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10일 밤 대선 토론에서 북한에 대한 확연한 입장 차이를 보였습니다. 그동안 트럼프 전 대통령은 김정은과의 개인적 친분을 과시해온 반면 해리스 부통령은 독재자와 맞설 것임을 분명히 해왔습니다. 이들이 어떤 대북 정책을 펼치 전문가들의 견해를 안준호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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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킹스연구소 한국 석좌는 11일 민주∙공화 양당 대선 후보의 대북 정책과 관련한 VOA의 질의에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처음엔 심지어 비핵화를 전제조건으로 하지 않는 대화에 열려 있는 바이든 정부의 실용적인 대북 접근법을 따를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여 석좌] “Harris will initially follow Biden’s pragmatic approach to North Korea, remaining open to dialogue even without preconditioning denuclearization. If North Korea continues its provocations and rejects dialogue with the United States, Harris may have little choice but to continue along similar lines to Biden’s current North Korea policy.”
“만약 북한이 도발을 계속하고 미국과의 대화를 거부하면 바이든 정부의 현 대북 정책과 유사한 노선을 계속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겁니다.
다만 “북한과의 관계에서 진전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해리스는 북한과의 교착 상태를 타개하기 위해 바이든의 전략에서 벗어나 새로운 접근 방식을 시도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트럼프, 김정은과 협상 재개할 것”
여 석좌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그동안 김정은과의 친분을 강조해 왔고 자신을 거래의 전문가로 여긴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선될 경우 김정은과 대화를 재개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정상회담을 통해 어떤 성과를 얻을지, 북한이 도발을 중단하고 핵 프로그램을 중단하거나 철회하는 대가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무엇을 제안할지는 불분명하다”고 말했습니다.
[여 석좌] “It remains unclear what might be gained by another Trump-Kim summit, or what Trump might offer Kim in exchange for North Korea dialing down provocations and suspending or rolling back its nuclear program.”
트럼프 전 대통령은 10일 밤 TV 대선 토론에서 “지금 북한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한 번 보라”고 말했습니다.
또 지난 7월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의 대선 후보 수락 연설에서도 자신이 재선되면 북한과 잘 지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트럼프 전 대통령] “But now I got along with them and we stopped the missile launches from North Korea. Now North Korea is acting up again. But, when we get back, I get along with him.”
“해리스, 김정은에게 친하게 굴지 않을 것”
반면 해리스 부통령은 대선 토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독재자’ 김정은과 ‘러브레터’를 주고받았다고 비판했습니다.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달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대선 후보 수락 연설에서도 “나는 트럼프를 지지하는 김정은과 같은 독재자들에게는 친하게 굴지 않을 것”이라며 “그들은 트럼프가 아첨과 호의로 쉽게 조종될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를 지지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해리스 부통령] “I will not cozy up to tyrants and dictators like Kim Jong Un who are rooting for Trump, who are rooting for Trump. Because, you know, they know, they know he is easy to manipulate with flattery and favors.”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이날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된다면 바이든 정부가 수립한 현재의 대북 정책을 거의 그대로 따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협상의 문을 열어두고 북한과의 협상 재개를 제안하겠지만, 북한에 변화가 없다면 한국, 일본과의 국방 협력과 확장 억제력 강화에 중점을 둘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녹취: 세이모어 전 조정관] “I think if Harris is elected, I would expect her to pretty much follow the current policy that Biden established. So that would mean keeping the door open to negotiations, offering to resume negotiations with North Korea.”
“트럼프 대북 정책, 불확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다면 그의 대북 정책이 어떻게 될지는 훨씬 더 불확실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김정은과 다시 만난다면 어떤 종류의 합의를 이룰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며 “(어떤 합의든) 큰 정책적 변화가 될 가능성이 있지만, 현재로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북 정책을 예측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습니다.
