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이 새 보고서를 통해 북한의 강제노동 실태에 심각한 우려를 밝힌 가운데 국제노동기구(ILO)는 모든 회원국에 강제노동을 엄격히 처벌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ILO가 나열한 강제노동 대상에는 유엔이 북한의 강제노동 근거로 지적했던 자유 박탈과 임금 미지급 등이 그대로 담겼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국제노동기구(ILO)가 북한의 강제노동 실태에 대한 평가를 유보하면서도 강제노동을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 기구는 17일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가 전날 북한의 강제노동 실태가 일부 노예화에 해당할 정도로 심각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한 데 대한 VOA의 논평 요청에 북한이 회원국이 아니란 점을 먼저 거론했습니다.
“북한은 ILO 회원국이 아니기 때문에 강제노동 철폐와 관련한 근로의 기본 원칙과 권리를 존중, 증진, 실현할 의무 등 가입에 수반되는 의무를 아직 공식적으로 맡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ILO는 북한의 상황에 대한 정보가 없으며 북한에 권고안을 제시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ILO] “The DPRK is not a Member State of the ILO and therefore has not yet formally assumed the obligations that would come with membership, including the obligation to respect, promote and realize fundamental principles and rights at work in respect of the abolition of forced labour. Therefore, the ILO has no information on the situation in the DPRK and is unable to offer recommendations to the DPRK.”
다만 ILO는 “1930년 강제노동협약(제29호) 또는 1957년 강제노동폐지협약(제105호)을 비준한 모든 ILO 회원국은 자국 영토 내에서 국적을 불문하고 이주노동자를 포함해 누구도 강제노동에 처하지 않도록 보장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회원국은 강제 노동을 억제하고 이를 형사상의 범죄로 처벌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ILO] “Any ILO Member State that has ratified the ILO Forced Labour Convention, 1930 (No. 29) or the Abolition of Forced Labour Convention, 1957 (No. 105) is bound to ensure that no one is subjected to forced labour, including migrant workers of any national origin within their territory. Further, Member States have an obligation to suppress forced labour and punish it as a penal offence.”
아울러 “대상이 회원국에 입국한 법적 근거(예: 관광 비자, 고용 허가, 비정규 이주, 조직적인 개인 간 ‘우호’ 교류)는 이 기본 의무와 관련이 없다”고 밝혀 강제노동 금지 대상에 예외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ILO는 그러면서 강제노동은 처벌의 위협하에 당사자가 자원하지 않은 일이나 서비스를 강요하는 것으로 정의한다고 강조했습니다.
[ILO] “The legal basis on which the person arrived in the Member State (e.g. tourist visa, employment permit, irregular migration, organized people-to-people ‘friendship’ exchanges) is irrelevant to this basic obligation. Forced labour is defined as "any work or service exacted from a person under the menace of penalty and for which the person has not offered him or herself voluntarily.”
이어 “ILO의 감독 기관은 이주 노동자를 보호하고 고용 시스템이 노동자의 학대에 대한 취약성을 증가시키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면서 그 대상에는 여권 압수, 자유 박탈, 임금 미지급, 신체적 학대 등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ILO 회원국에는 북한 해외 파견 노동자들이 가장 많이 체류하는 것으로 알려진 중국과 러시아도 포함돼 있습니다.
중국은 지난 1919년 ILO 창립 회원국이며 러시아는 1954년에 가입했습니다.
ILO의 설명대로라면 중국과 러시아는 모두 국내 북한 파견 노동자들에 대한 강제노동을 전면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업체들을 처벌해야 합니다. 하지만 아직 그런 조치는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앞서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16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북한에서 강제노동이 광범위하게 제도화돼 있으며 일부는 반인도 범죄인 노예화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6개 주요 강제노동 대상 중 하나로 해외 노동 문제를 지적하면서 중국과 러시아 등에서 일했던 북한 노동자들의 증언을 자세히 전했습니다.
증언에는 ILO가 강제노동 금지 대상으로 지적한 ‘임금의 90% 몰수’, ‘여권 압수’, ‘이동의 자유 박탈’, ‘지속적인 감시’, ‘구타’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VOA는 16일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에 이 보고서에 대한 논평을 요청했지만 17일 현재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습니다.
앞서 북한 당국은 지난달 미국 국무부가 올해 인신매매 보고서에서 해외 파견 북한 노동자에 대한 강제노동 실태를 비판하자 주권 국가들간의 친선 인적 교류 등을 강조하면서 이는 강제노동과 무관하다고 주장 한 바 있습니다.
제임스 히난 서울 유엔인권사무소장도 16일 기자들에게 이 보고서를 미리 북한에 공유했지만 논평이 없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인권과 관련해 “우리는 모니터링하고 보고하지만 관여도 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관여를 통해 일부 문제가 개선되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유엔과 미국 정부, 민간 단체들은 중국 등 해외 파견 북한 노동자들이 참혹한 환경에서 강제노동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을 계속 제기해 왔습니다.
워싱턴 DC의 탐사 보도 전문 비영리 매체로 지난해 중국 내 수산물 공장 내 북한 여성 노동자 실태를 조사했던 ‘아웃로 오션 프로젝트의 이안 우르비나 디렉터도 앞서 VOA에 노동자들의 근무 환경이 참혹했다고 말했었습니다.
[녹취:우르비나 기자] “The most striking of what we found is the treatment of these workers, of these women is pretty horrific aside from the sort of standard captivity that we knew to exist with these women. We also have a widespread problem of sexual abuse.”
우르비나 디렉터는 “우리가 발견한 것 중 가장 놀라웠던 것은 (강제 노동에 주로 동원되는) 여성들에 대한 대우가 우리가 알고 있던 일반적인 감금과는 별개로 매우 참혹했다는 점”이라며 “성적 학대 문제도 만연해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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