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도부, “한•미훈련, 더큰 충돌야기 우려”

중국 지도부는 한•미 연합군사훈련으로 긴장국면이 조성되면 더 큰 충돌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며 한미 훈련에 대한 우려의 뜻을 밝혔습니다. 또한 중국 지도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의장성명 채택이 천안함 사건의 종지부를 찍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6자회담을 통해 북한 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의 평화를 달성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중국 지도부는 한국 국회의원 방중 대표단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입장을 밝혔는데요, 베이징 온기홍 기자를 연결해서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문) 먼저 한·미 연합군사훈련과 관련해, 중국 지도부가 한국 국회의원 방중 대표단에게 전달한 발언부터 전해 주시죠.

답) 중국 공산당내 한반도 정책을 총괄하는 책임자인 왕자루이 대외연락부장은 어제 베이징에서 정의화 국회 부의장을 단장으로 한 한국 국회의원 방중대표단과의 면담에서 한·미 연합군사훈련으로 긴장국면이 조성되면 더 큰 충돌이 일어날지도 모른다고 말하며 한·미 군사훈련이 긴장국면을 조성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고 의원 대표단이 오늘 베이징 소재 한국 특파원단과의 간담회에서 밝혔습니다. 왕자루이 부장은 면담에서 한·미 간 연합군사훈련에 대해 유보적 입장이라고 언급했다고 의원 대표단은 전했습니다.

중국 정부가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대해 거의 10차례에 걸쳐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해 왔지만 중국 고위 관리를 통해 충돌이라는 표현이 나온 것은 이례적입니다.

중국 지도부와 면담을 소개한 참석 한국 의원 가운데 일부는 중국 지도부의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대한 입장 표명은 국회의원들을 통해 한국 정부에 이런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것으로 느껴졌다고 말했습니다.

문) 미군과 한국군이 계획하고 있는 서해 연합훈련에 항공모함을 파견하겠다는 미국의 발표와 관련해선, 중국 지도부는 어떤 입장을 보였나요?

답) 왕자루이 부장은 특히 최근 동해상에서 미군 항공모함이 참가한 훈련이 진행된 데 이어 조만간 서해 훈련에도 미군 항공모함이 참가한다는 데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왕자루이 부장은 천안함 사태 초기에 한국에 대한 중국 네티즌들의 동정 여론이 일었는데 군사훈련 실시 후에 중국 네티즌들의 한국에 대한 태도가 싸늘해 졌다고 전했습니다. 왕자루이 부장은 이어 특히 실제로 서해에 미국 항공모함이 들어올 경우 이젠 중국 인민을 설득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실제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와 자매지인 환구시보 등 관영 매체들은 지난 9일 1면 머리기사와 사설, 칼럼 등을 동원해 미군 항공모함의 서해 한미 연합훈련 참가 발표를 강력하게 비난하며 반대했고, 이에 영향을 받아 중국 국민들 사이에 한국과 미국에 대한 감정이 악화하고 있습니다.

문) 또한, 천안함 사태 이후 중국 쪽은 사실상 한국 정부의 입장을 적극 지지하지 않는 태도를 취했는데, 중국 지도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의장성명 채택을 계기로 천안함 사태를 마무리 짓자는 듯한 언급을 했다면서요?

답) 네. 왕자루이 부장은 한국 국회의원 방중대표단과의 면담에서 중국도 천안함 사건에 대해 인명피해가 있었던 중요한 사건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한국 정부에 여러 차례 위로의 말을 전한 바 있다고 말하면서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 채택이 천안함 사건의 종지부를 찍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왕자루이 부장은 천안함 사건 얘기를 하는 것은 늘 마음이 괴롭고 아프다면서 이 문제 때문에 상처가 더 커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입장도 전했습니다.

왕자루이 부장은 이어 남북한은 형제이기 때문에 역사적인 긴 흐름 속에서 서로 화해하게 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습니다.

문) 6자회담이 1년 반 넘게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천안함 사태와 추가 대북 제재 등으로 6자회담 재개를 위한 협상도 탄력을 잃은 모습인데요,

중국은 자국이 의장국을 맡고 있는 6자회담의 재개에 대해 어떤 입장을 보였나요?

답) 중국의 권력서열 4위인 자칭린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은 어제 한국 국회의원 방중 대표단과 면담한 자리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6자회담의 깃발을 들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대화를 통해 북한 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목표를 달성할 것을 제의한다고 말했습니다.

자칭린 정협 주석은 이어 중국은 열심히 설득해 북한으로 하여금 6자회담에 돌아오게 만들고 있다고 밝히고, 지금으로서는 6자회담이 가장 적합한 길이다고 말했습니다.

문) 또한 현재 북한에서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경제발전 방향과 관련해서도, 중국 지도부가 언급을 했다면서요?

답) 네. 왕자루이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은 북한 경제상황과 관련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중국과 북한의 경제상황이 다를 것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김정일 위원장이 북한의 경제발전 방향에 대해 깊이 숙고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왕자루이 부장은 이어 중국은 김정일 위원장이 경제발전을 위한 청사진을 만들 것을 희망한다고 밝혔습니다.

문) 그런데, 천안함 사태와 유엔 안보리 의장 성명 채택, 한미 연합훈련 등의 과정에서 중국과 한국의 입장이 충돌하면서 중국이 사실상 북한을 지지하고 있다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는데요, 한-중 관계에 대해 중국 지도부는 어떠한 입장을 내비쳤나요?

답) 왕자루이 부장은 한-중 관계가 북-중 관계보다 덜 중요하다는 인식은 사실이 아니다면서 특히 경제적인 면에서 한-중 관계는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같은 발언은 천안함 사태와 김정일 위원장의 중국 방문,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 채택, 한미 연합군사훈련 등의 과정에서 한-중 양국 사이가 멀어지는 반면 북-중 양국 관계는 더욱 밀착됐다는 한국내 시각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자칭린 주석은 한-중 관계가 지난 18년 동안 전면적으로 빠르고 심도 있게 발전해 왔고 중국은 한-중 관계의 발전현황에 매우 만족하며 그 관계를 매우 중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자칭린 주석은 또 지난 4∼6월에 매달 한번씩 한-중 정상회담이 개최됐고 오는 11월 한국에서 열릴 G20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이 더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문) 끝으로 한 가지 소식 더 들어보죠. 중국 정부가 북-중 변경지역 범죄단속을 위해 북한에 경찰용 장비를 지원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있는데, 어떤 내용인가요?

답) 중국 정부의 홈페이지인 중국정부사이트(www.gov.cn)는 공안부 부부장을 단장으로 한 대표단이 북한 국방위원회 인민보안부의 초청으로 지난 8일 북한을 방문해 주상성 북한 인민보안부장과 회담을 갖고 경찰물자 기증서에 서명했다고 오늘 전했습니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북한 쪽에 북-중 변경지역 범죄단속을 위해 활용할 경찰용 장비를 지원하게 됩니다. 하지만 중국정부사이트는 북한에 제공하기로 한 구체적인 경찰 장비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중국 공안부의 이번 북한 방문은 지난 6월 4일 새벽 북-중간 접경인 압록강에서 단동에 거주하는 중국 주민들이 불법적인 무역거래를 하다가 북한 국경수비대의 총격으로 3명이 숨지고 1명이 부상한 사건을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특히 중국이 북한에 경찰물자 지원을 계기로 앞으로 양국이 국경경비를 강화하고 나설 것으로 보여 탈북자 단속도 더욱 거세질 것으로 관측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