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이 필리핀에 배치한 최신 중거리 미사일 체계를 철수한다고 필리핀 군사 당국자가 4일 밝혔습니다.
필리핀 현지 매체들과 스트레이트타임스·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미군은 필리핀 북부 루손섬에 배치한 중거리 미사일 발사 시스템인 ‘타이폰(Typhon)’ 중거리 화력 체계(MRC)를 오는 9월까지 철수할 계획이라고 필리핀군 대변인 루이 데마알라 대령이 이날 말했습니다.
데마알라 대령은 필리핀에서 타이폰이 “훈련 목적으로만 사용됐다”면서 “계획대로 9월까지, 어쩌면 그보다 이른 시점에 우리나라 밖으로 반출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INF 탈퇴 후 첫 배치 사례
타이폰은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과 SM-6 신형 요격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체계입니다.
이 시스템은 지난 4월 미군이 필리핀 배치 사실을 밝힌 뒤, 이어서 진행된 미-필리핀 연례 합동훈련 ‘발리카탄’과 ‘살락닙’에서 사용됐습니다.
이는 미국이 1987년 옛 소련과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을 체결했다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2019년 탈퇴한 이후 첫 중거리 미사일 체계 배치 사례입니다.
◾ 중국 강력 반발
남중국해에서 필리핀을 상대로 갈등 수위를 높이고 있는 중국은 타이폰 배치에 강하게 반발해왔습니다.
둥쥔 중국 국방부장은 지난 5월 말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 안보회의(일명 ‘샹그릴라 대화’)에서, 이 사안을 놓고 “인내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둥 부장은 아울러 “중거리 탄도 미사일을 배치하는 것이 역내 안보와 안정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행동하면 결국 자신이 지른 불에 타 죽을 것”이라며 극심하게 비난했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지난달 말, 미국이 중·단거리 미사일을 필리핀과 덴마크 등 유럽과 아시아에 배치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러시아도 대응할 수밖에 없다면서 핵 탑재가 가능한 중·단거리 지상 기반 미사일을 다시 생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 철수 배경 알 수 없어
미군이 필리핀에서 타이폰을 철수하는 이유, 그리고 철수 결정이 중국·러시아의 반발과 관련이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필리핀과 중국은 지난 2일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 관련 긴장 완화 노력을 계속하기로 합의했는데, 당시 미사일 배치 문제에 관한 논의도 진행한 것으로 일부 매체들이 추정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