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장기간 대기 끝에 중국 룽커우항 부두에 접안한 북한 유조선 철봉산1호가 이번엔 부두에서 일주일 넘게 머무는 기이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억류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최근 소원해진 ‘북중 관계’에 주목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조명수)
선박의 위치 정보를 보여주는 ‘마린트래픽(MarineTraffic)’에 지도에 나타난 철봉산 1호의 모습입니다.
현지 시각 28일 새벽 3시 현재 중국 룽커우항 부두에 ‘접안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앞서 VOA는 철봉산1호가 지난 9월 28일 룽커우항의 대기 장소에 도착한 뒤 이 자리에서만 55일 간 머물렀다고 보도했는데, 통상 북한 선박이 정박지에서 1~3일 머문 뒤 부두로 이동하는 점으로 볼 때 철봉산1호의 이 같은 장기간 대기는 비정상적이라는 해석이 나온 바 있습니다.
철봉산1호는 이처럼 긴 대기 끝에 지난 20일 룽커우항의 한 부두에 접안했는데, 이번엔 8일이 지난 현재까지 이 부두에서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선박이 부두에 접안하는 것은 화물을 선적 혹은 하역하기 위한 것인데, 보통 이 작업은 짧게는 하루, 길게는 사흘이면 끝납니다.
따라서 철봉산1호의 이 같은 장기간 대기는 이례적이라는 지적입니다.
남아프리카 해군 대령 출신으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에서 활동했던 닐 와츠 전 위원도 철봉산1호의 움직임이 매우 이례적이라는데 동의했습니다.
닐 와츠 / 전 유엔 대북제재위 전문가패널 위원
“선박의 안전검사와 관련해 문제가 생겼을 수 있습니다. 너무 많은 결함이 발견된 상황이죠. 또 처리해야 할 빚이 남아있을 수도 있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습니다. 시간이 말해줄 것입니다. 선박을 다시 되팔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을 수도 있겠군요. 유조선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말입니다.”
와츠 전 위원의 설명처럼 실제로 중국을 비롯한 아태지역 항만국통제위원회 회원국들은 자국 항구에서 선박에 대한 안전검사를 실시합니다. 그리고 이를 통과하지 못한 선박은 문제를 시정할 때까지 출항이 금지됩니다.
그런데 중국 항만 당국은 올해 단 한 차례도 북한 선박에 대해 안전검사를 실시하지 않았습니다.
또 철봉산1호가 부두에 접안한 상태로 수리 중일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북한이 부담하기에 적지 않은 항만 비용이 발생한다는 문제로 이어집니다.
북한 노동당 39호실 출신으로 과거 북한의 해외 광물 거래에 직접 관여했던 탈북민 리정호 씨는 VOA에 “선박이 이처럼 오랜 기간 동안 한 항구에 머물게 되면 지불해야 할 항만 비용이 계속 늘어나게 된다”면서 “일반적인 상황이 아닌 것만큼은 분명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선박 회사가 중국 측에 지불해야 할 비용을 내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어떤 경우가 됐든 이는 “북중 관계의 이상 신호”라면서 “북한과 중국이 정상적으로 거래를 하고 있다면 그러한 비용 문제는 쉽게 해결되기 때문”이라고 리정호 씨는 설명했습니다.
리정호씨는 최근 북중 관계를 고려할 때 중국이 유엔 안보리 결의를 이행하고 있을 가능성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중 관계가 원활하지 않을 때 중국은 안보리가 원하는 것 이상으로 제재를 이행하곤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