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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재로 북한 식량난 가중” vs. “식량난은 북한 정권이 자초”


지난달 28일 북한 평양 주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
지난달 28일 북한 평양 주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

전 유엔 관리와 전 미 국무부 고위 관리가 온라인에서 대북 제재에 관한 논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제재가 북한의 식량난을 가중시키고 있는 만큼 제재 중단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과 이는 북한 정권이 자초한 일이며 제재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오택성 기자입니다.

영국 런던대 동양아프리카대학원(SOAS) 한국학연구센터의 헤이즐 스미스 교수는 최근 ‘퍼시픽 포럼’에 기고한 글을 통해 대북 제재 중단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평양주재 유엔 직원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스미스 교수는 특히 ‘유류’(Oil) 수입을 막고 있는 대북 제재에 주목했습니다.

유엔 안보리가 결의 2397호 등을 통해 정제유는 50만 배럴, 원유는 400만 배럴로 연간 수입량을 제한해 놨는데, 이 때문에 북한의 식량 상황이 크게 악화됐다는 게 스미스 교수의 설명입니다.

원유와 정제유 등의 수입을 제한함으로써 비료와 살충제 뿐 아니라 농기계, 관개 장비, 운송 수단에 투입되는 원료가 충분히 수입되지 않아 북한이 식량 생산에 직격탄을 맞았다는 겁니다.

구체적으로 북한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식량은 550만t인데 2016년과 2017년 안보리 결의 채택 이후 2018년 생산량은 150만t 가량 줄어 400만t에 그쳤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대북 제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대유행 상황 속에서 북한의 식량난을 더 가중시킬 수 있다고 스미스 교수는 분석했습니다.

그동안 북한에 식량과 유류 등을 지원해 준 중국과 러시아가 코로나로 인한 경제 불확실성으로 식량과 유류를 외부로 반출하지 않고 저장할 경우 북한은 더 큰 기근에 직면할 것이라는 겁니다.

제임스 켈리 전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는 이에 반박하는 글을 지난 5일 게재하며, 북한의 식량난은 북한 정권이 자초한 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켈리 전 차관보는 우선 북한이 제재를 받고 있는 상황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는 등 수백만 명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신형 무기를 개발했기 때문에 제재를 받고 있는 것이며, 제재 대상은 일반 주민이 아닌 ‘북한 엘리트’라는 겁니다.

켈리 전 차관보는 이 ‘북한 엘리트’들이 현재 겪고 있는 식량난에 대한 자신들의 책임을 무시하고 있어 상황을 더 악화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또한 북한은 빈곤에 허덕이는 네팔이나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과 달리 교육과 기술이 훨씬 더 발달돼 있다고 강조하며 북한이 이를 농업 생산성이 아닌 무력 증강에만 사용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음을 암시했습니다.

코로나 상황 속에서 북한이 겪는 어려움 역시 북한 정권이 자초한 것이라는 게 켈리 전 차관보의 설명입니다.

북한이 스스로 국경을 봉쇄함으로써 현재 수천t의 화물이 중국 창고에 쌓여 있으며, 많은 서구의 비정부기구(NGO)들이 대북 지원 의사를 밝혔지만 북한이 이를 무시했다는 겁니다.

나아가 한국에서 역대 그 어느 정부보다 북한을 돕고자 하는 문재인 정부가 매번 북한을 도와주려고 하는데도 북한은 계속 퇴짜만 놓고 있다고, 켈리 전 차관보는 지적했습니다.

켈리 전 차관보는 이어 북한의 식량난이 지난 1990년대와 같은 양상으로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현재는 북한 주민들이 장마당 등을 통해 거래하고 있어 배급에만 의존하던 과거와는 다르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제재가 일반 주민들에 미치는 부작용에 대해서는 검토해야 하지만, 코로나 대유행 속에서도 미사일을 발사하는 북한에 대한 제재 자체는 확실한 명분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스미스 교수는 켈리 전 차관보에 반박하는 글을 다시 올리며 논쟁을 이어갔습니다.

특히 켈리 전 차관보가 언급한 ‘장마당’ 기능에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장마당이 북한 주민들의 생활을 돕고 있는 것을 사실이지만 이는 ‘접근성’에서의 기능일 뿐 ‘생산성’과는 관련이 없다는 겁니다.

다시 말해 유류를 수입해 비료와 살충제 등을 만들고 농기구 등을 돌려야 생산성이 올라가는 것이지 장마당 자체가 생산성을 높이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입니다.

스미스 교수는 또 현재 부과된 제재가 북한 정권과 북한 주민들을 정확하게 나눠서 적용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제재가 민간에 어떤 부작용을 끼치고 있는지에 대해 정확하게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VOA 뉴스 오택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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