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디지털 플랫폼 독과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규제를 추진 중인 가운데 미국 무역대표부는 한국의 관련 움직임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시장 내 모든 기업 간 공정한 경쟁이 촉진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조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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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8일 한국 정부가 추진 중인 ‘플랫폼경쟁촉진법’(PCPA)과 관련해 공정한 경쟁이 유지되길 바란다는 입장을 강조했습니다.
[미 무역대표부 대변인] “We are monitoring the legislation being put forth in South Korea with the goal of ensuring that any actions taken promote competition.”
무역대표부 대변인은 한국에서 디지털 플랫폼 독과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규제 법안이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은 한국에서 활동하는 미국 기업이 차별적 관행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느냐’는 VOA의 질문에 “우리는 모든 조치가 경쟁을 촉진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을 목표로 한국에서 발의되는 법안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한국의 법안이 시장 내 경쟁을 저해하지 않고, 특히 미국 기업에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도록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앞서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9일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 입법 방향’ 발표를 통해 “대형 디지털 플랫폼 사업자들의 반칙 행위를 막고 위법 행위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방향으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자사 서비스를 우대하거나 불공정 거래를 통해 경쟁을 억압하는 행위를 사전에 규제함으로써 불공정 거래를 방지하고 독과점 문제를 해결해 중소 사업자와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며 건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이를 두고 최근 워싱턴 일각에서는 플랫폼경쟁촉진법안이 미국 기업에 차별적 규제를 가하고 중국 기업에는 오히려 이득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워싱턴의 정보기술혁신재단(ITIF)의 릴라 노라 키스 선임 정책연구원은 8일 VOA에 “PCPA는 미국 디지털 기업들이 상호운용성 및 데이터 공유 요구 사항과 같은 규정을 준수하도록 강제함으로써 미 기업에 해를 끼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키스 연구원] “The PCPA could harm American digital companies by forcing them to comply with provisions like interoperability and data-sharing requirements while placing no comparable burdens on their Chinese competitors, who it appears would not be covered by the bill, and could actually end up benefiting from it… It’s important to note that there are other proposals for ex-ante digital regulation in South Korea, different from the PCPA, as well as recommendations to amend existing laws, or additionally, keeping the current status quo and allowing Korean digital markets to continue to thrive, and it remains unclear which direction Korea will take…it shows how regulations like the PCPA would create tensions in the critical US-Korea relationship, which also would ultimately benefit China.”
반면 “이 법안의 적용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중국 경쟁업체에는 동일한 부담을 지우지 않아 오히려 혜택을 받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한국에서는 PCPA와는 다른 선제적 디지털 규제안과 기존 법률을 개정하는 방안, 또는 현 상태를 유지하면서 한국 디지털 시장이 계속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이 제시되고 있다”며 “한국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는 아직 불분명하다”고 설명했습니다.
키스 연구원은 또 하원에서 한국의 규제로부터 미국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법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을 언급하며 “PCPA와 같은 규제가 중요한 미한 관계에 긴장을 조성하고 궁극적으로는 중국에도 이익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공화당의 캐롤 밀러 하원의원은 지난달 27일 한국의 디지털 규제 정책이 미국 기업에 불리하게 작용할 경우 미 무역대표부가 이를 조사하고 대응하도록 하는 내용의 '미한 디지털 무역 집행 법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법안은 한국 정부가 디지털 규제를 도입해 미국 기업에 피해를 줄 경우 미한 자유무역협정(FTA)과 세계무역기구(WTO) 등을 통해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밀러 의원은 법안 발의 당시 성명을 통해 “한국은 중요한 경제 및 안보 파트너지만, 미국 디지털 기업들이 한국 법의 표적이 되는 것을 가만히 두고 볼 수 없다”며 한국의 플랫폼경쟁촉진법이 “중국 기업에 이득을 주고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협하며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VOA는 PCPA에 대한 미국 내 우려와 관련해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에 논평을 요청하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편, 중국의 무역 정책 관련 활동을 분석하는 웹사이트 ‘차이나 트레이드 모니터’의 공동 창립자인 시몬 레스터 베이커 연구소 비상임 연구원은 지난 5월 한미경제연구소(KEI) 웹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한국의 PCPA가 미국 기업에 차별적이라는 주장을 반박했습니다.
베이커 연구원은 미국의 주요 기술 기업들이 한국 디지털 규제안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한국 디지털 시장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규제의 영향은 미국 기업이 아니라 네이버와 카카오와 같은 한국의 국내 대기업들이 더 크게 받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가 추진 중인 규제는 특정 외국 기업에 대한 차별이 아니라 국가 간 디지털 무역 및 데이터 보호 규제의 일환으로 해석돼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VOA 뉴스 이조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