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군사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가 국군의 날 처음 공개한 ‘현무-5’ 미사일이 북한의 지하 시설을 파괴하는 데는 매우 효과적이지만, 전술핵에는 크게 못 미친다고 평가했습니다. 재래식 탄두로는 최고 수준이지만 핵무기와는 위력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는 설명입니다. 안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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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방장관실 대량살상무기(WMD) 특별 고문을 역임한 로버트 피터스 헤리티지재단 핵 억제 및 미사일 방어 연구원은 3일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현무-5의 탄두는 재래식 탄두 중에서 최상위급일 것”이라며 “우리의 MOP(대형 관통 폭탄)과 같은 재래식 탄두 범주에 속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 공군에 따르면, MOP는 ‘지하 깊숙한 곳의 단단한 벙커나 터널 안의 적 대량살상무기에 접근해 파괴하는, 어렵고 복잡한 임무를 수행하도록 설계된 무기 체계’입니다.
피터스 연구원은 “현무-5의 탄두를 전술핵이나 저위력 핵탄두라고 부르기엔 무리가 있다”며 “매우 큰 재래식 폭발력을 갖고 있지만, 전술핵과 같은 폭발 효과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가장 위력이 적은 핵탄두와도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설명입니다.
[녹취: 피터스 연구원] “Its warhead is probably at the top end of conventional warheads. In most inventories it would probably be considered in the same category of conventional warheads that we have for such as our MOP or massive ordinance penetrator. I wouldn't go so far as to call it a tactical warhead or a low yield nuclear warhead.”
탄두 중량 8t, 재래식 무기로는 세계 최고 수준
재래식 단거리 탄도미사일인 현무-5는 지난 1일 국군의 날 기념행사에서 9축 18륜 이동식 발사 차량(TEL)에 장착된 원통형 발사관 형태로 처음 공개됐습니다.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한국 군 관계자는 “현무는 북한 전 지역에 대해 초정밀 초고위력 타격이 가능하다”고 소개했습니다.
현무-5는 탄두 중량이 8t에 달하며, 이는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한국 언론들은 통상 탄도미사일 탄두 중량이 1t 수준인 데 비해 현무-5는 탄두 중량이 8배에 달해 재래식 무기로는 최강급 파괴력을 지녔으며 전술핵에 버금가는 파괴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이날 북한 대외 관영 ‘조선중앙통신’에 발표한 담화에서 현무-5를 ‘탄두 중량이 8t에 달해 전술핵무기급이나 다름없다는 황당한 궤변으로 분식된 흉물’이라며 ‘쓸모없이 몸집만 잔뜩 비대한 무기’라고 평가절하했습니다.
또 현무-5를 실은 이동식 발사 차량을 ‘기형 달구지’라고 조롱하며, “크기가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우리 방사포 1대의 투발 능력은 재래식 탄두의 폭약량으로 환산하면 900t의 폭발력과 맞먹는 것으로 계산된다”고 주장했습니다.
한국이 아무리 재래식 탄두의 중량을 늘려도 전술핵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전술핵 폭발력의 1천분의 1 수준
전문가들은 실제로 현무-5의 폭발력이 전술핵에 훨씬 못 미친다고 진단합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이날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미국의 표준 핵무기는 대략 미국이 2차 세계대전 때 일본에 사용한 10~20kt 정도의 위력”이라며 “8t인 현무-5는 훨씬 위력이 작아 폭발력은 핵무기보다 1천 배 정도 낮은 수준”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베넷 선임연구원] “So let's compare for the US, the standard nuclear weapon is, it is roughly the range of what the US used against Japan in World War II around 10 to 20 kilotons. That's 10,000 to 20,000 tons of TNT. This missile has 8 tons. So it's much smaller. It will cause an explosion much smaller than a nuclear weapon would cause by a factor of about 1000 times the explosive power less.”
