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인구 10% 이상이 강제 노동에 시달리는 노예국가라고 이신화 전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가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인권 유린에는 공소시효가 없다며 정치범수용소 소장 등 북한의 인권 유린 책임자는 처벌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국의 이신화 전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2022-2024)를 최원기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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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최근 공개된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의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에서 다시 공개처형이 이뤄지고 있다고 합니다. 북한 당국이 왜 다시 공개처형을 하는 것인지, 그 배경과 의도를 어떻게 보시는지요.
이신화) 북한에서 공개처형이 다시 증가하고 있다는 여러 보고를 저도 읽었습니다. 특히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얼마 전에 79차 유엔 총회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인권 상황이 코로나 사태 이후에 악화됐고, 또 주민 통제가 극도로 악화됐고, 공개처형을 통한 공포정치가 확대되고 있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 제가 알기로는 2024년 7월에 약 30명의 청소년이 단지 한국 드라마를 시청했다는 이유로 공개처형된 사례가 보고됐다고 하는데, 말도 안 되는 일인데, 외부 문화 유입이나 체제 저항에 대한 억압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고요.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려고 공개 처형을 자주 활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기자) 미국과 한국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로 인해 북한 주민의 인권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말하는데, 왜 그런 것인지 설명해 주시죠.
이신화)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제가 국제정치를 공부했기 때문에도 그렇고요. 김씨 세습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 영어로 말하면 ‘엣 올 코스트’(at all cost) 어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그 일환에서 나왔기 때문에 이 두 가지가 연결될 수밖에 없고, 그래서 북한 주민의 인권이 악화될 수밖에 없는데요. 외부적으로는 군사적 모험주의, 비핵화가 아니라 군축을 하고 싶겠죠, 미국과 담판을 통해서, 정상국가 인정을 받고 싶은 거죠. 내부적으로는 정보를 통제하고 공포를 조성해서 어떠한 반대도 일어나는 것을 억제할려고, 그러다 보니까 인권 유린이 되는 거죠.
기자) 언론 보도를 보면 북한에는 한국의 노래와 드라마, 영화를 보면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위반으로 처벌받는 청소년들이 늘고 있습니다. 외국의 노래와 영화를 보는 것이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나요?
이신화) 2020년 12월이었죠. 반동사상문화배격법, 누구든 극형에 처한다는 것인데, 그냥 그게 말로만 협박하는 것인 줄 알았는데, 진짜 공개 처형을 하고 있고. 그리고 청년교양보장법, 2021년이었고, 평양문화어보호법이 2023년 초반에 나타났고, 국가기밀보호법이 2023년 후반기에 나타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3-4개의 악법이 이렇게 짧은 단기간 동안에 만들어졌다는 것은 결국 외부 문화나 종교에 관한 처벌을 염두에 뒀지만, 그만큼 한류가 많이 파급되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게 강해졌다는 것은 청년층이 정부의 배급이라는 것을 모르는 장마당 세대이지 않습니까. 시장 맛을 본 세대거든요. 그럼 이제 안으로부터의 붕괴를 우려하겠죠. 따라서 이런 법이 갑자기 생긴 것은 그만큼 한류나 외부 문화가 북한 내에 만연되어 있다는 반증일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점점 극형에 처하는 것은, 그만큼 자기 체제 위협에 커진다라는 것을 두려워하는 김정은 정권의 이면을 보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죠.
기자) 북한은 2022년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가 발생해 주민 상당수가 사망했습니다. 당시 미국과 국제사회는 북한에 코로나 백신 제공 용의를 밝혔으나, 북한 당국은 거부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체면 때문에 애꿎은 주민이 희생된 것 아닌가요?
이신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많은 국가들이 불편을 겪고 북한에도 불편을 줬는데, 이미 자기 먹을 것이 있는 김정은과 엘리트들은 큰 불편함이 없었겠죠. 오히려 김정은에게는 “어, 이렇게 국경을 막으니까 통치도 공고히 하고, 정권 유지하기도 좋다”고 보고, 전면적으로 이용하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방역을 구실로 봉쇄하고, 과잉 통제하고 그러니까 인권 유린은 더 심화된 거죠.
