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반도체 기업 “북한과 거래 안 해… 불법 전용과 오용 강력 규탄”

지난 9월 7일 우크라이나 폴타바주 미르네와 빌리키 마을 근처에서 격추된 북한산 KN-23 혹은 KN-24로 추정되는 단거리 미사일 파편. (사진출처: 독립반부패위원회 'NAKO')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공격에 사용한 북한 미사일에서 자사 부품이 발견된 것으로 알려진 미국 반도체 기업이 북한과의 거래 의혹을 부인했습니다. 자사 제품의 불법 전용과 오용을 강력 규탄한다고도 밝혔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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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반도체 기업 “북한과 거래 안 해… 불법 전용과 오용 강력 규탄”

미국의 반도체 기업인 ‘애널로그 디바이시스’는 7일 “미국의 제재, 금수 조치에 따라 북한과 관련된 모든 판매, 서비스, 사업 활동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회사는 우크라이나 비정부 기구인 독립반부패위원회(NAKO)가 최근 보고서에서 지난 9월 우크라이나 폴타바주에서 격추된 북한산 단거리 미사일에서 최소 9개 서방 제조업체 부품들이 나왔다며 자사 부품을 거론한 데 대한 VOA 논평 요청에 이 같은 입장을 냈습니다.

“불법 전용오용 강력 규탄… 법 규정 준수 노력”

이어 “‘애널로그 디바이시스’는 당사 제품의 무단 재판매, 불법 전용과 오용을 방지하고 사업을 진행하는 국가의 관련 법률과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애널로그 디바이시스] “In accordance with U.S. sanctions and embargoes, ADI strictly prohibits any sales, services or business activities involving N. Korea. ADI is committed to preventing the unauthorized resale, illicit diversion, and misuse of our products, and to complying with applicable laws and regulations in the countries where we operate. We at ADI strongly condemn the illicit diversion and unintended misuse of our products.”

또 “'애널로그 디바이시스’는 당사 제품의 불법 전용과 의도하지 않은 오용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전체 반도체 업계가 직면한 과제이며, ‘애널로그 디바이시스’는 이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회사는 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제재를 준수하기 위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 장악 지역, 벨라루스에서의 사업 활동을 중단하고 모든 유통업체의 제품 배송을 즉시 중단했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불법 전용을 방지하려면 통합된 노력과 주의 깊은 접근이 필요하다고 굳게 믿고 있다”며 “반도체 부품의 부적절한 전용을 조사하고 이에 대응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려는 미국 의회, 연방 정부기관, 법 집행 기관, 비정부기구의 노력을 지지하고 이에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애널로그 디바이시스] “ADI firmly believes that preventing illicit diversion requires a unified effort and vigilant approach. ADI supports and is cooperating with efforts by the U.S. Congress, federal government agencies, law enforcement, and non-governmental organizations to investigate improper diversion of semiconductor parts and take appropriate action to stop it.”

우크라이나 비정부 기구인 독립반부패위원회(NAKO)는 최근 보고서에서 지난 9월 7일 우크라이나 폴타바주 미르네와 빌리키 마을 근처에서 격추된 북한산 KN-23 혹은 KN-24로 추정되는 단거리 미사일에서 서방 부품들이 나왔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초소형 전자 부품은 주로 미국에서 제조됐고, 이 밖에 스위스, 네덜란드, 영국에서도 제조됐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최소 9개 서방 제조업체에서 2021년부터 2023년 사이에 새로 제조된 부품들로 확인됐다고 말했습니다.

“위조품… 목적 외 사용 승인 안 해”

전기부품과 전자부품을 제조하는 XP 파워의 게빈 그릭스 최고경영자(CEO)는 29일 VOA에 보낸 이메일 답변에서 “이 보고서를 인지하고 있다”며 “당사는 북한에서 어떠한 사업도 진행한 적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릭스 CEO] “We are aware of this report. We have never done any business in North Korea and having examined the images we believe these components are counterfeits and have issued a statement to this effect. Unfortunately, counterfeiting of these sort of low value electronic components does occur but is fairly uncommon.”

