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가 4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미 보건 당국자는 이번 주 상황이 더 악화할 것이라고 경고했고, 외출통제령, 혹은 ‘자택 대피’ 명령을 내리는 지역들이 늘고 있습니다. 이조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환자가 23일 오후 3시 기준, 4만여 명으로 늘고 사망자는 400명을 넘었습니다.
‘CNN’ 방송은 이날 미국 내 환자가 최소 4만49명, 사망자는 472명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로써 미국은 중국과 이탈리아에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환자가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나라가 됐습니다.
미국 보건 당국자는 이번 주 상황이 더 악화될 것이라고 경고하며, `사회적 거리두기’를 거듭 당부했습니다.
제롬 에덤스 공중보건서비스단 단장은 이날 ‘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주에 상황이 나빠질 것이라는 점을 미국이 이해하길 바란다”며, 여전히 “자신들에게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과 캘리포니아, 워싱턴 주를 중대 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주방위군을 투입했습니다.
미국에서 확진자가 가장 빠르게 증가한 곳은 뉴욕 주입니다.
뉴욕 주 감염자는 현재 2만 명을 넘어섰고, 이는 전 세계 환자의 약 6%에 해당합니다.
앤드류 쿠오모 뉴욕 주지사는 이날 오전 비상령을 통해 병원들이 환자 수용 규모를 최소 50% 늘리도록 지시했습니다.
또 22일에는 외출통제령을 발동하며, “어떤 이유로 어떤 규모가 됐든, 개인 간 필수적이지 않은 만남은 모두 금지한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쿠오모 주지사] "Non-essential gatherings, any concentrations of individuals,…"
다만, 의사나 약사 등 필수 업종 종사자들의 출퇴근을 위해 대중교통은 계속 운행되고 있습니다.
환자 수가 1만2천명을 넘어선 뉴욕시는 의료장비 부족 사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빌 드블라지오 뉴욕시장은 이날 인공호흡기를 이번 주까지 추가 확보하지 못하면 환자를 선별관리해야 하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권고에서 더 나아간 외출통제령은 뉴욕 외에 캘리포니아, 일리노이, 미시간, 오하이오 등 여러 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외출통제령이 내려진 지역에서는 대부분 식료품이나 약품과 같은 필수품 구매나 운동 목적에 한해서만 외출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식품 배달 서비스 업종이나 약국, 은행, 주유소와 같은 생활에 필수적인 업소를 제외하고, 식당과 술집 등 비필수적 업소에 대해서는 모두 운영 임시중단 명령이 내려졌습니다.
확진자가 1천800여 명을 넘어선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가 확대됐습니다.
로스앤젤레스시 당국은 외출통제령에 더해 이날부터 해변과 공원, 등산로, 골프장 운영 중단뿐 아니라 친목 운동모임도 금지했습니다.
운영이 허용됐던 필수적 업소에 대해서도 손님이 직접 방문하는 서비스는 모두 중단하도록 했습니다.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당국는 당초 10명 이상의 모임을 금지했는데, 이날부터 규모에 상관없이 카운티 관할 구역 내 모든 모임을 금지한다고 밝혔습니다.
미시간 주는 핵심 업무 종사자를 제외한 주민들이 3주 간 집에 머물도록 하는 행정명령을 내렸습니다.
미국의 수도 워싱턴 인근 지역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을 위한 강력한 조치들이 내려지고 있습니다.
워싱턴DC와 버지니아, 메릴랜드 주 감염 확진자는 현재 각각 120명, 254명, 289명으로, 총 663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날 래리 호건 매릴랜드 주지사는 뉴욕과 캘리포니아 등을 따라 외출통제령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무리엘 바우저 DC시장은 4월 말까지 이미 50명 이상의 모임을 금지하고 학교와 식당, 극장 등의 운영을 중단했다며, 외출통제령을 내리지 않았습니다.
[녹취: 바우저 시장] “What we are telling people is to stay at home...”
DC 당국은 이달 말부터 4월 초까지 열리는 벗꽃축제에 몰리는 인파를 막기 위해 지난 주말부터 주변 도로와 거리를 대폭 통제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에 대응해 이른바 ‘달러 찍어내기’, 사실상의 ‘무제한 양적완화’ 조치에 들어갔습니다.
국채와 주택저당증권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정책을 한도 없이 이어가겠다는 겁니다.
동시에 미 의회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을 위해 추진 중인 최대 2조 달러의 경기부양 법안을 둘러싼 민주,공화 양당 간 치열한 협상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현재 법안이 기업 측 입장에 치우쳤고, 노동자와 의료 종사자를 돕기 위한 지원 조치와 중소기업 대출 등이 확대 추가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예고했던 15일 간의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이 끝나면 이 지침을 완화할 수 있음을 내비쳤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트위터에 “치료가 문제 그 자체 보다 더 나빠지게 할 수는 없다”면서, “15일이 끝날 때 어느 쪽으로 갈지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이조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