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전방지역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전면 시행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또 다시 쓰레기 풍선을 한국 쪽에 날려보냈습니다. 일부 풍선은 용산 대통령실 청사 경내와 국회 안에도 떨어져 한국 측은 엄중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Your browser doesn’t support HTML5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24일 오전 6~7시께부터 종이 등 쓰레기가 담긴 풍선을 띄워 한국 쪽으로 보냈다고 밝혔습니다.
합참은 “북한이 평소보다 풍선을 높이 부양했고 풍선은 고도 2km 이상에서 북서풍을 타고 남쪽으로 넘어왔다”고 설명했습니다.
합참에 따르면 북한이 이번에 띄운 풍선은 총 300여 개였고 이 가운데 250여 개가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지역에 떨어졌습니다.
풍선의 내용물은 대부분 종이와 비닐류 등 쓰레기로, 안전 위해물질은 없었습니다.
북한의 쓰레기 풍선 살포는 지난 5월 28일 올해 들어 처음 살포된 이후 10번째이며, 지난 21일 이후 사흘 만입니다.
이번 쓰레기 풍선 중 일부는 서울 용산 한국 대통령실 청사 경내에 처음 떨어졌습니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전 경내에 낙하한 복수의 쓰레기 풍선을 발견하고 내용물을 확인하는 등 조치를 진행했습니다.
대통령경호처는 “북한이 부양한 대남 쓰레기 풍선에 대해 합참과 공조를 통한 모니터링을 하던 중에 용산 청사 일대에 낙하한 쓰레기를 식별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화생방 대응팀의 조사 결과 물체의 위험성과 오염성이 없는 것으로 확인돼 수거했으며 합참과 공조해 계속 모니터링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대통령실은 북한의 쓰레기 풍선에 대해 “관측장비를 통해 실시간 감시하고 있었다”며 “장소를 명확하게 측정해 발견했으며, 낙하 후 안전하게 조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풍선은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안에도 떨어졌습니다. 한국 경찰은 이날 오후 2시 35분께 국회도서관 인근에 낙하한 쓰레기가 담긴 비닐봉지 1개를 발견하고 수거했습니다.
한국 당국은 북한의 대남 쓰레기 풍선을 공중에서 격추할 경우 내용물이 공중에서 흩어져 더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고려해 낙하 후 수거하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한국 내 일각에선 북한 쓰레기 풍선이 대통령에게도 직접적인 위협으로 다가오면서 풍선 살포 원점타격 등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사안의 심각함과 엄중함을 인식하고 있다”며 “추가 조치나 대응 방안은 관계 기관에서 더 면밀하게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아산정책연구원 양욱 박사는 북한의 쓰레기 풍선은 한국 민간단체들의 대북 전단과 달리 당국 차원에서 보낸 것이기 때문에 한국 정부는 관용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양욱 박사] “평시에는 공격 수단으로 활용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폭발물이나 기타 위험한 물질을 넣고 무차별적으로 날릴 때 실제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결국 이 오물 풍선에 대해 좀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시기가 됐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북한의 이번 쓰레기 풍선 살포는 한국 군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전면 재개한 가운데 이뤄진 겁니다.
한국 군은 지난 18일부터 부분적으로 확성기 방송을 시행하다가 21일 오전 북한이 다시 풍선을 띄우자 전면가동 방침으로 전환했습니다.
한국 군은 24일로 나흘째 대북 확성기 전면방송을 이어갔습니다.
전문가들은 남북한 모두 심리전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일종의 자존심 싸움을 벌이면서 ‘강 대 강’ 대치구도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김형석 전 한국 통일부 차관입니다.
[녹취: 김형석 전 차관] “지금 현재는 단순하게 대북 전단과 풍선 문제가 아니라 서로가 밝힌 입장에 따른 하나의 자존심 문제도 있어요. 다른 표현으론 명분이라고도 하는데 그걸 갑작스럽게 바꿀 수 있는 상황이 아니잖아요 지금. 좀 심각한 상황으로 가고 있어요.”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달 9일 담화에서 “만약 한국이 국경 너머로 삐라 살포 행위와 확성기 방송 도발을 병행해 나선다면 새로운 우리의 대응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이 풍선 살포 이외에 또 다른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신원식 한국 국방부 장관은 24일 보도된 일본 ‘요미우리’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남측의 전단 살포용 풍선 격추나 풍선을 날리는 거점에 대한 총격이나 포격을 행할 가능성도 있어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신 장관은 또 북한이 한국 측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한 대응으로 지뢰 매설이나 무인기를 사용한 전단 살포, 위성항법장치(GPS) 전파 교란, 사이버 공격 등 도발에 나설 수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북한이 원점이 노출되는 직접적인 군사 도발보다는 회색지대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한국 군도 만일 북한이 원점이 확인되는 도발을 하면 원점타격 원칙을 적용해야 하거든요. 그런 상황에서 북한이 원점과 주체가 분명한 도발을 할 이유가 높지 않다, 그렇게 보면 오히려 걱정해야 할 것은 GPS 교란처럼 주체와 원점이 불분명한 복합도발, 회색지대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높거든요.”
고유환 동국대 명예교수는 남북한이 심리전 수위를 높이면서 긴장이 고조되는 양상이라면서도 북한이 쉽사리 군사 충돌로 이어질 도발을 의도적으로 벌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고 명예교수는 북한이 자신들의 군사 도발이 자칫 한국 국민들의 반북 결속을 초래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을 것이라며 한국 내 대북 전단 살포 단체들과 윤석열 정부의 대처에 대한 비판 여론을 유도하는 차원의 대응을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고유환 명예교수] “대한민국 정부가 군사 충돌을 유도해서 지지도와 관련해서 민심을 결속시키고 그렇게 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북한은 하고 있어요. 그래서 말로는 세게 하지만 그 선을 넘는 행동은 당장 나오지 않을 것이고 남쪽에서 보내는 것에 대한 상호적 대응만 할 거에요.”
한편 북한은 한국 측의 확성기 방송 전면 시행에 맞서 지난 20일부터 소음 방송을 내보내고 있습니다.
한국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전방지역에 재설치한 대남 확성기를 통해 지지직거리는 소음을 내보내고 있습니다.
한국 군은 대북 확성기 방송을 북한 군인이나 주민이 잘 듣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