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유엔총회서 “북한, 북송 탈북민 인권 존중하라”…북한은 ‘반발’

유엔총회 제3위원회 회의장

인권 문제를 다루는 유엔총회 3위원회 회의에서 한국이 탈북민 문제와 관련해 강제송환 금지 원칙을 강조했습니다. 북한에는 강제북송된 탈북민 처우를 개선하라고 요구했는데, 북한은 즉각 반발했습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Your browser doesn’t support HTML5

한국, 유엔총회서 “북한, 북송 탈북민 인권 존중하라”…북한은 ‘반발’

한국이 유엔총회 회의에서 탈북민 강제북송 문제를 제기하며 개선을 촉구했습니다.

허인선 유엔주재 한국대표부 참사관은 25일 ‘고문’을 주제로 열린 유엔총회 3위원회 회의에서 “우리는 모든 유엔 회원국들이 고문방지협약에 따라 북한 탈북민들과 관련해 특히 강제송환 금지 원칙을 준수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허인선 참사관] “We call on all member states to uphold the principle of non-refoulement, particularly in relation to the North Korean escapes under the Convention against Torture. The principle of non-refoulement is a core principle of international human rights law that applies to all migrants regardless of their migrant status.”

허인선 유엔주재 한국대표부 참사관

허 참사관은 “강제송환 금지 원칙은 이주민의 신분에 관계 없이 모든 이주민에게 적용되는 국제 인권법의 핵심 원칙”이라면서 이같이 지적했습니다.

중국은 지난해 10월 북중 접경지역에서 탈북민 500~600여 명을 강제 북송한 것으로 알려졌고, 이에 국제사회는 중국에 탈북민 강제 북송 중단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탈북민을 경제적 목적으로 탈출한 ‘불법 이민자’로 규정하며 합법적인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이들을 국제법과 국내법, 인도주의 원칙에 따라 처리하고 있다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고문방지협약 비준하고 탈북민 인권 존중해야”

허 참사관은 또 “이와 관련해 우리는 북한이 조속히 고문방지협약을 비준하고, 강제 북송된 탈북민들의 인권을 존중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허인선 참사관] “In this regard, we urge North Korea to ratify the Convention against Torture as early as possible and to respect the human rights of the escapees who have been forcibly repatriated back to North Korea. The Republic of Korea would like to seek special reporters' position on the situation faced by North Korean escapes who were forcibly repatriated and request for your continued attention to this important matter.”

그러면서 “한국 정부는 강제 북송된 탈북민들이 직면하는 상황에 대한 특별보고관의 입장을 듣고, 이 중요한 사안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요청하고자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은 고문방지협약에 가입하지 않고 있습니다.

고문방지협약은 고문과 잔인하거나 비인도적인 대우를 금지하고, 강제송환 금지 원칙을 명시하여 어떠한 경우에도 고문이나 박해가 우려되는 국가로 개인을 송환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북한으로 강제 송환된 탈북민들은 간첩 혐의, 정치적 반체제 활동, 또는 국가의 통제에서 벗어났다는 이유로 처벌을 받으면서 심각한 인권 침해를 당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돼 왔습니다.

북한 “한국 발언 거부…조작된 것” 주장

북한은 이날 한국의 이 같은 지적에 즉각 반발했습니다.

김남혁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3등 서기관은 반박권을 사용해 “우리 대표부는 한국의 북한 인권 관련 발언을 단호히 거부하며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남혁 서기관] “My delegation categorically rejects and strongly denounce the ANTDPRK human rights record of ROK. It's a wanton infringement upon the dignity and sovereignty of our state and a grave politically motivated provocation against the DPRK. The so called false repatriation touted by Ark is totally fabricated by false and disinformation. All allegations against the DPRK made by ROK are manipulated for the sake of the sinister political plot aiming at tanishing the image of our state and has no relation to the reality of our people who are enjoying genuine human rights.”

김남혁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3등 서기관

김 서기관은 한국의 발언을 주권에 대한 침해이자 중대한 정치적 도발로 규정하면서, 한국이 말하는 강제송환 문제는 허위 정보에 의해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이 북한에 대해 제기하는 모든 혐의는 우리의 국가 이미지를 실추시키려는 음흉한 정치적 음모에 의해 조작된 것으로 진정한 인권을 누리고 있는 북한 인민들의 현실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강변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의 현실을 완전히 무시하고 불순한 정치적 목적으로 인권을 악용하려는 어떠한 시도나 적대적 행위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한국 대표가 북한을 ‘DPRK’가 아닌 ‘노스 코리아’로 지칭한 점을 문제 삼으면서 “몰상식하다”고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북한은 지난해까지 국제회의에서 한국을 ‘사우스 코리아(South Korea)’로 지칭했지만, 최근엔 ‘ROK’ 즉 대한민국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이날 설전으로 한국과 북한은 지난 21일부터 닷새 연속 공방을 벌이게 됐습니다.

한국과 북한은 지난 21일과 22일, 24일 열린 유엔총회 1위원회 회의에서 북러 군사협력과 북한군 파병, 핵개발 문제 등을 놓고 격돌했으며, 23일과 25일에는 인권 문제를 다루는 3위원회에서 열악한 북한의 인권 현실을 두고 설전을 이어갔습니다.

지난 3일 시작된 3위원회 회의는 다음 달 22일까지 계속됩니다.

오는 29일에는 엘리자베스 살몬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출석하는 북한 인권 상호 대화가 열릴 예정입니다.

아울러 3위원회는 다음 달 20일이나 21일에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VOA 뉴스 조상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