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발발 74주년] “한국전쟁 중요성 갈수록 커져…참전의 긍정적 기여 부각”

전미사회역사교사연합회(NCSS) 소속 교육자 33명이 한국국제교류재단의 후원으로 한국을 방문해 24일 청와대 앞에서 기념 촬영을 했다. 사진 = 한종우 이사장 제공

미국 교육 현장에서 한국전쟁의 의미를 새롭게 조명하는 시도가 늘고 있습니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한국의 발전상은 미국의 참전의 긍정적 영향을 학생들에게 보여주는 좋은 사례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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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발발 74주년] “한국전쟁 중요성 갈수록 커져…참전의 긍정적 기여 부각”

미국에서 한국전쟁은 오랫동안 ‘잊힌 전쟁(Forgotten War)’으로 불렸습니다.

세계적인 규모로 국민적 관심을 받았던 2차 세계대전과 달리 냉전 초기에 발생한 한국전쟁은 미국인들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지 못했습니다.

미 학자들은 2차 세계대전에 따른 전쟁 피로감과 장기적인 교착상태, 뚜렷한 승자나 패자 없이 전쟁이 정전협정으로 중단되면서 대중의 관심도가 떨어진 점을 이유로 지적해 왔습니다.

세계역사디지털교육재단의 한종우 이사장

미국의 민간단체로 미 역사와 사회 교사들에게 한국전쟁 자료집을 제공하는 세계역사디지털교육재단의 한종우 이사장은 이런 낮은 관심도가 교육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합니다.

[녹취: 한종우 이사장] “2차 대전 때는 군인뿐 아니라 미국의 전 시민이 동원돼 군인들을 지원하는 전시 체제를 운영했고 그들이 싸운 곳이 자기들 조상이 온 유럽이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다 알았습니다. 그러나 5년 뒤 또 전쟁이 일어났는데 한국이에요. 군인들도 학교 다닐 때 한국에 대해 배운 적이 없고..미국의 역사 교과서에선 한국전쟁을 내실 있게 가르치는 기반이 마련돼 있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시간이 갈수록 한국전쟁의 의미를 새롭게 조명하는 시도가 교육 현장에서 늘고 있다고 미국의 전미사회역사교사연합회(NCSS) 소속 교사들은 말합니다.

미국 중서부 켄터키주의 듀폰 매뉴얼(DuPont Manual High School)에서 인문 지리학을 가르치는 교사 앨리슨 시솔 씨.

미국 중서부 켄터키주의 듀폰 매뉴얼(DuPont Manual High School)에서 인문 지리학을 가르치는 교사 앨리슨 시솔 씨는 24일 VOA에 “한국전쟁의 중요성이 확실히 커졌다”면서 “이는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시솔 교사] “I think that the significance of the Korean War has definitely increased, which is unusual. Oftentimes, as we move away from an event, it becomes less significant to us. But in this case, I think you see an important exception where the war's significance has arguably increased over time.”

시솔 교사는 “흔히 어떤 사건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그 사건의 중요성이 줄어드는 경우가 많지만 한국전쟁의 경우는 시간이 지나면서 전쟁의 중요성이 오히려 커진 중요한 예외”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그 이유로 “한강의 기적과 급속한 경제 성장”을 지적했습니다. 한국이 “전쟁을 겪으면서 급속한 민주화와 산업화가 이루어졌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녹취: 시솔 교사] “Well, I think, obviously, you have the miracle on the Han River and the rapid economic transformation which is really second to none. And so understanding that out of war came this rapid democratization and industrialization, I believe, is key.”

시솔 교사는 특히 전쟁으로 폐허가 된 한국이 엄청난 성장을 이루는 과정은 서구 중심의 전통적인 발전 모델과 비교할 수 있는 흥미로운 주제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한국은 과거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던 수혜국에서 다른 나라를 돕는 공여국으로 발전한 세계 유일의 국가로 꼽힙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한국은 1953년 정전협정 당시 국내총생산(GDP)이 13억 달러에 불과한 세계 최빈국 중 하나였지만 지난 2022년에는 GDP가 1조 6천643억 달러로 1천 300배 증가했습니다.

