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국제 외교 행사에도 차질을 주고 있습니다. 다자 정상회담 일정들이 잇따라 취소되고, 코로나바이러스 대응과 협력을 주제로 한 화상회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세계 주요 20개국, G20 정상들이 26일 특별화상회의를 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올해 G20 정상회의는 오는 11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코로나 사태가 전 세계 보건, 경제 현안으로 떠오르면서 국제 공조가 긴박해진 상황을 반영한 겁니다.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5일 공개 제안한 데 이어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 스페인의 페드로 산체스 총리 등도 사우디 측에 긴급회의를 제안하면서 애초 일정을 앞당겨 열리게 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최대 현안은 코로나바이러스 대응과 그로 인한 전 세계 금융, 경제 불안정 상황에 대한 국제적 공조 방안을 논의하는 겁니다.
앞서 G20 재무장관과 중앙은행장들은 23일 정상회의 의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역시 화상회의를 진행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정상 간 외교 형식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 겁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오는 6월 메릴랜드주 캠프 데이비드 대통령 별장에서 개최할 예정이었던 주요 7개국 G7 정상회의를 지난주 전격 취소했습니다.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 화상으로 관련 정상들과 통화를 한 데 이어 오는 4월과 5월에도 추가로 화상회의를 하기로 했습니다.
백악관은 “각국이 코로나에 따른 보건, 경제 문제 대응에 자원을 집중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에 따라 각국에 이런 결정을 통보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백악관 성명] “In order for each country to focus all of its resources on responding to the health and economic challenges of COVID-19 and at President Trump’s direction. National Economic Council Director and U.S. Sherpa for the 2020 G7 Larry Kudlow has informed his Sherpa colleagues that the G7 Leaders’ Summit the U.S. was set to host in June at Camp David will now be done by video-teleconference.”
이달 말 중국 베이징에서 열릴 예정이던 중국과 유럽연합(EU) 정상급 회의도 코로나 사태로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는 11월 말레이시아에서 열릴 예정인 아시아태평양경제협의체, APEC 정상회의 역시 아직 8개월이나 남았지만 연기 여부가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각 정상의 개별적인 해외 방문도 취소되거나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특히 한반도 정세 관련 주요 외교 일정으로 주목받았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일본 국빈방문은 이미 연기됐고, 상반기 목표로 추진 중이던 시 주석의 한국 방문도 불투명해졌습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렇게 정상외교 일정이 차질을 빚고 있는 것과 관련해, 국가 지도자급의 만남은 최소 수 십 명의 수행원이 동행해야 하기 때문에 집단감염 우려를 고려하고 있는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실례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플로리다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는데, 브라질 측 당국자가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은 것으로 뒤늦게 확인된 바 있습니다.
미국 외교관 출신인 로버트 말레이 국제위기그룹(ICG) 대표는 24일 VOA에,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기 전까지 대부분 정치 지도자들은 이번 사태가 미칠 국내정치적 여파를 최우선 순위로 고려할 것이라며, 각국 정상들이 외교에 시간을 들이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