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발생하는 북한 수해의 근본적인 원인은 황폐화된 산림과 열악한 인프라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이 진단했습니다. 북한의 폐쇄성이 수해 규모를 더욱 키운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안소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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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소바쥬 전 유엔개발계획(UNDP) 평양사무소장은 15일 북한이 비슷한 양의 비가 내려도 다른 나라보다 큰 피해가 발생하는 이유는 사회기반 시설에 대한 투자가 크게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소바쥬 전 소장] “There’s been a huge deficit in investment in DPRK's infrastructure they would need to be able to strengthen the resilience of every community through a number of solutions such as small constructions, along the canals, building banks, etc. But, unfortunately that hasn’t been done for decades.”
소바쥬 전 소장은 이날 VOA와의 통화에서 수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제방 구축 등 다양한 대책이 필요하다며, 하지만 북한에서는 수십년 동안 이에 대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하수 시설이 오래돼 배수가 잘되지 않는 것도 해마다 집중호우에 대한 취약성을 높인다”고 소바쥬 전 소장은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수해의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홍수에 대비한 도시 계획과 산림 복원, 재해 위험 관리 등을 통해 지역 사회가 재난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앤드류 나치오스 전 미 국제개발처(USAID) 처장은 14일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북한의 거듭된 수해의 주요 원인은 1990년대 대기근 이후 황폐해진 북한의 산림이 복구되지 않은 데 있다고 말했습니다.
[나치오스 전 처장] “In order to survive families burned the ground cover of trees and bushes on mountain sides (which loosened the soil) and planted crops as they could not eat what they grew on the collective farms. The result was soil was washed down the mountainsides into the rivers which raised the river beds so they could not hold as much water during the rainy season causing flooding.”
“각종 홍수 방지 사업, 자원 부족과 기술적 한계로 성과 없어”
나치오스 전 처장은 북한 주민들이 기근을 겪으며 생존을 위해 산비탈에 있는 나무 등을 태워버리고 그 자리에 작물을 심었다며, “이에 따라 약해진 토양이 비가 올 때 더 쉽게 씻겨 내려가 홍수 발생 빈도가 증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북한의 지형은 80%가 산악지대로, 1990년 북한 주민들이 생계를 위해 중국에 나무를 팔았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후 북한은 산림 복구를 위한 나무 심기 운동을 벌였지만 국가 소유인 나무를 관리할 사람이 없어 성공률이 낮았다고 나치오스 전 처장은 말했습니다.
또한 둑이나 제방 설치 등 북한의 각종 홍수 방지 사업들은 자원 부족과 기술적 한계로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지난달 29일 북한의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북부 국경 지대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려 피해가 발생했다”며 “평안북도와 자강도, 양강도의 압록강 연안 일부 군내 지역을 특급재해비상지역들로 선포한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주민 5천 명이 고립됐고 평안북도 신의주시와 의주군에서만 4천 100여 세대와 농경지 3천 정보, 수많은 공공건물과 시설물, 도로 등이 침수됐다”고 보도했습니다.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날 구체적인 피해 규모는 밝히지 않은 채 “용납할 수 없는 인명피해가 발생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도 지난 1일 북한 압록강 일대에서 발생한 대규모 홍수로 상당한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김인애 한국 통일부 부대변인입니다.
[녹취: 김인애 부대변인] “북한의 공식 발표, 또 위성 분석, 또 여러 보도들을 종합해 볼 때 신의주·의주·자강도 등의 피해 상황이 심각한 걸로 보고 있습니다."
“남북한, 비슷한 강수량에도 수해 규모엔 큰 차이”
한반도안보전략연구원의 정성학 영상분석센터장은 15일 VOA에 지난 7월 남북한의 강수량이 비슷함에도 불구하고 수해 규모 측면에서는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정 센터장] “올해 이 폭우는 남쪽에서부터 위로 올라갔고 또 (한국도) 폭우 피해가 있었지만 북한만큼 심하지 않습니다. 가장 큰 원인이 북한 산림이 황폐해서인데 그래서 북한이 올해 마지막 해입니다. 지난 10년 동안 산림복구 전투를 했습니다. 산림은 늘고 있어요. 그런데 이게 문제가 뭐냐 하면 산림이 늘고는 있는데 주로 평양 위주로, 또 대도시 위주로만 산림이 늘고 있는 거죠.”
