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에 대해 법적으로 가능한 조치였으나 정치적 상황을 고려할 때 적절하지 않은 판단이었다고 분석했습니다. 미한동맹에 즉각적인 큰 영향을 미치지 않겠지만, 파장이 계속될 경우 한반도 안보와 한국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습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취재: 김형진 / 영상편집: 김정규)
시드니 사일러 전 미국 국가정보위원회NIC 국가정보분석관은 3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은 계엄령 선포가 자신이 문제 또는 위기라고 인식한 정치·안보 사안을 해결하기 위해 주어진 법적 권한을 정당하게 행사하는 것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분석했습니다.
야당이 다수당인 국회 상황에 따른 대치 국면에서 정부 정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지지율도 하락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윤 대통령은 계엄령이 돌파구라는 결론에 도달했을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시드니 사일러 / 전 미국 국가정보위원회 국가정보분석관
“검사 출신으로 법을 잘 아는 윤 대통령과 그의 보좌관들은 한국의 헌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 방법이 장기적으로 자신을 강화할 수 있는 유일한 정치적 돌파구라는 결론을 내렸을 것입니다.”
사일러 전 분석관은 그러면서 이번 계엄령 선포는 다른 세력의 정권 전복 목적이 아니라 대통령 판단에 따른 것이었고 대통령이 곧바로 국회의 계엄령 해제 결의를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심각한 민주주의의 위기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다만 계엄령 선포 자체는 민주주의의 진전은 분명히 아니라면서 윤 대통령의 계엄령 시도에 따른 한국 정치 상황의 전개를 국제사회가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미연합사 작전 참모를 역임한 데이비드 맥스웰 아태전략센터 부대표도 이날 VOA 에 윤 대통령이 계엄령 선포의 주요 배경 중 하나로 ‘북한 공산 세력과 종북 반국가 세력으로부터 국가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을 언급한 것에 주목했습니다.
그러면서 가장 낮은 지지율이 역설적으로 윤 대통령에게 행동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 같다면서, 그가 정치적으로 잃을 것이 없는 상황에서 종북 세력 척결이라는 정치적 목표를 갖고 조치에 나선 것으로 진단하고, 북한이 한국 내 상황을 악용해 군과 시민들 사이의 소요 사태를 부추기는 등의 방식으로 정치 및 안보 불안을 조장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로버트 랩슨 전 주한 미국대사대리도 북한의 악용 가능성을 지적하면서 미국은 굳건한 미한동맹과 방위공약이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에 북한이 이번 사태를 악용하려는 어떠한 움직임도 고려하지 말 것을 엄중히 경고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미국과 한국 관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며,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다만, 계엄령 선포의 적절성 등 이번 사태의 여파로 한국 내 정치적 불안이 계속된다면, 장기적으로는 적지 않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테렌스 로리그 / 미국 해군전쟁대학 교수
“만약 이것이 너무 혼란스럽거나 폭력적이지 않게, 비교적 단기간에 마무리될 사건이라면 그 영향은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고, 만약 오래 지속되고 한국 정부에 혼란이 지속된다면 전혀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한국에서 폭력과 불안정이 발생한다면, 분명히 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투자자와 비지니스 관계자들이 한국의 미래에 대해 잠재적으로 우려하게 될 것입니다.”
데이비드 필즈 / 위스콘신대 동아시아학연구소 부소장
“법의 정신이 지켜졌느냐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계엄령이 필요할 만큼 심각한 국가 안보 비상사태가 있었는가?’ 저는 이것이 특히 앞으로 며칠 동안, 그리고 오랫동안 논의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데이비드 필즈 위스콘신대 동아시아학연구소 부소장은 이어 러시아와 북한 등 역내 행위자들이 허위 정보에 관여하고 한국의 민주주의 안정을 훼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이번 계엄령 선포 직후 가짜뉴스 등 허위 정보가 유통된 사실을 거론하면서, 이 위기를 이용해 한국 정치를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려는 세력이 있다면서 경각심을 일으켰다고 평가했습니다.
VOA 뉴스 조상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