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한 미국 뉴스를 전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조 바이든 대통령이 1조 7천억 달러 규모의 2023 회계연도 연방정부 지출안에 서명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과거6년 치 세금 내역이 공개됐습니다. 연방 법무부가 미 최대 의약품 유통업체 중 하나인 ‘아메리소스버겐(AmerisourceBergen)’을 상대로 오피오이드 사태에 대한 책임이 있다며 소송을 제기한 소식, 이어서 전해 드립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첫 소식입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연방정부 지출안에 서명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29일 가족들과 휴가를 보내고 있는 미국령 버진아일랜드 세인트크루아섬에서 정부 지출안에 서명했습니다. 이로써 지출안은 법으로 효력을 갖게 됐는데요.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지출안은 2023 회계연도 예산으로, 총 1조 7천억 달러 규모에 달합니다.
진행자) 그런데 2023 회계연도는 이미 시작되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지난 10월 1일 새 회계연도가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회계연도가 시작되기 전에 본 지출안이 나오지 않아서 그간 임시 지출안으로 정부가 운영됐습니다. 임시 지출안은 본 지출안이 합의에 도달할 때까지 전년도 수준에서 연방 기관에 임시로 예산을 지원하는 내용입니다.
진행자) 임시 지출안도 몇 차례 연장됐던 걸로 아는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회계연도 마지막 날인 9월 30일에 가까스로 첫 번째 임시 지출안이 통과됐습니다. 12월 16일까지 정부 임시 예산을 확보해 놓고, 그동안 본 지출안 논의에 들어가려고 했는데요. 민주당과 공화당이 합의에 실패하면서 12월 23일까지를 시한으로 하는 임시 지출안을 재차 통과시킨 후, 30일까지를 시한으로 하는 세 번째 임시 지출안까지 통과됐었습니다.
진행자) 그리고 드디어 본 지출안이 마련된 거군요?
기자) 맞습니다. 상∙하원 세출위원회는 지난 20일 민주당과 공화당이 합의한 4천 쪽이 넘는 분량의 2023 회계연도 본 지출안 세부 내용을 공개했습니다. 이후 지출안은 상원에서 68대 29로, 하원에서는 225대 201로 통과됐습니다.
진행자) 정부 지출안 규모가 상당합니다. 1조 7천억 달러 규모인데,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까?
기자) 정부 지출안은 12개의 세출법안이 담겨 이른바 ‘옴니버스 패키지’라고 불리는데요. 그간 민주당과 공화당이 줄다리기해온 여러 쟁점 법안이 많이 포함됐습니다.
진행자)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볼까요?
기자) 우선, 지출안은 크게 국방 예산과 비국방 예산으로 나눌 수 있는데요. 국방 예산으로는 8천580억 달러가 책정됐습니다. 이는 지난해 7천400억 달러에서 1천억 달러 이상 많아진 것으로 당초 바이든 대통령이 요청한 액수보다도 많습니다. 그리고 비국방 예산은 7천725억 달러가 책정됐습니다.
진행자) 지출안에서 눈에 띄는 내용은 뭐가 있습니까?
기자)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예산으로 450억 달러가 책정된 부분입니다. 앞서 백악관은 러시아와 전쟁을 하고 있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해 의회에 377억 달러를 요청했는데요.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해당 지출에 반대했습니다. 특히 케빈 매카시 하원 공화당 대표는 우크라이나를 위해 “백지수표를 쓰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결국 초당적인 지지를 받았습니다.
진행자) 또 어디에 정부 자금이 들어갑니까?
진행자) 자연재해로 피해를 본 미국 내 지역사회 지원을 위해 370억 달러가 책정됐습니다. 또 저소득층의 대학 진학을 돕기 위한 연방 정부 장학금인 ‘펠그랜트’의 최고액을 500달러 인상하는 내용과 약물 오남용 방지와 치료 프로그램을 위한 주 정부 보조금을 1억 달러 인상하고, 퇴역군인을 위한 의료비 지출을 22% 증가하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출안에는 예산과 관련한 내용뿐 아니라 다른 법안도 포함됐다고요?
