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청년들이 정전 협정 71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산화한 참전용사들을 기렸습니다. 특히 이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자신들이 누리는 자유도 없었을 것이라며 이런 가치를 북한에도 전하도록 힘쓰겠다고 말했습니다. 전 주한미군 사령관은 탈북 청년들이야말로 자유와 민주주의를 촉진할 것이란 기대감을 나타냈습니다. 안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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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청년 9명이 미국 워싱턴 D.C.의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공원에서 열린 정전 협정 71주년 기념식에 참석했습니다.
한국전 참전용사 추모재단 주관으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한국전 참전용사들과 가족을 비롯해 존 틸럴리 전 주한미군사령관과 조현동 주미 한국대사 등 200여명이 참석했습니다.
탈북 청년들은 이날 기념식에 앞서 헌화하고 추모재단 부이사장인 리처드 딘 미 육군 예비역 대령으로부터 공원 조성의 의미 등에 대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이현승 글로벌평화재단 연구원은 “전혀 모르는 나라에서 피흘려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켜준 참전용사들과 그 가족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기 위해 헌화하게 됐다”면서 “저도 북한군이었지만 우리 모두가 함께 고통을 공유하고 희생을 기리기 위해 참배를 결심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연구원은 북한 노동당 39호실 고위 관리 출신인 리정호 씨의 아들로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 작전국에서 근무했었습니다.
이 연구원은 또 “북한에도 조선전쟁 기념비가 있지만, 김일성 한 사람을 기리기 위한 것이라면 이곳에는 참전용사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이 다 새겨져 있어 기리는 것이 북한과 대조적”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 연구원] “북한의 조선 전쟁 기념비는 오직 한 사람의 그 영도만을 비추기 위해서 지어진 기념비입니다. 모든 것이 제 김일성에 의해서 된 건데 여기 와서 보니까 이 100개의 패널에 희생된 사람들의 이름을 다 새기고. 어느 한 사람의 위대한 업적이 아니고 정말 희생된 사람들을 기리기 위해서 세워졌다는 게 느껴집니다.”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미국 브랜다이스 대학원에서 수학 중인 장은숙 씨는 “북한에선 한국전쟁에 대해 미국이 한국과 함께 북한을 침범했다고 배웠다”면서 “현장에 와서 제대로 된 역사를 보니까 그 반대였고, 오히려 북한이 정말 몹쓸 짓을 했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장 씨는 또 북한의 형제자매들이 탈북민들이 이곳 미국 땅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머리를 한 방 세게 얻어맞은 느낌이 들 것”이라며 “북한에 외부 세계의 정보가 더 많이 유입되면 엄청난 의식의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장 씨] “정말 그 북한 정권이 어떻게 지금까지 자신들을 교묘하게 속여왔고 세뇌를 시켜왔는지를 북한 주민들이 깨닫게 된다면 정말 북한 내에서 엄청난 주민들의 의식 변화가 일어나고 또 혁명까지도 일어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최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공개회의에서 북한 인권 실태에 대해 증언했던 탈북 청년 김금혁 씨는 참전용사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자신들이 현재 누리고 있는 자유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 씨] “저희가 반드시 이곳에 와서 또 한국전쟁에서 헌신하신 분들에게 경의를 표하는 것이 도리에 맞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말씀드리는 도리라는 것은 결국은 저분들이 없었다면 지금 우리 모두가 누리고 있는 그 자유가 결코 존재했을까라는 생각이 있고요.”
김 씨는 이어 “전쟁의 상흔이 여전히 우리 한반도를 괴롭히고 있다”면서 “남북한을 모두 경험한 우리 탈북 청년들이 나서서 그 상처를 치유하고 자유의 소중함에 대해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전 참전용사 추모재단 이사장인 존 틸럴리 전 주한미군 사령관은 행사 뒤 VOA와 만나 탈북 청년들이 자유와 민주주의의 가치를 더 널리 알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틸럴리 이사장은 “분명히 그들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존중하기 때문에 여기 있는 것”이라며 “자유와 민주주의를 촉진하는 유일한 방법은 그것을 원하는 사람들이 그것을 전 세계에 전파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맥락에서 탈북 청년들은 좋은 위치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들은 한국과 여러 민주주의 나라에 퍼져 있다”면서 “그들은 북한에서의 경험뿐 아니라 민주주의 국가에서의 경험을 이야기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유와 민주주의를 말하는) 목소리가 자유를 보장하는 가장 좋은 수단”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틸럴리 이사장] “Clearly they're here because they respect freedom and democracy and the only way that you stimulate freedom and democracy are by people who desire that and spread the world the word so in that context they're in a good place they're in the Republic of Korea they're spread out through democratic countries and they speak not only from experience in North Korea but they also speak from experience in democratic countries. So I think voices are the best mechanism to ensure freedom.”
틸럴리 이사장은 최근 한반도 안보 상황과 관련해선 “북한 정권의 핵 개발과 인권 유린 때문에 항상 위험하지만 미한 동맹의 힘이 훨씬 더 강하고 군사적∙외교적∙경제적으로 그 어느 때보다 훨씬 더 강하다”면서 “우리는 힘과 억지력, 연합 훈련을 통해 더 강해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같이 갑시다”라고 말했습니다.
틸럴리 이사장은 앞서 기념사에서 “내셔널몰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 기념공원은 철통같은 미한동맹을 대표한다”며 “이 공원은 자유는 공짜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전 참전용사인 론 트웬티 씨는 이날 VOA에 지난해 한국을 방문했었는데 자신이 본 것을 믿을 수 없었다며 “그들이 이룬 성과는 정말 기적이었다”며 “제가 (한국전쟁에서) 본 것은 온통 검은색, 흰색, 회색뿐이었고 모든 것이 황폐해져서 울었었다”고 회고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에서 김 씨 일가가 하는 짓을 보면 북한의 상황이 얼마나 나쁜지 알 수 있다”면서 “(그런 상황에서의 탈출은) 정말 대단한 일이며, 이제 탈북민들이 삶의 자유를 얻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돼 정말 기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트웬티 씨] “But the defectors is another story altogether. That is amazing. I'm so glad they now have freedom in their life and can move on.”
조현동 주미 한국대사는 이날 행사 뒤 VOA와 만나 탈북 청년들의 이날 헌화와 분향은 통일 한국의 미래에 많은 것을 시사해 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 대사] “정전 71주년을 기념하는 날인데 우리 탈북 청소년들이 이 자리에 같이 참여했다는 거는 정말 특별히 더 감동이 있고 또 우리의 미래에 대해서 많은 것을 시사해 준다고 생각합니다.”
조 대사는 또 미국에서 성공적인 삶을 이뤄나가고 있는 탈북 청년들의 모습이 북한 주민들에게도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 대사] “저 사람들이 여기서 자유롭고 또 자기들의 꿈을 이루며 사는 모습을 보면 많은 북한의 주민들이 아마 외부 세계를 더욱 동경하고 또 많은 영향이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조 대사는 이날 기념사에서 “굳건하고 흔들림 없는 한미 동맹의 토대는 한국 전쟁에서 싸우고 숨진 용사들”이라며 “한미 동맹이 없었다면 우리는 오늘날 같은 평화와 번영을 누리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안준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