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최고법원 영국인 판사 2명 사임 “정치 상황 때문”

홍콩 최고 법원인 종심법원 외경 (자료사진)

홍콩 최고 법원인 종심법원에서 영국인 판사 두 명이 사임했습니다. 이 중에 한 명이 ‘정치 상황’을 이유로 언급해 파문이 일고 있습니다.

홍콩 법무부는 종심법원 비상임 판사인 조너선 섬션 판사와 로런스 콜린스 판사가 사임계를 제출했다고 6일 발표했습니다. 두 사람 모두 영국인이고, 영국 대법관을 지냈습니다.

콜린스 판사는 성명을 통해 “홍콩의 정치 상황 탓에 사임한다”고 밝혔습니다.

섬션 판사는 사임계 제출 관련 현안에 관해 다음 주 성명을 낼 것이라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예고했습니다.

콜린스 판사와 섬션 판사는 각각 2011년과 2019년부터 홍콩 종심법원 비상임 판사로 재임해왔습니다.

◾️ 민주화운동 14명 유죄 판결

영국 공영방송 BBC는 홍콩 법원에서 민주화 운동가 14명에 대해 국가보안법을 적용해 유죄를 선고한 지 한 주 만에 두 판사의 사임 발표가 나온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지난달 30일 홍콩 법원은 국가보안법상 전복 음모 혐의를 적용해 전 입법회 의원 등 14명에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이들은 추후 형량 선고에서 최고 종신형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같은 판결은 지난 2020년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 이후 최대 관련 사건입니다.

총 47명이 기소된 가운데 무죄를 주장한 14명에 유죄가 선고된 것입니다.

◾️외국인 판사 이탈

1997년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된 홍콩은 중국에서 관습법을 채택한 유일한 사법권역으로, 기본법에 따라 해외 판사를 임용할 수 있습니다.

홍콩 정부는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 아래 사법 독립이 지켜지고 있다면서, 대표적 근거로 종심법원에 외국인 판사가 재임하고 있는 것을 꼽아왔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논리는 지난 2020년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에 반발해 로버트 리드 영국 대법원장과 패트릭 하지 영국 대법관이 홍콩 종심법원 비상임에서 물러나면서 흔들렸습니다.

◾️국가보안법 강화

홍콩 국가보안법은 2019년 홍콩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자 중국 정부가 직접 만들어 이듬해 6월 30일부터 시행했습니다.

이후 야권과 시민사회의 주요 인사들이 잇따라 체포·기소됐고, 빈과일보를 비롯한 민주 진영 매체들과 반중국 언론이 폐간됐습니다.

민주화운동 단체와 정치인 등이 자진해서 기구를 해체하고 활동을 중단하는 일도 이어졌습니다.

올해 3월 홍콩 당국은 국가보안법을 더욱 강화하고 구체화한 법률을 입법회를 거쳐 제정·발효시켰습니다.

VOA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