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한국이 미사일 지침을 개정해 고체연료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우주 발사체 개발뿐 아니라 정찰 위성 확보 등에 따른 군사적 감시정찰 능력 발전의 계기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등 북한의 미사일 도발 의도에 대한 대응 전략 확보와 최근 미국과 중국 사이의 긴장 국면도 배경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는데, 이번 지침 개정과 관련해 미국 국방부는 미한 동맹과 한국의 방어에 확고한 의지를 강조했습니다. 서울에서 정찬배 기자의 보도입니다. (영상취재: 김형진 / 영상편집: 김정호)
한국 군은 지난 21일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음성과 영상 등을 반경 6천Km 이내로 보낼 수 있는 첫 번째 통신 위성 아나시스 2호를 쏘아 올렸습니다.
미국 민간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 엑스의 펠컨9 로켓에 실린 아나시스 2호 발사에는 액체연료가 사용됐는데, 만일 이같은 발사체에 고체연료를 사용한다면 발사비용을 1/10로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로켓이 군사용 미사일로 전환될 경우 고체연료의 위력은 더욱 높아집니다.
액체연료를 사용할 경우 발사대에서 미사일 본체를 세우고 연료와 산화제를 주입할 때 걸리는 최소 시간 40분 안에 상대국 방호 망에 포착될 가능성 높아 오히려 역공격을 유발할 수 있지만 고체 연료는 기습적인 발사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스칸데르급 신형 미사일 등 이미 고체연료 발사체를 이용한 미사일을 개발 중인 북한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SLBM,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도 고체연료를 사용한 기습 공격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신인균 /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2019년 말에 김정은이 직접 ‘새 형의 전략무기를 곧 보게 될 것이다’라고 공언을 했는데 그게 아마 고체연료 ICBM, 즉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기습공격용 무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미국 정부가 1979년 미한 미사일 양해각서 체결 당시부터 금지했던 고체연료 사용 제한을 이번에 해제한 것은 북한뿐 아니라 중국을 포함한 동북아 정세의 안정을 고려한 측면이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미국이 대중 견제 차원에서 한국의 탄도미사일 관련 제약을 모두 풀어 버릴 수 있다는 일종의 신호를 보낸 것 아니냐는 관측입니다.
신종우 /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
“미중 갈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 한국의 추후의 군사기술로 전용될 수 있는 과학적인 부문들을 허용해 줌으로써 미래에 중국과 갈등이 격화될 경우에 동맹인 한국을 통해서 압박할 수 있는 수순도 될 수 있기 때문에 지금 현재는 아니더라도 미래에는 미국에 이익이 될 것으로 보여집니다.”
이번 고체연료 해제가 한미 간 현안으로 남아 있는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연동된 것 아니냐는 일부의 시각도 있지만, 한국 정부는 이번 협상에 반대급부는 없다고 선을 긋고 있습니다.
이번에 개정된 미한 미사일 협정에서도 사거리 800Km 제한은 해제되지 않았습니다.
한국 정부는 안보상 필요하다면 이 같은 제한을 해제하는 문제를 언제든 미국 측과 협의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럴 경우 중국 베이징과 일본 도쿄 등을 사거리에 둘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만큼 사거리 제한 규정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게 군사전문가들의 판단입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 국방부는 미한 미사일 지침 개정과 관련해 미국은 미한 동맹과 한국의 방어에 확고한 의지를 견지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존 서플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28일 고체연료 사용 제한을 해제한 미한 미사일 지침 개정에 대한 VOA 논평 요청에 미국은 광범위한 안보 현안과 관련해 한국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며 미한동맹과 한국 방어 의지를 강조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정찬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