국립산림과학원 연구원을 지낸 정 센터장은 이처럼 고르지 못한 북한의 산림 복구 정책을 지적하며 “여전히 북한의 산림 황폐화가 진행되고 있고 일부 지역에서 산림이 늘더라도 충분히 자라지 못해서 홍수 저감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 서부 남가주대학(USC)의 아담 로스 환경경제학 교수는 14일 VOA와의 통화에서 자연재해는 지구 온난화와 기후 변화 등으로 전 세계적으로 증가 추세라는 점을 지적하면서도 그 피해 규모를 줄이는 것은 전적으로 국가의 의지에 달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로스 교수] “I know that the floods have been very devastating in North Korea and the last couple of years in Europe had some very severe floods and the flooding worldwide especially in the Northeast US as well. But there’s basic measures that fundamentally necessary for climate response because natural disasters usually follow a pattern. So you have periods of heat and drought, and then heavy rain and landslides caused by floods.”
로스 교수는 “북한이 큰 수해를 입었다는 것을 안다”며 또 지난 수년간 유럽 등 특히 미국 북동부 지역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홍수가 많이 발생했다고 상기했습니다.
하지만 “자연재해는 대개 일정한 패턴이 있는 만큼 기후 대응에 기본적으로 필요한 대비책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폭염과 가뭄이 발생하고 이후 폭우가 쏟아지며 이에 따른 산사태 등이 발생하는 전형적인 패턴이 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많은 나라가 재난 대응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막대한 자원을 투자하고 있다”며 “여기에는 기상 예보를 과학화하고 실시간 경보 체계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포함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국제사회와 제대로 정보 공유를 못해”
뉴햄프셔주에 있는 다스머스대학교의 조너선 와이트 지리학과 교수도 “국제사회가 기후 변화에 따른 잦은 홍수 피해를 입게 된 만큼 함께 수해를 줄일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국제사회와 협력을 꺼리는 경향이 있어 국제사회와 인프라 구축 기술 및 교육 분야에서 제대로 공유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와이트 교수] “I think that a scientific approach is necessary. So as you go around the world, there’s lots of differences in terms of how countries approach their science. So if you go to Europe, it’s largely as open as it is here, but some of the countries, if you want to use their weather data, it’s owned by the military. So it's basically the weather data is collected by the military, the meteorologic service is a portion of the military. So to respond to natural disasters caused by global warming and climate changes, it is fundamental to share that relevant information from each country. And I'm sure the tensions between the US and Europe and the rest of the world and North Korea make it to open up that kind of information sharing”
와이트 교수는 “지구온난화와 기후 이상에 따른 자연재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각국의 관련 정보가 공유되는 것이 기본”이라며 미국 및 국제사회와 북한 간의 긴장 관계가 이 같은 정보 공유를 어렵게 하는 점은 확실하다고 말했습니다.
소바쥬 전 소장은 북한 당국이 수년째 국경을 봉쇄한 채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거부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것은 당국의 우선순위가 무엇인지를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소바쥬 전 소장] “Until 2020 there were some programs by the Red Cross and by NGOs by the United Nations to strengthen, to strengthen the resilience of communities to prepare themselves to the impact of climate change and the impact of natural disasters. There was a technique of early warning systems. There were training in every community with the North Korean Red Cross to prepare them to adaptation to climate change. North Korea has different priorities and this has come as a second priority”
소바쥬 전 소장은 북한이 신종 코로나 방역을 이유로 국경을 봉쇄한 2020년 이전까지는 적어도 북한은 적십자사와 비정부기구, 유엔 등과 기후 변화 및 자연재해에 대비하기 위한 지역 사회의 회복력 강화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었다고 말했습니다.
소바쥬 전 소장은 조기 경보 시스템 기술, 기후 변화 적응 준비 교육 프로그램 등이 있었지만 이제는 이런 것들이 북한의 우선 순위에서 밀려났다고 말했습니다.
정성학 센터장은 특히 오는 8월과 10월에도 북한에 비 피해가 예상된다며 이는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정 센터장]”홍수가 지나고 나면 전염병이 돌 수 있거든요. 농경지의 경우도 나중에 침수됐던 지역은 병충 피해가 우려되고 이게 또 빛이 뜨거워지면 벼가 말라 죽어요. 북한 작황 상황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북한의 이번 수해 복구 지원에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이지만 북한은 외부 지원 제의에 일절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주북 유엔상주조정관실과 유엔 아동기금(유니세프·UNICEF), 식량농업기구(FAO)등은 앞서 VOA에 북한의 수해에 우려를 표하고 복구 지원을 위해 북한에 돌아갈 준비가 됐다고 밝혔지만 아직 북한의 요청은 없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