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러시아 파병으로 연간 3억 5천만 달러의 외화 소득을 올릴 것으로 이영종 북한연구센터장은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군이 투입된 쿠르스크 전투 등 앞으로 1-2달이 중요하다고 전망했습니다. 언론인으로 또 전문가로 30년 이상 북한을 관찰해 온 이영종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북한연구 센터장을 최원기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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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1일 러시아 본토 쿠르스크에서 북한군을 포함해 약 5만 명의 적군과 교전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파병된 북한군에서도 사상자가 나오겠죠?
이영종) 네, 안타깝게도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유감스럽지만 많은 사상자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북한군으로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 전장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문제가 있습니다. 또 두 번째는 러시아 지휘관에 배속된 상황이라 커뮤니케이션 등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요. 무엇보다 격전지에 투입됐다는 점, 또 러시아 군보다 앞서 전면에 나서야 하는 상황 등이 북한 장병들의 많은 희생을 불가피하게 하고 있습니다.
기자) 러시아는 파병된 북한군 병력 1만 명을 도착 한 달도 안돼 최전선인 쿠르스크에 배치했습니다. 북한군을 ‘총알받이’로 활용하려는 의도일까요?
이영종) 그렇습니다. 일부 외신이 보도했듯이 ‘고기 분쇄기’에 밀어넣는 끔찍한 상황이 임박해 있습니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쟁이 시작된 이후 러시아 측에서만 사상자가 60만 명이 발생했고요. 70만 명이 해외로 도피한 상황에서 푸틴은 북한군을 포함한 5만명의 병력을 격전지 쿠르스크 투입하려는 양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푸틴으로서는 2차대전 이후 처음으로 본토인 쿠르스크를 빼앗겼다는 점에서 이곳을 되찾아야 되는 절박한 상황, 자존심이 걸린 상황을 맞고 있습니다.
기자) 전문가들은 쿠르스크 전투를 포함해 앞으로 한두 달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는데요, 왜 그런 겁니까?
이영종) 1월 20일에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을 하게 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취임하면 24시간 내에 전쟁을 끝내겠다, 이렇게 언급을 했습니다. 물론 그것이 당장 현실화되기는 어려울 수 있고 또 시간이 걸릴 수도 있지만, 그의 발언이 상징하는 바가 크기 때문입니다. 북한군으로서는 개전 초기에 많은 성과를 거두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전투에서 격전을 치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요. 러시아 입장에서도 지금 우크라이나의 영토 18% 정도를 차지한 상황, 또 쿠르스크를 탈환해야 되는 상황이고, 또 푸틴의 조치에 따라 전쟁을 끝내야 되는 이런 상황을 맞게 될 경우 어떻게 해서든, 특히 영토 차지하는 부분에 있어서 유리한 국면을 차지하기 위해서, 앞으로 한두 달 내 격전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국면입니다.
기자) 북한 당국과 노동신문은 북한군 파병에 대해 일체 언급하지 않고 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북한 내부에서도 북한군 파병에 대한 소문이 퍼지겠죠?
이영종)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무엇보다 많은 군인이 투입돼 있고요. 두 번째로는 최초 파병이라는 사안의 중대성, 또 한국 방송 보도 등이 북한 내부에 전해져서 퍼질 수 있다는 점 등이 작용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할 경우 북한 내부의 소문이 번지는 걸 막기 어렵습니다. 어느 순간 김정은은 이 사실을 공개해야 될지 말아야 할지, 고민스러운 딜레마 상황에 빠지게 될 겁니다.
기자) 김정규 북한 외무성 부상은 10월 25일 북한군 파병과 관련 “그러한 일이 있다면 그것은 국제법적 규범에 부합되는 행동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맞는 얘기일까요?
이영종) 완전히 틀린 얘기고 허구입니다. 지난 6월 김정은과 푸틴이 평양에서 체결한 북러 신조약 제4조는 무력 침공시 전쟁 상태에 빠졌을 경우 유엔 헌장 51조와 국내법에 따라 파병을 한다, 이렇게 돼있습니다. 아마도 김정규도 이를 근거로 해서 발언을 한 것 같지만, 이 조항은 침략을 당한 경우, 그러니까 유엔 헌장 51조는 침략을 당한 경우에 도울 수 있는, 자위권 차원에서 도울 수 있는 점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은 불법이고 부당한 침략이기 때문에 이 규정에 맞지 않습니다. 이미 유엔 헌장 2조 4항의 강제규범, 그러니까 무력행사나 위협 금지에 해당하는 부분도 러시아는 위반하고 있습니다.