기자) 네, 대표적으로 '선거개표법(Electoral Count Act)' 개혁 법안이 있습니다. 지난해 1월 6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에 의해 의사당 난입 사태가 발생하자 대통령 선거 결과를 인증하는 과정에서 부통령의 역할을 더 명확하게 명시할 필요성이 제기됐는데요. 관련 내용을 담은 법안이 이번 지출안에 포함됐습니다. 또 짧은 동영상 공유 앱인 '틱톡'과 관련한 내용도 들어갔습니다. 중국 기업이 만든 이 앱을 통해서 미국인들의 정보가 중국에 들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는데요. 이번 지출안에 포함된 법안은 정부가 소유한 기기에서 '틱톡'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연방정부 지출안에 대한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출안이 상, 하원을 통과하자 “공화당과 민주당이 함께 일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며 환영했습니다. 또 백악관은 29일 성명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지출안 서명을 알리며 지출안 마련을 주도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미치 매코넬 상원 공화당 대표 등 양당 지도부에 감사를 전했는데요. 하지만 매카시 하원 공화당 대표는 이번 지출안은 ‘괴물’이라며 “자신이 의회에서 보았던 가장 수치스러운 법안 중 하나”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매카시 대표는 차기 하원의장으로 유력하지 않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지난달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근소한 차이로 하원 다수당을 차지하면서, 내년 1월 3일 시작되는 새 회기에 매카시 대표가 하원의장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매카시 대표는 현재 당내 강경 보수파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고요. 만약 이들 중 일부가 반대표를 던지면 하원의장 당선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인데요. 매카시 대표는 지출안에 불만을 나타내며, 역시 지출안의 규모와 범위를 강하게 반대해온 강경 보수 의원들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다음 소식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과거 6 년 치 세금 내역이 공개됐다고요?
기자) 네, 미 하원 세입위원회는 30일 계좌번호와 사회보장번호(SSN) 등 일부 민감한 개인정보를 제외하고, 지난 2015년에서 2020년까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세금 보고서 내역을 대중에 공개했습니다. 이 기간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임 기간이 포함되는 시기인데요. 이로써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세금 내역 공개 여부를 두고 수년간 진행돼왔던 법정 공방이 막을 내린 겁니다.
진행자) 이번 세금 내역 공개를 통해 어떤 점이 발견됐습니까?
기자) 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통령 임기 첫해인 2017년과 마지막 해인 2020년 연방 소득세를 거의 납부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2017년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납부한 연방 소득세는 750달러가 전부였고요, 특히 2020년에는 소득세를 전혀 납부하지 않았고, 오히려 547만 달러에 대한 환급을 요청했습니다. 이에 따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 이후 재임 첫 3년 동안 납부한 금액은 총 약 110만 달러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소액의 세금을 납부할 수 있었던 원인은 뭡니까?
기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막심한 손실이 있었다고 주장하며, 세금 감면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보고한 세금 내역을 보면,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줄곧 손실을 보고했습니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세금 감면을 받기 위해 손실액을 다음 해로 이월하는 방식을 사용하기도 했는데요. 예를 들어 2015년 약 1억500만 달러, 그리고 2016년 7천300만 달러에 달하는 손실액을 이월했습니다.
진행자) 앞서 세입위는 지난주 국세청(IRS)이 본연의 업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었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세입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민주당 소속 리처드 닐 의원은 이날(30일)도 성명을 내고 “국세청이 자신의 요청이 있기 전까지 대통령의 세금 내역에 대한 의무 감사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재차 밝혔습니다. 국세청은 대통령의 개인소득 신고 내역에 대해 의무적으로 세무조사를 이행해야 하는데요.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기간 4년 동안 국세청은 2019년 단 한 차례,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16년도 세금 보고 내역을 감사했습니다. 또 세입위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세청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고용한 변호인과 회계사 및 세무사들을 대할 때 매우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세금 보고 내역 공개가 왜 이렇게 문제가 된 건가요?
기자) 네, 우선 미국에서는 보통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나 현직 대통령, 부통령은 개인 세금 보고 내역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런 관례를 깨고 자신이 세무 조사를 받고 있다며 세금 보고 명세를 일절 공개하지 않았는데요. 민주당 의원들은 공직자의 이해 충돌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제기해왔습니다. 또 ‘뉴욕타임스’ 신문은 지난 2017년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시에 제정된 ‘세금 삭감 및 고용법(TCJA)’으로 트럼프 일가와 소유 기업이 혜택을 받았는지도 이번 세금 보고서 공개를 통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이 법은 기업과 부유층의 세금 감면 혜택을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세금 보고서 내역이 공개된 데 대해 어떤 반응을 보였습니까?
