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 선박의 해외 운항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과거 유엔의 대북제재가 본격 가동하기 이전 수준과 비슷한 규모로 추산되는데, 북한이 최근 구매한 중고 선박이 해외 항로에 집중 투입되고 있어 제재 선박이 안보리 결의를 무시한 채 북한 해역을 수시로 벗어나고 있는 것인지 주목됩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조명수)
선박의 위치 정보를 보여주는 ‘마린트래픽(MarineTraffic)’ 지도에 북한 깃발을 단 선박 여러 척이 보입니다.
이들 선박은 한반도 서해상에서 북한 대동강 방향으로 이동 중인데, 이렇게 7일 오후에 포착된 선박만 모두 5척입니다.
미래 99호라는 이름을 단 북한 선박은 반대로 중국 방향, 즉 뱃머리를 서해 쪽으로 두고 운항 중입니다.
북한 선박이 가장 많이 향하는 중국 룽커우 항에선 북한 화물선 화평호를 비롯한 6척의 선박이 발견됐습니다.
한반도 서해상과 룽커우항만을 들여다봤는데도 약 20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10척이 넘는 북한 선박이 마린트래픽 지도상에 표시된 것으로, 그만큼 북한 선박의 운항이 활발하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실제로 VOA가 마린트래픽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일주일 동안 운항 기록을 남긴 북한 선박은 모두 74척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북한의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에 따른 대북제재 이후 선박의 운항이 10척 정도였던 2017년과 2018년에 비해 약 7배 많은 수준입니다.
북한 선박 중 일부는 불법 행위를 감추기 위해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끄고 운항하는 경우도 있어, 실제 운항 중인 북한 선박은 70여 척보다 더 많을 수 있습니다.
북한의 선박 운항에선 몇 가지 특징도 발견되는데, 북한이 구매한 선박이 대거 투입됐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7일 하루 동안 운항 장면이 포착된 북한 선박은 21척인데, 이중 2021년 이후 북한 깃발을 단 선박은 12척으로 나타났습니다.
절반이 넘는 선박이 최근 3년 사이 북한에 의해 구매된 중고 선박이라는 의미입니다.
최근 일주일간 운항기록을 남긴 선박 중에 대북제재 대상 유조선이 발견된 점도 주요 특징으로 꼽힙니다.
앞서 VOA는 유엔 안보리의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 유조선 천마산호가 지난 4일 중국 닝더 인근 해상에서 위치 신호를 노출했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유엔 회원국의 자산 동결과 입항 금지 조치 대상인 천마산호가 모항인 북한 남포에서 1천km 이상 떨어진 해역을 운항한 것입니다.
그밖에 북한 유조선 천명1호도 유엔 안보리의 제재 대상 선박이지만 최근 한반도 동해상에서 위치 신호를 발신했는데, 이는 제재 선박이 유엔 안보리 결의를 무시한 채 북한 해역을 수시로 벗어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해군 대령 출신으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에서 활동한 닐 와츠 전 위원은 이들 선박이 압류됐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닐 와츠 / 전 전문가패널 위원
“중국은 제재 이행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이들 (북한) 선박은 북한과 중국을 오갈 수 있는 자유 통행권을 얻은 셈입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