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군인들이 국제법에 반하는 심각한 강제노동에 시달리고 있다는 우려가 국제사회에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유엔 전문가들은 북한군의 이런 행태는 북한이 비준한 다수의 유엔 조약에 위배된다고 지적합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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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히난 서울 유엔인권사무소장은 지난 16일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가 발표한 북한의 강제노동 실태 보고서와 관련해 제네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북한 군인들에게 부과되는 강제노동의 심각성을 지적했습니다.
히난 소장은 북한의 징집병들은 10년 이상 복무해야 하며, 군 의무와 거의 또는 전혀 무관한 농업이나 건설 분야에서 일하도록 일상적으로 강요받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노동은 힘들고 위험하며 지치게 한다”면서 “의료와 안전 조치가 거의 없고 음식도 부족하며 때로는 쉴 수 있는 곳도 거의 마련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히난 소장] “Work is hard, dangerous, and exhausting, with – again – very few health and safety measures, a lack of food and sometimes even a lack of shelter. A nurse who was working in a military hospital told us that ‘most soldiers came in to the clinic malnourished, and then came down with tuberculosis, because they were so physically weak and tired from this work’.”
특히 “군 병원에서 근무하던 한 간호사는 ‘대부분의 병사가 영양실조 상태로 병원에 왔다가 결핵에 걸렸다며, 이는 노동으로 인해 너무 체력이 약하고 피곤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실제로 북한에서 13년간 특수부대(폭풍군단)에서 복무한 뒤 탈북한 이웅길 씨는 18일 VOA에 영양실조와 결핵은 몸에 달고 다니는 병사들이 많았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특수부대였지만 양어장 공사 등 각종 작업에 동원됐다며, 한국에 온 뒤 군대에 강연을 갔다가 북한과는 완전히 다른 현실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전했습니다.
[녹취: 이웅길 씨] “육군 22사단에 강의 갔을 때 아니 이렇게 밥을 주면 나는 평생 군에 복무하겠다. 내가 밥을 원 없이 먹을 수 있잖아요. 이게 대단한 거죠. 놀랍고.”
유엔 보고서 발표 다음 날인 17일 한국 국방부는 북한군이 최근 비무장지대(DMZ) 북측 지역에서 지뢰 매설, 불모지 조성, 방벽 설치를 무리해서 진행하다가 10여 차례 지뢰 폭발 사고가 발생해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북한군은 임시형 천막 등 열악한 숙소에서 생활하며, 휴일이나 병력 교대 없이 하루 평균 12∼13시간씩 작업을 계속하고, 철야 작업과 함께 김일성 사망일(7월 8일)에도 작업을 실시한 곳이 있었다”며 병사들이 혹사당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유엔 보고서는 북한 군인들이 겪는 이러한 인권 침해에 대해 훨씬 더 구체적으로 설명합니다.
징집병은 주기적으로 건설과 농업 분야에서 무급 노동을 해야 하고, 건설 현장에서 사망하면 피해자 가족은 국가에서 별다른 보상도 받지 못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강제노동협약 29호에 따라 국가는 비상사태 시 징집병을 도로나 교량 건설 등에 투입할 수 있는 예외 조항이 있지만 북한의 상황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군대에 대한 국가의 통제 수준은 경우에 따라 “국제 인권법상 노예화에 해당할 수 있다는 우려를 불러일으킨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2012년 AK 소총과 총탄, 수류탄까지 휴대하고 비무장지대(DMZ)를 넘어 한국에 망명한 정하늘 씨는 유엔의 강제노동 보고서와 북한군 사상자 관련 뉴스를 보면서 마음이 무척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정하늘 씨] “안타깝죠. 너무 안타깝고요. 그 친구들도 상명하복에 따라 최고사령관의 명령에 따라 자신의 목숨이 날아가더라도 동료의 목숨이 날아가더라도 거기서 지뢰 작업 등을 하고 있는데 저는 선배로서 안타까운 거죠. 운이 안 좋았으면 제가 (희생이) 됐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감사하게도 여기에 와 있죠.”
정 씨는 지난해 수해 현장에서 실종자 수색 중 급류에 휩쓸려 숨진 한국 해병대 병사에 대한 수사 논란과 국민의 높은 관심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안전 부주의와 외압 등 여러 논란이 있지만 그래도 군인의 생명을 존중하고 안전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존경스럽다는 것입니다.
[녹취: 정하늘 씨] “제가 한국에 처음 와서 깜짝 놀랐던 게 한국은 훈련하더라도 안전장치가 철저하게 잘 되어 있습니다. 또한 훈련에서 부주의로 사망하더라도 그것에 대한 보상을 정말 잘해주고 국가유공자가 되고 그러는데 북한은 전사증 하나 날리면(보내면) 끝입니다. 그리고 훈련 중은 고사하고 무슨 작업 중에 이렇게 사망하는 병사들이 부지기수로 있는데 그런 것을 보면서 인권이라는 것 자체가 아예 보장이 안 되는 그런 곳에서 우리가 살았구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그러나 올해 초 평안남도 성천군 공업공장 착공식 연설을 비롯해 수시로 군인들의 대규모 건설 동원을 공개적으로 강조하고 있습니다.
[녹취: 김정은 위원장] “우리 당은 이번에도 지방 경제를 추켜세우는 10년 혁명의 전위에 우리 군대를 내세웠습니다. 제124연대 관병들의 전투적인 모습과 충천한 기개가 정말로 미덥고 감사합니다.”
유엔 전문가들은 북한군의 이런 행태는 북한이 비준한 유엔의 여러 조약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지난달 유엔 시민적·정치적 권리위원회 위원으로 재선출된 서창록 한국 고려대 교수는 18일 VOA에 “군인에 대한 인권 보호는 자유권에서 중요한 사항”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북한군 장교 출신 탈북민 단체인 북한인민해방전선(북민전)의 최정훈 대표는 “심각한 문제 중 하나는 북한 군인들이 이러한 국제법과 자기들의 권리를 전혀 모르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최정훈 대표] “북한 군인들이 10년 동안 강제노동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을 국제사회가 인지하고 있을 뿐이지 북한 군내에선 그렇게 생각 안 해요. 북한 군인들은 자기네가 겪는 게 강제노동에 해당하는지조차 인식하지 못해요. 저도 평양 광복거리 건설에 동원됐었어요. 그게 지금 생각하면 군하고 전혀 관련이 없는 건설장에서 우리가 혹사당한 거죠. 그런데 북한군에선 그걸 몰랐거든요. 외부에 나와서야 알았죠.”
최 대표 등 전직 북한군 출신 탈북민들은 이러한 국제 권리와 군인 복지의 중요성을 정보 유입을 통해 북한 군인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 병사의 복무기간이 한국을 비롯해 세계 평균의 몇 배에 달할 정도로 가장 길고, 내년에 북한 상급병사에 해당하는 한국군 병장의 월급이 거의 2천 달러로 오른다는 소식 등을 다양한 수단을 통해 북한에 알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녹취: 최정훈 대표] “지금 당장 유일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첫째 전단과 USB 등을 통해서 북한군 내부에 떨어트려서 이를 보고 확산할 수 있도록 하고요. 둘째는 방송을 통해서 북한 군인들이 들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지금으로선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VOA는 지난 16일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에 북한 강제노동에 관한 유엔 보고서에 대한 논평을 요청했지만 18일 현재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