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주최한 포럼에서 남북 관계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북한 주민들의 인권 문제가 주요 이슈로 다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유엔 관계자 등 참석자들의 지적이 잇따랐습니다. 때론 불편하게 들릴 수도 있는 인권문제에 대해 한국 정부가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서울에서 정찬배 기자의 보도입니다. (영상취재: 김형진 / 영상편집: 이상훈)
이메시 포카렐 유엔인권서울사무소 부소장은 서울에서 한국 통일부 주관으로 열리고 있는 한반도국제평화포럼 둘째 날 행사인 ‘인권을 통한 평화의 기반 다지기’ 세션에 참석해 최근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 등 남북관계를 다루는 과정에서 북한 주민들의 인권과 관련된 문제가 주요 이슈로 다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포카렐 부소장은 또 지난 2018년부터 2019년 사이 북한을 탈출한 여성 63명을 집중 인터뷰한 결과 많은 탈북 여성들이 각종 구금시설에서 혹독한 조사는 물론 각종 학대와 성착취, 성폭력 등에 노출돼 있음을 증언을 통해 확보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라는 일련의 논의 과정에서 북한 여성 등 소외된 주민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고 반영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메시 포카렐 / 유엔인권사무소 서울 부소장
“남북 간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평화적인 노력들이 계속되는 과정에서 인권 문제는 지금까지 주요 이슈로 다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의 목소리도 반영 되지 않고 있습니다.”
마도카 사지 유엔인권서울사무소 인권관도 인권 문제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논의와 대척점에 있거나 별도로 다뤄질 문제가 아니라며 북한 인권에 대한 적극적인 논의는 지속 가능한 한반도 평화를 구축하는 데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마도카 사지 / 유엔인권사무소 인권관
“인권과 평화는 긴밀히 연결돼 있습니다. 사실 인권은 평화를 구축하는 역할을 할 수 있고 이렇게 구축된 평화는 지속 가능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 1999년 북한을 탈출한 뒤 북한인권을 위한 시민사회운동을 펼치고 있는 오세혁씨도 인권문제에 대한 탈북민 인권단체의 목소리가 한국 정부의 입장에서는 때론 불편한 진실이 될 수도 있겠지만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탈북민들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오세혁 / 탈북 시민사회활동가
“(탈북민들의) 시민운동에 대한 ‘낙인 찍기’입니다. 탈북민들은 이제 남북한 정부와 시민들에게 골칫거리 취급을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반면 분단과 정전이라는 특수한 한반도 상황을 고려할 때 북한 인권문제는 신뢰 구축이라는 선결 조건을 다져나가기 전까지 점진적이고 협력적으로 풀어갈 수밖에 없다는 반론도 나왔습니다.
지난 5월 한국 통일연구원이 북한인권백서를 발간했을 때 북한이 남북관계를 파국으로 몰아간다며 강력 반발한 사례처럼 북한의 인권문제는 분단국가라는 현실 속에서 다뤄질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도경옥 /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북한 인권 이슈를 굉장히 급진적이고 공격적인 방식으로 만약에 하게 된다면 북한의 반발이 당연히 예상이 될 것이고 대화 자체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그렇게 된다면 평화도 멀어지고 인권도 멀어지는 상황이 될 수밖에 없는…”
참석자들은 이 밖에도 국제사회가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북한의 체제를 위협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북한 정권에 이해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정찬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