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부, ‘북러 보건 협정’에 “북한 주민 안위 우려”... 스위스 “인도 지원과 병행돼야”

지난 6월 북한을 방문 중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 금수산 영빈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있다. (자료사진)

북한과 러시아가 보건 의료 협정을 체결한 데 대해 미국 정부가 북한 주민들의 안위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며 자원 배분의 우선순위를 바꿀 것을 촉구했습니다. 스위스는 북한 주민을 위한 인도적 지원과 병행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안소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국무부가 7일 “미국은 북한 주민의 건강과 복지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국무부 대변인] “The United States is concerned about the health and well-being of the people inside the DPRK and we urge the Kim regime to prioritize resources for the North Korean people instead of its unlawful WMD and ballistic missile programs. We continue to support international efforts to provide critical humanitarian aid to the DPRK. We hope that the DPRK will soon allow international humanitarian workers back into the country.”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북한과 러시아가 보건 및 의료 협정을 체결한 데 대한 VOA의 논평 요청에 이같이 밝히고 “김정은 정권은 자원을 불법적인 대량살상무기(WMD)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대신 북한 주민들에게 우선 배분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우리는 북한에 대한 중요한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기 위한 국제적 노력을 계속 지지하고 있다”며 “북한이 조만간 국제 인도적 지원 인력의 재입국을 허용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6일 러시아 관영 ‘타스’ 통신은 북한과 러시아가 보건 의료, 의학 교육, 과학 분야 협력에 관한 협정을 체결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특히 결핵 등 전염병 퇴치와 심혈관, 내분비, 종양, 기타 질병 예방과 치료, 의료 전문가 교육, 의약품 및 의료기기 유통에 관한 규제 분야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전했습니다.

유엔 안보리 1718위원회가 유엔 회원국을 대상으로 공개 브리핑을 열고 북한 전문가 패널 보고서 주요 내용과 권고 사항을 논의했다. (자료사진)

유엔 안보리 1718위원회, 일명 대북제재위원회 의장국인 스위스는 북러 보건 협정에 대한 입장을 묻는 VOA 서면 질의에 “우리는 의장국으로서 논평할 입장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국가적 차원에서 스위스는 북한의 첫 국경 개방 신호를 환영한다”며 “하지만 이는 주민들을 위한 인도적 지원에 대한 접근과 함께 진행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고 말했습니다.

[유엔 주재 스위스 대표부] “In national capacity let repeat that Switzerland welcomes the first signs of the DPRK opening its borders, but underline that this needs to go hand in hand with access to humanitarian aid for the population. For this, it is essential that humanitarian personnel, including the UN, have rapid, safe and unhindered access.”

그러면서 “이를 위해서는 유엔을 포함한 인도주의 요원들의 신속하고 안전하며 방해 받지 않는 (북한으로의) 입국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유엔 산하 세계보건기구(WHO)의 아흐메드 잠시드 모하메드 평양사무소장은7일 VOA에 “WHO는 지식과 모범 사례를 공유하고 지역 및 국제적으로 중요한 우선순위 보건 문제를 공동으로 대처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보건 관련 양자 및 국가 간 협력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어 “WHO는 러시아와 북한의 보건 협력 협정 체결을 기쁘게 생각하지만 아직 북한 보건성과 이에 관해 공식적인 소통은 하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모하메드 WHO 평양사무소장] “WHO welcomes bilateral and cross border collaborations on health which are important for sharing knowledge, best practices and jointly addressing priority health issues of regional and global importance. WHO is happy that Russia and DPR Korea have signed a cooperation agreement on health, but is yet to get any formal communication on it from the Ministry of Public Health, DPR Korea”

알라스테어 모건 전 북한주재 영국 대사.

알라스테어 모건 전 유엔 대북제재위 전문가패널 조정관은 7일 북러 보건 협정이 대북 제재에 위배될 가능성에 대한 VOA 질의에 “관련 프로그램의 실행 과정에서 1718위원회로부터 제재 면제를 받아야 할 항목들이 북한에 이전될 가능성은 있지만 추가 정보 없이는 확실히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모건 전 조정관] “Delivery of the programmes might involve the transfer to the DPRK of items for which exemption should be sought from the 1718 committee, but without further information it is hard to say. I hope that Russia-DPRK cooperation in this field is not at the expense of UN programmes and that there’s full transparency with the UN agencies, through the UN resident Coordinator and other channels, as well as with the 1718 committee and the UNSC.”

주북 영국 대사를 지낸 모건 전 조정관은 다만 “북러 간 관련 협력이 유엔의 (대북) 프로그램을 훼손하지 않고, 유엔의 북한 상주조정관과 기타 채널, 1718위원회 및 유엔 안보리와 함께 (조율해) 완전히 투명하게 진행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후루카와 가쓰히사 전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 위원.

후루카와 가쓰히사 전 대북제재위 전문가패널 위원은 7일 VOA와의 통화에서 “양국이 보건과 의학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한 것이 긍정적일 수는 있지만 유엔 제재에 위배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후루카와 전 위원] “So, life science activity, including medical exchanges and those related to countermeasures against the infections could have potential applications for biological weapons.”

후루카와 전 위원은 의료 관련 교류 및 감염 대응과 관련한 활동 등 생명 과학 활동은 북한의 생물학 무기 개발에 잠재적으로 응용될 수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후루카와 전 위원은 유엔 대북 제재 목록에는 질병 대책에 사용할 수 있는 미생물 및 생물학적 물질 발효기(Fermenters), 동결 건조 장비(Freeze-drying Equipment), 환기 보호복(Protective suits with ventilation), 질량 분석기(Mass spectrometers)등이 포함돼 있다며, 북한이 이를 생화학 무기 개발 등의 이중 용도로 전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북러 간 보건 협정 과정에서 유엔 재제 대상 기관과 인물이 포함되지 않도록 철저한 검토와 감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