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용표 전 통일부 장관은 “지금은 대북 억제와 압박의 시간”이라고 말했습니다. 남북관계가 꽉 막혀있지만 대화에 매달리지 말고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겁니다. 과거 한국 박근혜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2015-2017)을 역임한 홍용표 전 장관을 최원기 기자가 인터뷰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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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북한 당국이 5월부터 10여 차례에 걸쳐 오물풍선 3천여개를 한국이 날려 보냈습니다. 북한의 의도를 어떻게 보십니까?
홍용표) 북한은 과거에도 한국의 여러 단체에서 대북 전단을 보내는 것에 민감하게 반응했습니다. 과거 풍선에 고사포를 쏜 적도 있고, 2020년에는 대북 전단에 불만을 표시하고, 김여정 부부장의 명령으로 개성공단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적도 있습니다. 오물풍선을 날려보낸 것은 한국 정부를 괴롭히고, 시민단체의 전단살포를 막으려는 의도가 있고, 또 남남갈등을 심화시켜서 자신들이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려는 것같습니다.
기자) 북한 김여정 부부장은 오물 풍선을 날려 보내면서 ‘표현의 자유’라고 주장했는데, 설득력이 있나요.
홍용표) 말도 안되는 억지 주장이죠. 오물풍선을 날릴 것이라고 북한 국방성 부부장이 얘기를 했고, 이어 김여정이 나서서 논평을 했습니다. 이것은 북한 당국이 오물풍선에 개입했다는 것이죠. 한국 헌법재판소는 전단살포 금지는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다 라고 결정을 했는데, 한국의 상황을 역이용해서 뭔가를 얻어볼려고 김여정이 그런 표현을 한 것같은데, 그것은 북한이 자유민주주의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겁니다.
기자) 앞서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에는 김여정 부부장의 요구에 따라 한국은 ‘대북 전단 금지법을 만들었는데, 이는 어떻게 보시는지요.
홍용표) 저는 그것을 매우 부적절한 조치였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더 심각한 문제는 저희가 보통 ‘대북전단금지법’ 이라고 하지만 새로 법을 만든 것이 아니라, 남북관계발전법 안에 일부 조항을 수정해서, 남북간에 합의된 사항을 지켜야 한다, 어기면 처벌을 받을 수있다, 이런식으로 대북 전단 조치를 제한하는 식으로 법안을 만들었는데, 이것의 심각성은 남북관계를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 보다 상위에 두는 조치로 해석될 수있다는 것입니다.
기자) 북한의 오물 풍선에 대응해 한국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습니다. 홍용표 전 장관님도 2015년 8월 북한과 확성기 방송 재개를 놓고 협상을 벌였는데, 당시 상황을 좀 설명해 주시죠.
홍용표) 그 당시 상황은 북한의 목함지뢰 사건부터 시작됐습니다.북한이 남측 군인들이 드나드는 통문 앞에 목함지뢰를 설치했고 그 것을 밟은 우리 병사들이 크게 다쳤습니다. 한 사람은 두 다리를 잃기까지 했습니다. 그래서 당시 정부는 북한에 사과와 재발방지를 요구했고, 그것을 말로만이 아니라 단호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습니다. 그러니까 북한이 반발하면서 준전시상태를 선포했습니다. 그 후 북한이 긴장을 높이면서도 우리쪽에 먼저 대화를 제의했구요. 그 후 판문점에서 협상이 이뤄졌는데, 우리가 원칙을 지키니까 북한이 원래 위치에서 뒤로 후퇴해서 , 그래서 북한이 원한 것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는 약속을 받아내는 것이었고, 그 대신 북측은 우리가 요구한 준전시상태 해제, 남북교류 지속, 남북대화 지속,이산가족 상봉 등 우리가 요구한 것을 모두 받아들였습니다. 이 사례는 북한이 그만큼 확성기 방송에 겁을 내고 있으며, 우리에게는 좋은 협상 카드가 될 수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한국 정부는 북한에 수해 물자 지원 의사를 밝혔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3일 “적은 변할 수 없는 적"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왜 한국을 이렇게 적대시 하는 것일까요?
홍용표) 북한과 김정은은 이전부터 한국과 미국의 위협, 적대정책을 빌미로 핵을 개발하고 김정은 지위를 공고화하고, 체제를 지키려는 전략을 갖고 있었습니다. 특히 올 초에 김정은이 직접 통일은 안한다, 민족관계도 아니다, 남북관계는 적대적 관계다, 적대적 2국가론을 제시했습니다. 이는 결국 체제수호 전략인데, 북한이 과거에는 수세적인 체제유지 전략이었는데, 최근에는 공세적인 전략으로 나오고 있는데, 그 배경에는 역시 자신들이 핵무기를 갖고 있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북한이 원하는 것은, 우리는 핵무기를 갖고 있다, 그러니까 핵무기를 갖고 있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인정해라, 우리를 건드리지 말라는 것이 김정은의 메시지라고 봅니다.
기자) 남북대화는 5년째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남북관계를 어떻게 풀어가야할까요?
홍용표) 지금 남북관계가 꽉 막혀있는 것은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남북간의 인적왕래도 없고 교류협력도 전혀 없는 상황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대화에 매달리는 모습을 보이지 말고 장기적인 로드맵 속에서 어떻게 한반도 평화를 이뤄나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저는 지금은 억제와 압박의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북한 주재 왕야진 중국대사가 7월 27일 평양에서 열린 ‘전승절’ 행사에 불참했습니다. 왜 북중 간에 이상기류가 발생한 것일까요?
홍용표) 중국이 북-러 밀착에 대해 불만을 표시한 것, 아니면 북한에 대해 너무 러시아 쪽에 기울지 말라고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할 수있습니다.
기자 ) 최근 쿠바 주재 북한 대사관의 리일규 참사관이 탈북해 한국 언론과 인터뷰를 했습니다. 인터뷰를 보시고 어떤 생각이 드셨는지요.
홍용표) 리일규 참사가 그런 얘기를 했습니다. “나는 어떻게 살아가도, 내 자식은 어떻게 해야합니까”하면서 아이의 미래를 걱정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그런 것은 앞으로 우리가 북한의 변화, 탈북민들이 얼마나 늘어날 것인지, 어떤 행동을 보일 것인지 관련해 , 중요하게 볼 수있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지금 새로 장마당 세대, 한류 세대가 나타나고 있는데, 그런 것은 북한 변화의 하나의 단초가 될 수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홍용표 전 장관님, 대단히 감사합니다.
홍용표)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한국 홍용표 전 통일부 장관으로부터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 오물풍선 사태 등으로 꽉 막힌 남북관계와 타개 방안 등을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최원기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