로버트 랩슨 전 주한미국 대사대리는 이날 VOA에 보낸 서면 답변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된다면 바이든 정부 정책의 큰 윤곽은 그대로 이어갈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의 향후 정책과 접근 방식에 대해서는 해답보다는 의문과 불확실성이 더 많다”고 말했습니다.
[랩슨 전 대사대리] “Harris will have to carefully manage the relationship with ally Seoul, with a focus on maintaining peace and stability on the peninsula. (중략) There are many more questions and uncertainties, than answers, about a Trump administration’s prospective policies and approach towards East Asia.”
“북한 무시는 최선의 접근법 아냐”
조셉 디트라니 전 북핵 6자 회담 미국 차석대표는 이날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김정은과 접촉을 다시 시도할 것”이라며 “즉각적이고 검증 가능한 포괄적 비핵화보다는 신뢰를 쌓고 점진적으로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동결한 다음 비핵화로 나아가는 접근 방식을 취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녹취: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 “And I think he'll take more of a gradual approach to build more trust with North Korea and specifically Kim Jong UN and gradually move towards freezing the program, their nuclear programs or their missile programs and then moving towards denuclearization while not expecting this to happen very quickly.”
이어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된다면 지난 3년 반 동안 북한을 무시한 것이 북한 비핵화를 위한 최선의 방법이 아니란 사실을 깨닫고, 북한 문제에 다시 관여해 대북 제재와 인도적 지원, 관계 정상화 등을 포함한 다양한 문제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대북 정책, 큰 변화 없을 것”이란 전망도
누가 당선되든 대북 정책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란 전망도 있습니다.
시드니 사일러 전 미 국가정보위원회(NIC) 북한 담당 국가정보분석관은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된다면 바이든 정부의 대북 정책에서 큰 변화가 없을 것이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더라도 과거 하노이 회담의 단순한 재개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녹취: 사일러 전 분석관] “I would not expect a major change from the Biden team's policy if Vice President Harris were elected and I don't expect a simple resumption of Hanoi if Trump is elected.”
“북한 비핵화 포기, 핵보유 인정?”
두 후보는 10일 밤 토론에서 북한 비핵화를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일각에선 이것이 미국의 북한 비핵화 포기를 암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했습니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12일 VOA의 관련 질의에 “미국과 한국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계속 추구하고 있다”며 “우리는 한반도의 핵 위협을 줄이는 유일한 효과적인 방법은 핵무기 확산을 억제하는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습니다.
[국무부 대변인] “The United States and the ROK continue to pursue the shared objective of the complete denuclearization of the Korean Peninsula. We believe that the only effective way to reduce nuclear threats on the Peninsula is by curbing the proliferation of nuclear weapons.”
대니얼 스나이더 스탠퍼드대학 동아시아학 교수는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외교 정책 이슈는 미국 대선에서 그다지 큰 부분을 차지하지 않는다”면서 두 후보가 북핵 문제를 언급하지 않은 데 큰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스나이더 교수는 그러나 “해리스 정부는 북한 비핵화 목표를 절대 포기하지 않겠지만, 트럼프 정부 2기에선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교수] “I think he's perfectly willing to basically de facto accept North Korea as a nuclear weapons state. That's where it was headed in Hanoi and it only didn't go there because Kim Jong UN made the mistake of pushing for a little bit too much and because there were people inside the administration who were telling Trump that this would be criticized deeply.”
그러나 트럼프 정부 1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비서실장을 지낸 프레드 플라이츠 미국우선주의정책연구소 부소장은 지난 3월 ‘워싱턴 톡’에 출연해 “김정은은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처음으로 비핵화에 동의했고, 이것은 역사적인 일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플라이츠 전 실장] “Kim Jong un agreed for the first time at the Singapore summit to denuclearize. This was historic. And I believe President Trump, if he is elected again, will try to hold Kim to that and push for full and complete denuclearization of North Korea.”
플라이츠 전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다면 김정은이 그 약속을 지키도록 할 것이고 완전한 비핵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안준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