미국 뉴욕주의 웹스터토머스 고등학교에서 사회 과목을 가르치는 그레그 올퀘스트 교사

미국 뉴욕주의 웹스터토머스 고등학교에서 사회 과목을 가르치는 그레그 올퀘스트 교사는 한국의 산업화와 민주화는 “학생들이 배우고 고민해야 할 독특한 사례”라고 강조합니다. 한국전쟁은 “미국이 분쟁에 기여한 긍정적 방식과 그 장기적인 긍정적인 영향을 학생들이 볼 수 있는 중요한 비교 사례”란 설명입니다.

[녹취: 올퀘스트 교사] “I think it's an important comparative example so that students can see the positive ways that the United States has contributed to a conflict and the positive longer-term effects. But I think in America, and especially in the education system, it is often compared to the Vietnam War. In that way, I think it stands in contrast to the Vietnam War, especially when we see Korea's model of miraculous economic development that followed.”

올퀘스트 교사는 특히 미국의 교육 시스템에선 한국전쟁을 베트남 전쟁과 자주 비교한다며 기적적인 경제 발전을 이룬 한국의 모델을 볼 때 베트남 전쟁과 대비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올퀘스트 교사는 미국의 고등학생들이 그럼에도 한국전쟁의 전모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면서 “미국의 개입과 장기적인 영향을 모두 이해하면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전쟁에 대한 미국의 개입은 한국 대중 문화의 위치를 이해하고 국제적인 문화 확산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녹취: 올퀘스트 교사] “When they understand both the US’s intervention as well as the longer-term effects, I think that is what becomes helpful for them. I think the other thing is that they understand the impact of Korean culture. And I think the US intervention in the Korean War helps them to understand the place of Korean pop culture as well as understanding the international cultural diffusion that has happened.”

켄터키주의 시솔 교사는 한국의 K팝과 K드라마에 관심이 높은 자신의 학생들은 한국전쟁의 기원과 남북이 분단된 채 전쟁이 끝났다는 사실에 매우 놀란다고 말합니다.

또한 학생들은 “‘은둔의 왕국’으로 불리는 북한에 계속 호기심을 갖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녹취: 시솔 교사] “They actually are very surprised about how the Korean War came about and the fact that you have that, that's what ends up being the permanent marker between North and South Korea. They of course are also continuously intrigued by North Korea, the so called Hermit Kingdom,”

미 학생들은 세계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현대 시대에 한국전쟁이 어떻게 글로벌화된 한국과 고립된 북한으로 나눠질 수 있었는지 궁금해하기 때문에 이를 다루는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다는 설명입니다.

시솔 교사와 올퀘스트 교사 등 전미사회역사교사연합회(NCSS) 소속 교육자 33명은 이러한 학생들의 궁금증을 해소하고 한국의 발전상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지난 23일부터 한국을 방문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한국국제교류재단의 후원으로 다음 달 3일까지 한국에 머물며 전쟁기념관과 비무장지대(DMZ), 공동경비구역(JSA), 캠프 험프리스 미군 기지, 삼성 반도체 공장 등 다양한 곳을 견학할 예정입니다.

데이비드 필즈 위스콘신대 동아시아연구소 부소장.

이 프로그램의 인솔자로 참여한 데이비드 필즈 위스콘신대 동아시아연구소 부소장은 24일 VOA에 한국전쟁은 미국이 정책의 초점을 국내에 집중할 때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로서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필즈 부소장은 미국이 1949년 극동 방어선을 한반도 이남으로 확정한 이른바 ‘애치슨 라인’이 초래한 결과를 지적하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전쟁을 통해 “미국이 국내로 돌아서면 미래에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을 (교사와 학생들이) 배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필즈 부소장] “I think it's very important to learn that when the United States turns inward often it just leads to undesirable consequences in the future…. I think mainly I want them to understand how when the United States left Korea in 1949 because it didn't want to get tied down in Korea, it actually facilitated the United States coming back to Korea during the war. And so I think I really want them to learn.”

필즈 부소장은 미국은 1949년 한국에 얽매이기 싫어서 한국을 떠났지만 그로 인해 오히려 전쟁 중에 한국에 돌아오게 됐다면서 한국을 방문 중인 미국 교사들이 이런 배경을 이해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한종우 이사장은 미 교사들의 이번 방한 경험을 토대로 새 교육자료집을 재단과 함께 만들 예정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어 이 자료를 더 많은 동료 교사와 공유해 한국전쟁의 유산을 더 많은 학생에게 가르치도록 지원하는 한편 북한에 대한 교육 자료집도 향후 발간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VOA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