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개성공단 내 경의선 철도 시설을 해체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올해부터 해당 지역에서 한국 시설에 대한 철거를 가속화하고 있는 북한이 열차를 이용한 교류 가능성마저 끊어버린 것으로 풀이됩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조명수)
북한이 개성공단 일대를 촬영한 8월 13일 자 플래닛 랩스의 위성사진입니다.
얼마 전까지 경의선 선로 위에 있던 건물 2개 동이 더 이상 보이지 않습니다.
개성공단의 남측 출입구에서 약 200m, 판문역을 기준으로 약 400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이곳에는 원래 선로 옆에 가로 43m, 세로 21m의 직사각형 모양의 하얀색 건물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또 이 지점에서 개성공단 안쪽, 즉 서쪽으로 약 1.2km 떨어진 곳에도 같은 크기의 또 다른 건물이 있었지만, 이제는 지붕과 외벽이 해체된 듯 어렴풋한 형체만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들 건물은 과거 한국에서 개성공단으로 이어지는 경의선 선로에서 파생된 선로 3개가 연결된 형태였지만, 현재는 이 건물은 물론 바로 앞 선로 3개도 해체돼 흙바닥만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7월과 8월 초 북한 개성 일대에 구름이 낀 날이 많았기 때문에 위성사진만으론 이들 건물의 정확한 해체 시점을 알 순 없지만, 이들 건물이 7월 중순 촬영된 위성사진에선 온전한 모습을 갖추고 있는 점으로 볼 때, 최근 1~3주 사이에 철거 작업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앞서 한국 통일부는 한국 정부가 2001년부터 2008년까지 경의선과 동해선 북한 측 구간 철도와 도로, 역사 건설 사업에 필요한 자재, 장비 등 현물 차관을 지원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는 1억 3천 290만 달러 규모로 알려졌는데, 이번에 해체된 건물과 선로에도 이 자금 중 일부가 투입됐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번 움직임은 최근 개성공단에서 포착된 여러 변화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습니다.
특히 이 같은 변화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말 남북관계를 적대적인 두 교전국 관계로 규정한 이후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이현승 / 글로벌평화재단 연구원
“한국과 관련된 모든 것을 없애라는 지시가 내려갔을 가능성이 큽니다. 한국에서 지어준 건물이라든지, 한국의 문화, 물품이라든지 이런 것을 대대적으로 북한 내부에서 배제하고 철거하고 없애라는 이런 본격적인 노동당의 지시라든지 활동이 진행돼서, 그에 관한 일환으로 계속 진행될 확률이 큽니다.”
실제로 북한은 올해 1월, 지난 2020년 폭파한 개성공단 내 공동연락사무소 건물 잔해를 완전히 정리했으며, 4월엔 개성공단 남측 출입구 바로 옆 가로 40m, 세로 20m 건물을 해체했습니다.
또 5월엔 북측 출입 시설을 철거한 뒤 이보다 크기가 작은 출입구를 만들었고, 6월에는 개성공단 내 한국 회사 소유 부지에서 새로운 건물을 짓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는데, 약 2개월이 지난 현재 해당 부지에선 3~4층짜리 건물 형태를 볼 수 있습니다.
이와는 별도로 개성공단 내 공장 부지와 도로, 공터에선 버스와 승합차 등이 식별되고 있어, 북한이 개성공단을 무단으로 가동 중이라는 사실을 시사하는 대목으로 풀이됩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