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본토 공세 10일차인 15일, 쿠르스크주 내부 35km 지점까지 진출했다고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이 현지 언론에 밝혔습니다.
시르스키 총사령관은 이와 함께, 우크라이나군이 장악한 현지에 군사 행정 사무소를 설치했다고 발표했습니다.
◾️ “전략 목표 근접”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자국군이 쿠르스크 일원에서 목표를 이뤄가는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4일 저녁 화상 연설에서 “오늘 쿠르스크 지역에서 진격이 순조롭게 진행됐다”고 말하고 “전략적 목표에 다가서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현지 민간인 보호와 관련 “규칙을 준수해 싸우는 게 중요하고 이 지역의 인도주의적 필요가 충족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6일 쿠르스크 일원을 향해 기습 공격에 나서 러시아 국경을 넘는 데 성공했습니다.
러시아 영토에 들어간 뒤 집중 공세를 하면서 벨고로드와 브랸스크 등지에서도 작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군이 쿠르스크 관할 마을 74곳을 통제하고 있다고 지난 13일 주장했습니다.
◾️ 13만 명 피란
우크라이나군의 이번 러시아 본토 급습으로 주민 13만 명이 피란한 가운데, 지역 당국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서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고 15일 뉴욕타임스(NYT)신문이 전했습니다.
이전에도 러시아 내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이 우크라이나의 드론(무인항공기) 공격 등으로 피해를 본 일이 있었지만, 이번 기습은 그간 전쟁 피해가 거의 없던 지역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주민들 사이에서 불안이 커지고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특히 피란민 중에는 2년 반째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 전쟁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다가 지난주 우크라이나군의 러시아 본토 기습으로 전쟁이 발발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만큼, 갑작스럽게 전개된 상황에 당황하는 분위기라고 보도됐습니다.
◾️ “푸틴에게 엄청난 충격”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서, 그간 쉽게 흔들리지 않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리더십이 타격 받을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옵니다.
마이클 맥폴 전 러시아 주재 미국 대사는 우크라이나군의 쿠르스크 공세가 푸틴 대통령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고 있다고 14일 MSNBC 인터뷰에서 말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군을 몰아낼 것이라며 지난 7일과 9일, 12일까지 세 차례나 직접 회의를 주재하는 등 대응에 나섰지만 공세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러시아 야당 인사인 레프 슐로스베르크는 뉴욕타임스와의 통화에서 지금 러시아의 상황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산 아래에 마그마가 모이는 것과 같다면서, “불만족의 에너지가 어디로 갈지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 측근에 작전 책임 맡겨
푸틴 대통령은 자신의 심복에게 쿠르스크 대응 작전 책임을 맡겼습니다.
모스크바타임스는 러시아 군사 블로거를 인용, 알렉세이 듀민 국무원 서기가 우크라이나군의 쿠르스크 진격에 대응하는 작전 책임자로 지난 12일 투입됐다고 다음날 보도했습니다.
듀민 서기는 푸틴 대통령의 개인 경호를 맡았던 인물입니다.
13일 블룸버그 통신도 이 같은 내용을 확인했습니다.
잔혹한 전투 방식으로 알려진 체첸공화국 특수부대 ‘아흐마트 여단’도 투입됐습니다.
아흐마트 여단은 전황이 러시아에 불리할 때마다 투입설이 이어진 부대입니다.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인 람잔 카디로프 체첸 자치공화국 수반이 직접 지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정규군 병력 재배치
러시아 정규군의 병력 재배치도 관측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의 쿠르스크 진군에 대응하기 위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있는 병력 일부를 철수하고 있다고 13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보도한 데 이어, 뉴욕타임스도 14일 이 같은 움직임을 전했습니다.
◾️ 일부 지역 수복 주장
러시아 당국은 쿠르스크 일원에서 빼앗겼던 마을을 일부 되찾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러시아 국방부는 15일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군이 일시적으로 점령했던 크루페츠 마을을 러시아군이 다시 장악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아울러 쿠르스크 관내 7개 마을 주변에 있는 우크라이나 전투기와 병력, 전투장비 등을 집중 타격했다고 발표하고, 여러 지점에서 더 나은 전략적 위치를 확보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아흐마트 여단의 아프티 알라우디노프 사령관은 “국경에서 약 18㎞ 떨어진 마르티노프카 마을을 수복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