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이산가족 상봉에 응하면 대북 식량지원이 가능하다고 김천식 전 한국 통일부 차관이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당국이 내세운 ‘2개의 국가’ 정책은 실패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과거 이명박 정부에서 통일부 차관(2011-2013)을 역임한 김천식 통일연구원장을 최원기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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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올 1월 남북관계를 “적대적인 2개의 국가관계”라고 규정했습니다. 북한이 ‘하나의 조선’ 정책에서 ‘2개 조선’ 정책으로 선회한 것인데, 이 정책이 성공할까요?
김천식) 성공할 수가 없죠. 지금 김정은 정권은 체제 보존을 위해서 아주 극단적인 조치를 취한 것인데, 그게 2민족 국가, 아니겠습니까. 북한 정권은 이제 주민들이 남북한이 동족이고 통일을 생각하게 되면 남북을 비교하게 되고, 그러면 남한을 동경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한류의 확산이 그 대표적인 사례인데, 이런 것이 이제 소위 그 북한이 얘기하는 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 풍조인데, 이런 반사회주의 흐름이 정권의 안전을 위협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남북한은 동족이고 통일할 관계라고 하는 것은, 남북간의 합의이자 상식인데, 어떤 조치로 이런 상식을 정복한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특히 이번에 윤석열 대통령이 바로 8.15 경축사에서 통일 문제를 강하게 얘기를 했는데, 기본적인 취지는 남북한이 동족이고 통일할 관계라고 강조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우리 민족이기 때문에, 자유와 인권이 존중돼야 된다고 하는 점, 그리고 남북한의 민족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한 그런 정책들을 강화하겠다,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북한 정권은 ‘하나의 조선’을 폐기하고 ‘2개의 조선’ 정책으로 선회했는데, 이것은 성공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기자) 북한 당국이 5월부터 10회 이상 오물풍선 3천여 개를 한국이 날려 보냈고 한국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습니다. 한국이 적절히 대응했다고 보십니까?
김천식) 이 것은 적절성을 떠나서, 오물풍선은 북한의 도발입니다. 거기에 또 오염물질을 실어서 보내는데 이건 오염물질 이전 금지를 규정한 국제조약에도 위반되는 것입니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방송을 중지하기로 한 것은 2004년 6월 남북간의 합의에 의한 것인데, 이 합의는 군사적 도발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해서 그렇게 한 것이거든요. 그런데 그 이후에 북한이 천안함을 어뢰로 폭침시키고 또 연평도 도발을 함으로써 이미 그 합의가 무력화돼 버렸습니다. 그래서 북한의 도발적 행동에 대응하는 최소한의 조치로서 이걸 이해해야 된다,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기자) 앞서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에는 북한 김여정 부부장의 요구에 따라 한국은 ‘대북 전단 금지법’을 만들었는데, 이는 어떻게 보시는지요.
김천식) 잘못된 것입니다. 북한 체제는 정권이 인민의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는 체제입니다. 반면에 우리는 정권이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해야 하는 체제입니다. 그런데 2021년 북한 김여정의 요구에 따라서 남한 정권이 북한 정권처럼 주민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제도를 만들어 버린 것이거든요. 그래서 북한의 요구에 따라서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제도를 만드는 것은 아주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자) 현재 한국 정부에 등록된 이산가족 신청자 가운데 생존해 있는 실향민은 31.9%인 4만 2천여 명에 불과합니다. 북한에 식량을 지원하고 이산가족 상봉을 추진할 수는 없을까요?