기자) 북한은 주민들을 핵심계층, 동요계층, 적대계층 등 3계층, 51계 부류로 세분화한 성분제를 운영하고 있는데, 전체 인구의 10%가 노예라면 북한은 일종의 노예국가 아닌가요?
이신화) 성분제는 주민을 철저히 통제하고 감시하는 중요한 사회적 기제죠. 핵심계층이 있고 동요계층이 있고 적대계층이 있고 추가적으로 51개 세부 계층이 있다고 알고 있고요. 성분에 따라서 사회적 지위나 취업, 교육, 복지 같은 기회가 극도로 제한돼 있고. 특히 적대계층은 강제 노동이나 억압받고 있고. 10% 인구가 그렇다면 노예와 유사한 상태로 강제 노동에 동원되는 경우도 많겠죠. 그리고 또 탈북자 증언에 따르면 국군 포로를 북한 내에 43호로 분류하고 아주 낮은 지위에 속합니다. 반면에 김정은 직계는 1호, 최고 권력층이죠. 그러니까 성분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리고 1호 도로라는 게 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1호 중앙차선, 최고 지도자인 김정은과 그 직계 가족만 그 도로를 쓸 수 있다고 하는데, 그러한 면에서 볼 때 조선시대 왕이 사용하는 ‘어도’처럼 북한의 1호 도로도 유사한 것 같아요. 그러한 의미에서 북한은 노예국가일 수도 있고, 왕조시대 아니면 철권통치에 의한 독재국가로 볼 수 있지 않을까요.
기자) 이신화 대사님은 과거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의 르완다학살독립위 특별자문관을 지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유엔의 이같은 경험을 북한 정치범 수용소에 적용할 수 있을까요?
이신화) 제가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의 르완다학살독립위 특별자문관을 하면서 가장 느꼈던 것은 시간이 얼마나 지나더라도 어카운터빌리티(accountability), 책임 규명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겁니다. 당시 국제사회가 제때 개입하지 못해서 발생한 비극이었거든요. 이로 인해 인권 보호와 예방적 조치에 더 큰 중요성을 부여하게 됐었던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는 북한에 특히 정치범 수용소에 중요한 교훈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르완다 학살의 경우 학살 이후 정권교체가 이루어지고, 투치족이 잡고 나서 학살을 주도했던 후투 정권이 물러났기 때문에 새로운 정부가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통해 ‘르완다 전범재판소’(ICTR)를 적극 활용했거든요. 2014년에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가 보고서를 냈을 때 당시 북한 최고 지도자를 ICTR에 제소하라고 권고했을 때 북한이 완전 패닉이었어요. 아마 지시가 떨어져서 그랬겠지만, 김정일이란 말을 안 넣기 위해, 그러면서 추가로 유엔의 인권 관련 의정서를 협력하는, 일종의 타협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었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북한을 압박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자) 아까 정치범 수용소 말씀을 해주셨는데, 만일 북한 정권이 무너지고 그러면 관리소장, 정치범 수용소장 이런 사람들은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까?
이신화)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제가 지금 정확하게 기억을 못 하겠는데, 몇 년 전에 독일 나치에 부역했던 101세인가 하는 사람이 (법정에서) 5년 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이처럼 시효가 없는 경우가 적용될 수 있다고 봅니다.
기자) 이 방송을 북한 주민들이 듣고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면 해주시기 바랍니다.
이신화) 북한 주민들이 듣고 있다면, 우리가 여러분들을 도와주고 싶다는 얘기를 꼭 하고 싶어요. 또 저희가 여러분을 절대 잊지 않고 있다는 것도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근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지 여러분들을 독재정권의 피해자로만 바라보고 있지 않고요. 여러분이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 낼 파워를 가진 행위자다, 존재라는 것을 꼭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여러분, 절대 혼자가 아니다, 여러분을 꼭 기억하고 있겠다. 저도 국제사회도 어떻게든 도울 방법을 찾고 있다라는 것을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한국 이신화 전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로부터 북한 인권 상황이 악화되는 배경과 문제점 그리고 인권유린 책임자 처벌 전망 등을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최원기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