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북한인권법이 시행된 지 4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진전 없이 법안이 점점 사문화돼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유엔 북한인권보고관은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을 촉구하는 등 국제사회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데 한국 정부는 북한인권 증진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다시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정찬배 기자의 보도입니다. (영상취재: 김형진 / 영상편집: 이상훈)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은 4일 한국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 주민의 인권 보호와 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북한인권법이 지난 2016년 제정됐지만, 현 한국 정부의 소극적인 자세로 사실상 사문화됐다고 밝혔습니다.
한변은 특히 북한인권 실태를 조사하는 핵심기구인 북한인권재단의 조속한 출범을 촉구해 왔지만, 한국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통일부가 재단 이사회의 구성을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오는 7일부터 진행되는 한국 통일부 주최 국제회의 ‘한반도국제평화포럼’에서도 북한인권재단 조기 출범 등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내용이 누락됐다고 지적했습니다.
김태훈 /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그 밖에도 북한인권기록센터 북한인권기록보존소도 활성화돼 있지 않고 북한인권기록센터는 발족한 지 4년이 됐지만 아직도 보고서를 내지 않고 있습니다.”
국제사회도 북한인권법에 대한 조속한 시행을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4일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에 보낸 영상메시지에서 북한인권법이 한국에서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고 평가하며 북한인권재단의 조속한 출범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인권 상황의 진전이 없는 한반도 평화는 북한 주민들에게 무의미할 수 있다며 북한 인권에 대한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과 태도 변화를 주문했습니다.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논하지 않는 평화는 그들에게 어떤 도움도 줄 수 없습니다. 한국 정부가 북한 인권에 관심을 기울여야만 하는 사안입니다.”
마이클 커비 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장도 지난 1일 영상을 통해 한반도의 평화와 안보는 인권문제를 말하지 않고는 이뤄지지 않는다면서 한국 정부는 4년째 공석인 북한인권대사를 임명하고 북한 주민들의 인권 상황에 끊임없는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마이클 커비 / 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장
“이것은 한국 만이 아니라 국제사회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인권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이 형제, 자매, 친척들인 한국인들에게는 더 특별한 문제입니다.”
한국 통일부는 북한인권법이 사문화돼 가고 있다는 이 같은 지적에 대해 북한인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사항을 충실하게 이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통일부는 4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북한 주민의 실질적 인권 증진을 위해 인권 실태조사를 지속하고 있고, 유엔 총회와 인권이사회 등을 통한 인권결의에 참여하고 있으며 이산가족과 국군포로, 납북자 문제 해결도 추진하고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또 북한인권재단이 북한의 인권증진과 한반도 평화, 남북관계 발전의 선순환을 이루는 구심점으로 출범하는 방안을 한국 국회와 긴밀히 협력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정찬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