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통일 독트린’, 미래 비전 제시... 북한 호응 가능성 없어”

1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개최된 제79회 광복절 기념식에 참석한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참석자들과 함께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발표한 자유에 기반한 남북 통일 구상과 전략에 대해 미국 전문가들은 “미래 비전 제시”라고 평가했습니다. 북한이 호응할 가능성이 없는 “희망 사항”에 가까운 방안이라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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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통일 독트린’, 미래 비전 제시... 북한 호응 가능성 없어”

시드니 사일러 전 미 국가정보위원회(NIC) 북한담당 국가정보분석관이 15일 VOA 조은정 기자와화상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드니 사일러 전 미 국가정보위원회(NIC) 북한담당 국가정보분석관은 15일 VOA와 영상통화에서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발표한 ‘8.15 통일 독트린’은 한반도 전체에 통일된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세워지는 미래 비전을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보좌관, 6자회담 특사 등 미국 정부에서 한반도 문제를 40년 이상 다룬 사일러 전 분석관은 남북연합을 구상했을 때와는 시대가 달라졌다며

“1970년대에서 1990년대에는 남북 간 차이가 그다지 두드러지지 않았기 때문에 남북연합이 지금보다 더 신빙성이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사일러 전 분석관] “This was not some textbook socialism, communism versus democratic capitalism. These are the this is more than just theoretical differences. I think the deterioration of the conditions in North Korea, coupled with the incredible economic, political, social, cultural growth of South Korea, just makes these differences too difficult to paint over with. Some very abstractly articulated confederation process.”

그러면서 남북간 격차는 “교과서적인 사회주의, 공산주의 대 민주적 자본주의의 문제가 아닌 단순한 이론적 차이 그 이상”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한국의 놀라운 경제, 정치, 사회, 문화적 성장과 결합된 북한 상황 악화는 이러한 차이를 매우 추상적인 ‘연합’이라는 표현으로 덮어 버리기에는 너무 어렵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1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개최된 제79회 광복절 기념식에 참석한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참석자들과 함께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15일 79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자유 통일을 위한 도전과 응전’이라는 제목의 8.15 통일 독트린을 발표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자유 통일 국가가 만들어져야 완전한 광복이라며 한반도 통일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습니다.

윤 대통령이 발표한 8.15 통일독트린은 통일을 위한 3대 비전과 3대 추진 전략, 그리고 7대 통일 추진 방안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8.15 통일 독트린’이 국제질서의 변화 등을 고려해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보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1994년 발표된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은 화해협력, 남북연합, 통일국가 완성이라는 단계론적 접근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남북 간 체제 차이 양립할 수 없어”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이 15일 VOA 조은정 기자와화상 인터뷰를 하고 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도 15일 VOA와 영상통화에서 남북 간 체제 차이는 양립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연구원] “So you really can't average the two systems, together on human rights, economic policies, freedom, democracy, etc.. so really, there's there's nothing to save in North Korea except the people themselves. You can't try to have a federation or a confederation of Seoul and Pyongyang have postulated in the past. So, if you want to have a unified Korea based on freedom and democracy, there's nothing in the North Korean system of government or economy that can be incorporated into such a plan.”

클링너 연구원은 “인권, 경제 정책, 자유, 민주주의 등에서 남북 두 체제를 평균화할 수는 없다”며 “과거 한국이나 북한 정부가 상정한 연합제나 연방제를 하려고 하면 안 된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자유와 민주주의에 기반한 통일 한국을 원한다면 북한의 정부나 경제 체제에서 그런 계획에 통합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유와 민주주의를 원한다면 한국에 존재하는 것을 북한으로 확장해야 하며, 이것은 북한 주민들의 삶을 개선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 내부로부터의 변화 추구”

데이비드 맥스웰 아태전략센터 부대표가 15일 VOA 조은정 기자와화상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데이비드 맥스웰 아태전략센터 부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의 ‘8.15 통일 독트린’이 자유를 강조한 점에 주목한다며, 북한 내부로부터의 변화를 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맥스웰 부대표] “I think it’s important that policymakers and strategists and civil society activists have a realistic understanding of the nature, objectives and strategy of the Kim family regime. I think President Yoon's vision recognizes that, particularly the emphasis on freedom, that the Korean people in the North do not have. Koreans themselves must solve the problem. We can't do it for them.”

맥스웰 부대표는 “김씨 정권의 본질과 목표, 전략을 현실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특히 북한 주민이 누리지 못하는 자유를 강조하는 윤 대통령의 구상은 그러한 현실 인식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결국 북한 주민 스스로가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우리가 대신해 줄 수 없다”며 “북한 내부의 어떤 전환이 일어나지 않는 한 변화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김정은 위원장이 행동을 바꾸고 정책을 바꾸라는 제안을 따르지 않으면 북한 주민들이 변해야 하고, 그들의 상황이 변해야 하며, 외부에서는 공공외교, 정보 캠페인을 통해 북한 주민들의 행동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것이 윤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이것은 흡수통일이나 외부에서 강요하는 정권교체가 아닌 북한 주민 스스로가 내부를 변화시켜 자결권을 추구하고, 궁극적으로 자신들의 안보와 안전, 번영을 위한 길로서 평화통일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거부감 느낄 내용 많아”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담당 수석부차관보는 VOA와 전화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이 중요한 제안을 통해 분명히 남과 북 사이의 대화와 협력을 문을 다시 열려고 노력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With this important proposal, President Yoon has obviously tried to reopen the door to dialog and cooperation between South and North. It remains to be seen whether Pyongyang will choose to walk through the door that he has opened. I have my doubts. I'm not optimistic that there's going to be a positive response from Pyongyang on this.”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북한이 이번 제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반응할 것이라고 낙관하지 않는다”며 “윤 대통령은 대화와 화해, 통일에 대한 지지를 재차 강조함으로써 ‘공을 다시 북한에 넘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과 국제사회에 한국의 입장을 상기한 다음 북한이 입장을 밝히도록 한 것이 의도라는 것입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그러면서 “새 독트린에는 북한이 불쾌감을 느낄 수 있는 내용들이 많다”며 “특히 ‘통일된 자유민주주의 국가’에 대해 좋지 않은 반응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레그 브레진스키 조지워싱턴대 교수가 15일 VOA 조은정 기자와화상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지워싱턴대학의 그레그 브레진스키 역사학 교수는 “윤 대통령이 통일 구상을 통해 북한과의 협상 재개를 동시에 시도한 것은 흥미로운 노력”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독트린에 담긴 많은 내용이 잠재적으로 북한 지도부에 우려를 줄 수 있다”며 특히 ‘자유에 기반한 통일’이라는 개념을 꼽았습니다.

[녹취: 브레진스키 교수] “It's more of a wish list. North Korea should open up a little bit. North Korea should take steps towards denuclearization. These are all things that South Korea would like to see happen but there's no real indication in North Korea that their government is receptive to this right now.”

브레진스키 교수는 이번 통일 독트린이 “희망사항 목록에 가깝다”며 “북한이 개방하고 비핵화를 향한 조치를 취하라는 것은 한국이 보고 싶어 하는 것이지 북한 정부가 이를 수용하고 있다는 실질적 징후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높이 평가하고 싶은 것은 미국과 한국의 대북 정책이 지난 몇 년 동안 교착 상태에 빠졌고, 북한이 무기 프로그램을 계속 개발하고 적대적인 수사를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은 최소한 북한과 접촉을 시도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