이어 “사진을 검토한 결과 해당 부품이 위조품인 것으로 판단하고 성명을 발표했다”며 “안타깝게도 이러한 종류의 저가 전자부품 위조가 발생하긴 하지만 매우 드물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우리는 엄격한 수출 통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다양한 제재 체제에 따른 책임을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제품 오용 승인 안 해”

보고서에서 부품 제조사 가운데 하나로 지목된 ST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는 28일 VOA에 “전 세계 20만 명 이상의 고객과 수천 개의 협력사와 일하고 있다”며 “당사 제품을 의도된 목적 외로 사용하는 것을 승인하거나 묵인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ST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ST is an integrated device manufacturer. We work with more than 200,000 customers and thousands of partners around the world. We do not authorize nor condone the use of our products outside of their intended purpose. We have a comprehensive global trade compliance program through which we comply with all international trade rules and regulations. We have an internal export control compliance program that contains training and procedures to assure compliance with various export controls regulations.”

스위스에 본사를 둔 반도체 기업인 이 회사는 이어 “다양한 수출 통제 규정을 준수하기 위한 교육과 절차가 포함된 내부 수출통제 규정 준수 프로그램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특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002년 2월 말부터 유럽연합, 미국과 파트너 국가들이 러시아와 벨라루스에 대해 시행한 여러 제재와 수출 통제를 준수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어바인의 브로드컴 본사 건물.

“위조품일수도…북한에 직접 판매하지 않아”

앞서 미국 내 제조사 중 하나로 지목된 브로드컴도 24일 VOA에 위조품일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브로드컴] “Broadcom has not been provided sufficient information to determine whether the A3120 – the product identified in the NAKO report – is genuine. The A3120 product is a commodity component frequently subject to counterfeiting and not designed or suitable for military or aerospace use. The product was not sold directly by Broadcom nor by any Broadcom distribution partner to North Korea nor to any other sanctioned entity. We are committed to complying with all laws and regulations to prevent the export, sale, or diversion of our products, either directly or through distribution partners, to unauthorized buyers for illicit and illegal purposes. We will continue to work with our industry and distribution partners as well as the U.S. government on ways to improve reasonable compliance and due diligence.”

브로드컴은 “당사나 유통 협력업체가 북한이나 기타 제재대상 기관에 이 제품을 직접 판매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독립반부패위원회 보고서에서 확인된 제품인 A3120의 진품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지 못했다”며 “이 제품은 위조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상용 부품이며 군사 또는 항공 우주용으로 설계되지 않았고 적합하지도 않다”고 말했습니다.

브로드컴은 “당사는 모든 법률과 규정을 준수하며, 불법 목적으로 당사 제품을 직접 또는 유통 협력업체를 통해 승인되지 않은 구매자에게 수출, 판매 또는 전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데이미언 스플리터스 분쟁군비연구소 국장

앞서 영국의 무기감시단체인 분쟁군비연구소의 데이미언 스플리터스 국장도 VOA에 북한산 미사일에서 회수된 부품들이 위조제품일 수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스플리터스 국장은 지난 5월 VOA와 영상통화에서 “북한이 그 가짜 부품을 만들지 않았을 수 있다”며 “어떤 회사가 싼 재료로 만든 가짜 부품에 잘 알려진 상표를 사용해 가격을 올렸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스플리터스 국장] “It's not necessarily North Korean made. It could be that another company, you know, use the brand of a well known brand on fake components that are made using cheaper material, and then use that brand to increase the price. This is, this is not uncommon, especially in the semiconductor industry.”

국무부 “해당 기업들과 관여 중”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공격에 사용한 북한 미사일에서 미국을 포함한 서방 기업 부품이 발견됐다는 우크라이나 민간단체의 주장에 대해 미 국무부는 해당 기업들과 관련 사안을 논의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25일 VOA의 논평 요청에 “미국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발견된 러시아 (사용) 무기에 자사 제품이 사용된 미국 기업들과 관여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국무부 대변인] “The U.S. government is engaging U.S. companies whose products have ended up in Russian weaponry found on the battlefield in Ukraine. For additional questions regarding controls on the export of U.S.-origin items and technology, we refer you to the Department of Commerce.”

또 북한이 불법 무기 관련 민감한 물품을 획득하는 것을 막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국무부 대변인은 “미국은 수출통제, 제재, 차단, 외교적 관여, 법 집행조치 등 모든 관련 수단을 지속적으로 사용해 북한이 불법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과 관련된 민감한 품목과 기술을 획득하고 확산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국무부 대변인] “The United States continues to use all relevant tools –including export controls, sanctions, interdiction, diplomatic engagement, and law enforcement actions – to prevent procurement by and onward proliferation from the DPRK of sensitive items and technology related to its unlawful weapons of mass destruction and ballistic missile programs. We remain committed to the full implementation of UN Security Council resolutions related to the DPRK.”

또 “미국은 북한과 관련된 유엔 안보리 결의의 완전한 이행에 전념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