김천식) 이산가족 상봉이 실현되지 못하는 것은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과거에 식량지원과 이산가족 상봉이 같이 추진됐던 적이 상당히 있었습니다. 우리 정부는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뭐라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산가족 상봉을 위해서 식량 지원하는 것은 국민들이 다 동의하고 있는 것이고요. 이게 되려면 북한이 먼저 태도를 바꿔야 되는데, 우리로서는 북한이 기본적인 인권을 인정하고 가족 상봉 요구를 받아들여야 된다, 이렇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그렇게 나온다면 얼마든지 식량 지원과 이산가족 상봉을 같이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남북 정부간 대화가 4년 이상 중단됐는데, 민간단체의 대북 접촉과 교류는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김천식) 남북 간에는 여러 현안이 있기 때문에 당국간 대화 재개가 바람직하고 또 대화가 되면 여러 가지 좋은 일들이 생깁니다. 그런데 이것도 북한이 생각을 바꿔야 되는 문제고, 우리 정부는 남북 민간 접촉에 대해서 개방적인 입장이기 때문에, 통로만 열린다면 민간 단체 대북 접촉을 할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8.15 통일 독트린을 발표했는데, 이 것은 북한 정권 붕괴론에 기초한 것인가요?
김천식) 자유통일을 얘기한다고 해서, 이걸 북한 정권의 붕괴에 기초한 것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보면은 자유통일에 따른 체제 통일이 당연한 일인데, 당연한 게 지금 시비거리가 되고 있는 것입니다. 통일은 민족 자결권에 관한 문제입니다. 그리고 통일은 남북한 주민이 더 나은 삶을 위한 것인데, 어떤 삶이 더 좋은 것인가, 그것은 주민들이 선택을 해야 하는 문제죠.
기자) 북한 핵 문제에 대해 질문드리겠습니다. 북한은 이미 6번이나 핵실험을 한 사실상의 핵 보유국인데, 북한이 핵을 보유해서 달성한 것은 무엇이고, 대가는 어떤 것을 치렀나요?
김천식) 북한의 핵개발은 국제법과 남북합의를 위반한 범법 행위입니다. 그래서 이건 반드시 해결돼야 되는 문제입니다. 방금 핵보유국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우리는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비핵화가 반드시 돼야 된다,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북한은 핵 보유를 통해서 체제 안정과 또 대남 전략적 우위를 확보하였는데, 그래서 북한은 핵을 ‘만능의 보검’이라고 했었죠. 그런데 제가 보면 ‘만능의 보검’이 아니라 ‘핵의 저주’에 빠져 있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무슨 얘기냐 하면, 북한은 핵개발로 인해서 좋아진 게 하나도 없습니다.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우선 국제사회가 제재를 함으로써 고립됐고 경제난이 심화돼서 지속적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주민들의 생활이 어려워지지 않습니까. 안보도 더 위태로워졌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북한의 핵 위협을 받는 한미일은 북한보다 훨씬 더 국력이 강한 나라들입니다. 그래서 안보 위협을 받으면서 수수방관하고 있을 나라들이 아닙니다. 그래서 북한의 핵 도발 위협에 대해 대비를 하게 되니까, 한반도에서는 상당히 무력이 강화되는 상황이 발생하는데, 이렇게 무력 경쟁이 되다 보면 경제력이 가장 약한 북한이 제일 어려워지는 것이죠.
기자) 북한 내부에 대해 질문드리겠습니다. 7월 말에 압록강 인근에 내린 집중호우로 큰 피해가 발생했는데, 북한은 정확한 인명피해 규모를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1천 명 이상 인명 피해가 났을까요?
김천식) 상식적으로 보면 이번에 많은 인명 피해가 있는 것이 당연한 것이고 또 그런 정황도 있습니다. 다만 북한이 이를 철저하게 은폐하고 있고 또 그것이 민심이반과 관련되는 일이라고 하는 것이 김정은이 이걸 직접 나서서 민심을 수습해야 될 상황으로 지금 돼있지 않습니까. 그런 걸 볼 때 지금 북한에서 여러 가지 어려운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확산되는 것이 북한 정권의 안전에 별로 좋지 않다고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김천식 원장님 대단히 감사합니다.
김천식)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김천식 전 통일부 차관으로부터 이산가족 상봉과 한국의 8.15 통일 독트린 등 남북관계 현안과 해법을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최원기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