이어 “전술핵에 비해 현무-5의 폭발력은 훨씬 적다”면서, “폭발력을 논할 때는 그 효과가 미치는 거리를 기준으로 보는데, 현무-5의 폭발력이 전술핵무기의 약 1천분의 1 수준임을 고려하면, 그 영향 반경은 핵무기보다 8~10배 작은 범위에 그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따라서 ‘현무-5가 전술핵에 버금간다’는 표현은 ‘과장’이라는 지적입니다.
피터스 연구원도 “최첨단의 가장 강력한 재래식 무기라 할지라도 핵무기와는 여전히 절대적인 차이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피터스 연구원] “There's still a categorical difference between nuclear weapons and even the most advanced and most powerful conventional weapons.”
북, 지하 시설에 군사 자원 보관∙∙∙출입구 파괴에 효과적
전문가들은 현무-5가 실전에선 북한의 주요 군사 자원을 보관한 지하 시설 등을 파괴하는 데 매우 유용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현무-5는 대부분의 지하 시설을 효과적으로 파괴할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지하 80~100m 깊이에 위치한 시설의 경우, 출입구는 폐쇄할 수는 있어도 지하 시설 전체를 파괴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베넷 선임연구원] “If you use the Hyunmoo 5 against most underground facilities, it's going to destroy them. It's going to be very effective against them. But if you're talking about some deep underground facility, the Hyunmoo 5 would certainly close the entrance to that facility.”
이어 “정말 깊은 지하 시설은 재래식 정밀 무기로는 파괴할 수 없기 때문에 훨씬 더 강력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핵무기가 필요하다”면서도 “그러나 그렇게 깊은 지하 벙커는 북한에 많지 않을 것이며, 많아야 5~10개 정도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핵무기, 미사일, 생화학무기 등을 보관하는 지하 시설을 파괴하려 할 때 현무-5는 매우 유용한 무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피터스 연구원은 “현무-5의 가장 효과적인 사용은 (무기고로) 의심되는 지하 터널 입구 몇 곳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미사일 등 주요 군사 자원을 수많은 지하 터널에 보관하고 있기 때문에, 비록 지하 벙커 자체를 파괴하지 못하더라도 출입구를 파괴해 무력화하는 데 현무-5가 매우 유용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녹취: 피터스 연구원] “What would be most effective would be to rubbleize in some of the suspected entry points to some of the adits. So these are, you know, the North Koreans have an incredible number of tunnels in which they keep key capabilities and activities inside of a lot of their missiles.”
지하 시설 탐지 정보 역량이 관건
전문가들은 북한과의 실제 전쟁 상황에서 현무-5는 북한의 핵∙미사일 등이 저장된 지하시설을 노릴 것이라며, 관건은 이런 시설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 역량이라고 말했습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문제는 한국이 북한의 미사일이 저장된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위성과 기타 정보 자산을 보유하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베넷 선임연구원] “The challenge will be whether or not South Korea has the satellite and other intelligence to tell South Korea where all of those missiles are stored.”
한미연합사 작전참모를 역임한 데이비드 맥스웰 아태전략센터 부대표는 이날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북한에는 지하 시설망이 광범위하게 구축돼 있다”면서 “모든 지하 시설을 파괴할 수 있는 무기는 만들 수 없기 때문에 특정 목표물을 노릴 정보력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따라서 “중요 목표물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정보 분석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지휘 통제, 정보 자산, 발사 시스템 등 주요 목표물을 정확히 타격하기 위해선 광범위한 정찰과 감시가 필요하다는 설명입니다.
[녹취: 맥스웰 부대표] “So it's critical that intelligence analysis be conducted to determine where the high value targets are. The high value targets for command and control leadership for their intelligence, their firing systems, their storage sites all of those high value targets require extensive intelligence, a reconnaissance and surveillance to determine those locations so that they can be attacked accurately with accurate targeting with these weapons systems.”
맥스웰 부대표는 “따라서 현무-5 같은 무기 체계를 운용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효과적인 목표물 조준에 필요한 정보 확보”라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안준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