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A 뉴스] 중러 정상회담 ‘연대 과시’…‘양국 입장차’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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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과 러시아의 블라드미르 푸틴 대통령이 49일 만에 다시 만나 미국에 맞선 연대 의지를 재확인했습니다. 그러나 서방을 상대로 한 안보체제 구축 등에서 양국이 입장차를 보이고 있고, 북러 군사 밀착도 중국의 견제로 제약이 따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조명수)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과 러시아의 블라드미르 푸틴 대통령이 49일 만에 다시 만나 미국에 맞선 연대 의지를 재확인했습니다. 그러나 서방을 상대로 한 안보체제 구축 등에서 양국이 입장차를 보이고 있고, 북러 군사 밀착도 중국의 견제로 제약이 따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조명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3일 카자흐스탄 수도 아스타나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 SCO 정상회의를 계기로 만났습니다.

지난 5월 회담 이후 한 달 반여 만의 만남으로 두 정상은 미국에 맞선 연대 의지를 재확인하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중국 신화통신은 시 주석이 푸틴 대통령을 오랜 친구라는 뜻의 ‘라오펑유’라고 부르면서, 중러 양국은 계속해서 전면적 전략 협력을 강화하며 외부 간섭에 반대하고, 공동으로 지역 안정을 수호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또 러시아의 타스 통신은 푸틴 대통령이 러중 관계와 우리의 전면적 전략 협력 동반자 관계가 역사상 최고의 시기에 도달했다면서, 러시아는 외부 세력이 중국 내정에 간섭하거나 남중국해 문제에 개입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밝혔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미국 등 서방에 맞선 진영 구축과 관련해서는 미묘한 입장차도 드러났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푸틴 대통령은 4일 SCO 정상회의에서 새로운 유라시아 협력·안보 체제를 구축하자고 제안한 것과 관련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매개로 사실상 미국 등 서방과 전쟁을 치르고 있지만 경제살리기에 주력하고 있는 중국은 서방을 적대시하는 안보체제 구축까지 원하는 건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습니다.

조한범 /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북한과 러시아가 공히 말하는 게 한미일 협력 그리고 미국의 인태 지역에서의 공세를 아시아판 나토라고 규정하고 있거든요. 여기에 대응하는 체제를 구축하자고 지속적으로 러브콜을 중국에게 보내지만 그러나 중국 입장에선 굳이 푸틴 대통령의 그런 안보협력에 손을 잡을 이유가 없고요.”

실제로 시 주석이 푸틴 대통령의 제안에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지난달 북러 조약 체결 이후 첫 중러 정상 간 만남이라는 점에서 관련 논의가 있을지도 주목됐지만 공개된 건 없었고, 북러 조약에 대해 중국은 자국의 대북 영향력 약화와 동아시아 지역 분쟁 확대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 관영언론은 북러 정상회담 결과를 크게 보도하지 않았고, 중국 외교부는 북러 교류가 평화와 안정에 기여해야 한다며 과도한 밀착에 불편해하는 기색을 보였습니다.

전문가들은 유사시 북한에 대한 러시아 개입의 길을 연 새 북러 조약은 중국의 전략적 이해를 훼손한, 중국 입장에서 보면 일종의 선을 넘은 행동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러시아가 전쟁을 치르느라 북한과 밀착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중국의 북한에 대한 주도권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는 분석입니다.

박형중 /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
“러시아 입장에선 중국이 훨씬 더 중요한 나라인데, 중국의 이해관계를 침해하지 않는 방향에서 북한과의 관계를 진전시킬 것으로 보거든요. 그러니까 러시아가 북한에 해줄 수 있는 게 상당한 제약이 거기서 구조적으로 발생한다고 생각합니다.”

핵 강국인 러시아와 핵보유국을 선언한 북한 간 동맹 수준의 새 조약 체결이 한국 내 자체 핵무장 여론을 자극하고 있는 것은 중국에게 골칫거리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장용석 /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객원연구위원
“북한 핵을 인정하고 북러 간 협력이 강화되고, 이 국면에서 또 지역 대립이 심화되는 핵심 축으로 북한이 부상하게 되면 한국 핵무장, 일본과 특히 타이완 핵무장은 중국이 절대 용납할 수 없는 거니까 이런 맥락에서 시진핑의 고민이 깊어질 수 있어요.”

반면에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는 중국이 북러와 다른 이해관계를 갖고 있지만 미국의 제재와 압박에 대응하는 새 진영 구축 필요성엔 같은 입장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이 북러와 당장 3각 군사협력에 나서기보다는 국제정세의 유동성에 대응하기 위해 전략적 유연성을 유지하려 할 것이라며, 자국을 둘러싼 안보환경의 변화에 따라 북러와의 협력 수위도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