기자) 이날(30일) 민주당과 연방 대법원을 공격하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민주당은 이 조사를 절대 하지 말았어야 했고, 대법원은 이를 승인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밝혔는데요. 그러면서 이번 세금 내역은 자신이 얼마나 자랑스럽게 성공적이었으며, 또 수천 개의 일자리와 기업 등을 창출하기 위한 인센티브로 감가상각과 다양한 세금 공제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었는지를 보여준다고 자평했습니다.
진행자) 이에 대해 공화당 측은 어떻게 반응했습니까?
기자) 네, 일부 공화당 의원은 이번 일이 위험한 선례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하원 세입위나 상원 재정위 위원장이 일반 시민이나 정치적 라이벌, 기업이나 노동계 지도자들의 세금 보고서 내역까지 공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질 수 있다는 비판입니다. 공화당은 특히 지난주 조 바이든 대통령 가족에 관련된 세금 정보를 공개할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세금 보고서 내역을 공개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새 법안이 나오기도 했죠?
기자) 네, 하원 민주당은 지난 22일 대통령 취임 후 90일 이내에 국세청이 대통령의 세무 조사를 완료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다만 오는 1월 3일부터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을 차지하게 되면서 사실 그 이상의 조처는 기대하기 힘들 것이란 전망입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마지막 소식입니다. 미 연방 법무부가 의약품 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 최대 의약품 유통업체 중 하나인 ‘아메리소스버겐(AmerisourceBergen)’이 소송에 직면했습니다. 법무부는 29일, 이 업체의 수년째 반복된 위반 행위가 마약성 진통제인 오피오이드 위기 사태의 원인을 제공했다며 아메리소스버겐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위반 행위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잘못을 했다는 겁니까?
기자) 법무부는 아메리소스버겐과 두 곳의 자회사가 적어도 수십만 건에 달하는 처방 진통제 주문 사례를 당국에 보고하지 않음으로써 ‘통제물질법(Controlled Substances Act)’을 위반했다고 지적했습니다. 통제물질법은 의약품 유통업체가 의심스러운 처방 진통제 주문을 감시하고 해당 사례를 마약단속국(DEA)에 보고하도록 명시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업체가 어떤 식으로 당국에 보고하지 않은 걸까요?
기자) 법무부는 소장에서 “아메리소스버겐이 처방된 오피오이드가 다른 쪽으로 쓰일 것을 알면서도 약국들이 보내온 주문을 보고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바니타 굽타 법무부 차관은 기자회견에서 “지난 수년간 아메리소스버겐은 법적 의무와 미국인의 안녕보다는 기업의 이익을 우선시했다”고 지적했는데요. 법무부는 해당 업체에 수십만 달러의 벌금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소장에 문제가 된 사례들이 구체적으로 담겨 있나요?
기자) 그렇습니다. 소장은 총 5곳의 약국을 지목하고 있습니다. 그 중 플로리다주의 약국 한 곳과 웨스트버지니아주의 한 약국은 “오피오이드가 주차장에서 현금으로 팔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고도” 아메리소스버겐이 이들 약국에 오피오이드를 보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콜로라도주의 한 약국에는 11명의 환자를 잠재적 마약중독자로 확인하고도 오피오이드를 공급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장에 따르면, 이들 11명의 환자 중 2명은 결국 약물 과다복용으로 사망했습니다.
진행자) 업체 쪽에서는 법무부 소송에 어떤 반응을 보였습니까?
기자) 아메리소스버겐은 29일 성명을 내고 이번 소송은 “법을 해석하고 집행하는 책임을 법무부와 마약단속국(DEA)에서 관련 규정을 따르고 있는 산업계로 전환하려는 시도”라며 불만을 나타냈습니다.
진행자) 미국에서 오피오이드 중독 사태와 관련해서 여러 건의 소송이 진행 중이라고요?
기자) 네, 지난 2월에는 아메리소스버겐을 포함한 미국 3대 의약품 유통업체와 제약회사인 ‘존슨앤드존슨’사가 여러 주, 지방 정부와 거액의 합의를 보기도 했습니다. 이들 주와 지방 정부는 오피오이드 사태의 책임이 제약사와 유통업체에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었는데요. 합의금의 규모는 무려 260억 달러로 약물중독 치료와 예방에 쓰이게 됩니다.
진행자) 약물중독은 미국에서 심각한 사회 문제 아닙니까?
기자) 맞습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지난 1999년 이래 100만 명 이상이 약물중독으로 숨졌습니다. 특히 오피오이드는 약물 과다복용으로 인한 사망의 주요 원인인데요. CDC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보고된 약 10만 8천 명의 약물 과다복용 사망자 중 8만 1천 명이 오피오이드 관련이었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