 있을 때 많이 봤거든요. 그런데 최근에 보면 이 탈북민들이 유튜브를 더 잘합니다. 정말 수십만 명의 구독자를 갖고 있는 사람도 많고 또 북한 주민들에게 한국의 현실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활동을 잘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앞으로 유튜브 등을 통해서 향후 통일이 됐을 때 남북이 어떤 상황이 될 것인지, 또 북한 사람들도 통일되었을 때 불이익이나 차별을 받지 않고 어떻게 하면 남과 북이 함께 이런 좋은 미래를 그려나갈 수 있을 것인지 등을 알리는 상호 유익을 위한 활동을 더 많이 하려고 합니다.
기자) 끝으로 덧붙이고 싶은 게 있으신가요?
태영호) 앞으로 VOA 같은 방송에서 북한의 민주화와 인권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보도를 더 많이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조금 더 부연하자면, 북한, 특히 김정은 지도부에서는 VOA를 미국의 소리 방송이라고 하는데 김정은도 항상 VOA를 듣고 보고 있습니다. 제가 북한 외무성에 있을 때 시간 단위로 해외 상황을 김정은에게 컴퓨터를 통해서 보고했었습니다. 북한 외교부에는 이와 관련해 여러 팀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CNN 팀이라고 해서 CNN에서 나오는 방송을 듣고 그 자리에서 번역해 서류를 올려 보내는 팀이 있고 또 NHK 팀, 무슨 팀, 이렇게 팀들이 있어요. 그런데 VOA는 한국말로 방송하거든요. 그러니까 한국말로 방송하는 걸 번역할 필요가 없는 것이죠. 방송이 나오면 그대로 타자로 쳐서 그때그때 바로 보고합니다. 그래서 북한의 김정은 정권도 VOA를 항상 듣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의 외무성 외교관들은 VOA의 보도가 나오면 그것을 종잇장으로 시간당 단위로 출력해서 모든 부서에 쭉 배포합니다. 컴퓨터망을 통해서요. 그러면 다 들어가서 그것을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VOA 방송이 북한의 인권 향상과 민주화에 대단히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제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진행자) 지금까지 한국에서 4년간의 의정 생활을 마친 태영호 전 의원으로부터 그동안의 소회와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들어 봤습니다. 인터뷰에 김영권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