기자) 북한은 러시아에 1만 가량의 병력과 기술자 수천 명을 보내고 또 1천만발 가량의 포탄도 지원했는데, 이로 인해 얻는 외화 소득이 어느 정도 될까요?
이영종) 한국의 국정원과 한미 정보당국이 언급하고 있는 파병 규모 1만 1천 명을 기준으로 할 때, 이들이 월 2천 달러의 월급을 받는 것으로 파악이 되고 있기 때문에, 연간 이들이 벌어들이는 돈이 2억 6천만 달러 정도 될 것으로 보입니다. 김정은으로서는 개성공단에서 벌어들였던 5만 명의 근로자들이 일했던 것보다 8배를 더 벌어들일 수 있고요. 또 러시아에 파견된 근로자들이 또 800달러씩 월수입을 거두고 있습니다. 1천만 발의 폭탄, 무기 등을 감안하면 김정은은 연간 적어도 3억 5천만 달러, 그러니까 하루에 100만 불 이상씩 꼬박꼬박 거둬들이는 상황입니다. 김정은으로서는 놓치기 어려운 통치자금 불리기 수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자) 김정은 위원장이 왜 러시아 파병을 결정했는지 그리고 이같은 도박이 성공할까요?
이영종) 북러 간에 전쟁 참여를 통해서 혈맹관계로 양측의 관계를 격상시키려는 의도가 있고요. 또 실리적으로 외화를 벌어들이려는 이런 두 가지 포석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도박이 성공을 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합니다.
기자)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는 선거 유세에서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24시간 안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전쟁이 일찍 끝나면 북한군도 다시 귀국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이영종) 트럼프의 어떤 중재나 어떤 조치에 의해서 전쟁이 종결된다면 북한은 러시아에 남아있을 명분이 없게 됩니다. 본격적인 전투가 벌어지기 이전에 귀환을 하게 된다면, 김정은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올 수 있습니다.
기자) 11월 5일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했지만 김정은 위원장은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의 속내가 어떨까요?
이영종) 김정은은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에게 굴욕을 맛보았습니다. 만만하게 트럼프를 보다가 호되게 당한 것이고, 불에 덴 아이가 불을 무서워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습니다. 아마도 트럼프의 대북 접근 방식이 시즌 2에는 다를 것이다, 이런 우려 속에서 경계심을 보이고 있고요. 최대한 시간을 두고 탐색해 보겠다는 의도로 보입니다.
기자) 최근 김정은 위원장은 자신에 대한 경호를 상당히 강화한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내부적으로 뭔가 위험한 움직임이 있는 것일까요?
이영종) 파병으로 인해 군부 또 민간 부문에서 주민들 사이에 체제 이반 문제, 반김정은 정서가 퍼지는 것 아니냐, 이런 우려가 있는 것 같고요. 새로운 경호 장비라든가 차량을 지원한 이런 움직임도 보이고 있습니다. 친위 집단을 만나고 노동당 간부들이나 또 군부대를 방문할 때도, 경호를 겹겹이 하고 있는 이런 모습은 전례가 없는 일입니다. 여기에다 북한군 파병에 따른 국제사회의 어떤 위해 대상, 즉 우크라이나도 이제는 김정은을 제거할 수 있는 이런 위협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 대응한다는 차원에서 경호를 대폭 강화한 것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기자) 남북한 간에는 평양을 침투한 무인기 문제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누가 무인기를 평양으로 날려보낸 것일까요?
이영종) 북한의 주장대로 한국 정부나 군당국이 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입니다. 왜냐하면 한국 정부나 군 당국 또 정보 당국이 이런 행위를 감행했을 경우에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무인기 능력을 과시하고 싶어하는 한국의 민간 동호회 단체 등이 북한에 이런 행위를 감행했을 것이다. 이런 예상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이영종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북한연구 센터장으로부터 북한이 러시아 파병을 결정한 배경과 문제점 등을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최원기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