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린드보그 USIP 소장] “북한, 코로나 국경 봉쇄로 식량난 심화 가능성...위태로운 시기”

지난 23일 한국 강화도에서 휴전선 너머로 바라본 북한 마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국경을 봉쇄한 북한 당국의 조치가 식량난 등 인도주의적 위기 심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낸시 린드보그 미 평화연구소 USIP 소장이 밝혔습니다. 따라서 코로나바이러스가 북한에 발병했든 안 했든 지금은 북한에 위태로운 시기라고 지적했습니다. 미 구호단체 머시 코어 회장으로 1990년대와 2000년대 대북 인도주의 지원에 깊이 관여하고, 이후 미 국제개발처 USAID 부처장을 지낸 낸시 린드보그 소장을 조은정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세계적으로 대유행 중인 코로나바이러스가 북한에는 어떤 위협을 제기하고 있습니까?

낸시 린드보그 미국평화연구소(USIP) 소장.

린드보그 소장) “국제사회가 코로나 백신을 개발하기 전에 북한에 환자가 실제로 발생하거나, 국경을 넘어 전염되는 경우가 북한에 제일 큰 도전이 될 것입니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발병할 경우 북한의 보건체계가 순식간에 마비되고 대응하지 못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전체 인구에 비해 인공호흡기가 얼마 없습니다. 평양시 병원 시설은 좋지만, 대도시를 벗어나면 북한의 의료체계는 매우 기초적이고, 원시적이며, 장비가 부족합니다.”

기자) 머시 코어 회장이던 2007년 북한 병원들에 발전기를 지원하기 위해 직접 방북하셨습니다. 그 때 북한의 병원 시설은 어땠습니까?

린드보그 소장) “13년 전이니까 상황이 바뀌었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당시 북한 남부 지방의 여러 도립병원을 방문했었습니다. 당시 이들 병원은 전력 부족을 겪고 있어서 저희가 발전기를 지원했습니다. 위험한 상황이었습니다. 신생아들을 인큐베이터에 넣었다가 갑자기 작동이 중단되면 어떡하겠습니까? 병원 관계자들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매우 열심히 일하는 헌신적인 전문가들이었습니다. 그 때 제가 봤던 병원 상황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면, 그 병원들은 코로나-19로 금방 잠식될 것입니다. 유럽과 미국도 갑자기 코로나 환자가 늘어나면 고군분투합니다. 북한이 같은 상황이라면 매우 쉽게 병원체계가 마비될 것입니다.”

기자)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이 보건 분야 외에 식량, 식수 위생 등 북한의 전반적인 인도주의 상황에 어떤 영향을 줄까요?

린드보그 소장) “북한과 같이 국경을 봉쇄하면 정규 유통망에 차질이 생기고, 어쩌면 장마당도 폐쇄되고, 국제 인도주의 지원 유입이 중단되거나 장애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이 모든 상황으로 인해 갑자기 북한에 식량난이 심화될 수 있습니다. 코로나 외 다른 질병이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특히 북한에서 큰 문제인 다제내성 결핵도 늘어날 수 있고, 전염병과 영양실조로 인한 질병들이 늘어날 수 있습니다. 다른 취약한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북한도 세계적 대유행병으로부터 파생하는 부차적인 악영향에 시달릴 수 있는 것입니다. 북한이 코로나 청정국을 유지한다고 해도, 북한은 이같이 국경 봉쇄의 영향을 받을 것입니다. 지금이 북한에 있어 위태로운 순간입니다. 코로나가 북한에 전파되도 위태롭고, 전파 안 되도 여전히 위태로운 것입니다.”

기자) 최근 미국 내 35개 비정부기구들이 의회에 서한을 보내 대북 인도주의 지원 물품이 제재 면제를 받도록 관련 입법 활동을 촉구했습니다. 어떻게 보시나요?

린드보그 소장)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적인 (대북) 인도주의 지원을 직접 제안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국무부도 인도주의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관련 대화를 했습니다. 금융 시스템 속에서 자금을 움직이는 문제, 지원품에 대한 투명한 분배감시 문제가 대두되기 때문에 복잡한 사안입니다. 제 과거 경험에 비춰봐도 알 수 있는 것이, 어떤 나라가 인도주의 위기를 겪거나 기아 상태에 빠질 경우 미국의 오래된 전통은 원조를 제공하는 것이며, 규정을 이에 맞게끔 하는 것입니다.”

기자) 과거 경험을 언급하셨는데, 지난 2008년 미국 정부는 북한과의 합의에 따라 식량 50만t을 지원하기로 했었고, 당시 대표로 이끄셨던 머시 코어 등 미국의 5개 비정부기구들이 이 식량을 북한에 전달하고 분배를 감시했죠. 그런데 17만t이 전달된 이후 북한이 식량 수령을 거부해 지원이 중단됐습니다. 이 경험으로부터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요?

린드보그 소장) “북한 당국은 때로는 외부 구호단체들이 북한에 들어오면서 생기는 간섭을 원치 않아 어떤 결정들을 내릴 때가 있습니다. 반면 지난 수 십 년 동안 북한에 계속해서 농업과 의료 등 매우 중요한 지원을 이어온 국제 구호단체들도 있죠. 2008년 북한에서 진행됐던 대규모 지원의 경우, 당연히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분배 감시가 요구됩니다. 국제 기준인 것입니다. 북한이 또 다시 대규모 지원을 필요로 해서 국제사회에 도움을 요청한다면, 인도주의 지원에 대한 국제 기준을 따라야 할 것입니다. 모든 나라에 적용되는 원칙입니다. 식량이 가장 취약한 이들에게 전달되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기자) 머시 코어 회장이셨을 당시에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강화되기 전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머시 코어의 지원 사업들이 국제 정치와 북한의 무기 개발 활동으로 어떤 제약을 받았나요?

린드보그 소장) “북한에서 활동하는 다른 비정부기구들과 마찬가지로 머시 코어도 항상 인도주의 활동 경로는 북한 내 필요를 채워주는 데에만 집중했습니다. 물론 정치 상황은 언제나 전개되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 맥락 안에서 활동하고 있었죠.”

기자) “정치 상황은 언제나 전개 중이었다”고 하셨는데, 수 십 년 간 북한과 미국의 비핵화 외교도 쭉 지켜봐오셨을 겁니다. 현 상황에서 미국이 북한과 외교로 비핵화 문제를 풀고자 하는 의지를 밝히는 부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린드보그 소장) “미 평화연구소는 외교가 언제나 옳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사명은 비폭력적인 방법으로 폭력적인 갈등을 예방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대화와 협상으로 서로의 차이를 해소하려는 진지하고 집중적인 노력은 정말 좋은 생각이라고 봅니다.”

기자) 북한은 2007년에만 방문하셨나요? 어떤 인상이 아직도 남아있습니까?

린드보그 소장) “아니요. 저는 북한을 1998년 처음 갔고, 2010년까지 아마 17번에서 20번 정도 북한을 방문한 것 같습니다. 제가 처음 방문한 당시에는 식량난이 매우 심각했었습니다. 1990년대 후반 대기근 때였죠. 정말 지워지지 않는 인상이 남아있습니다. 주민들이 겪는 끔찍한 고난, 너무나 힘든 일상, 광범위하게 퍼진 영양실조와 굶주림. 북한인들이 그 같은 상황에서 탈출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아직도 식량난으로 몸부림치고 있죠. 그 때의 기근은 많은 북한인들에게 깊은 자국을 남겼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낸시 린드보그 미 평화연구소 소장과의 인터뷰 였습니다. 인터뷰에 조은정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