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정권이 내년 1월 8차 노동당 대회를 앞두고 금강산 관광지구에 대한 자체 개발 의사를 거듭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미국의 새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한국 정부를 압박하려는 의도로 풀이했습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강양우)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20일 북한 경제를 총괄하는 김덕훈 내각 총리가 금강산관광지구의 개발사업 현장을 시찰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김 총리는 고성항 해안관광지구와 해금강 해안공원지구 등을 돌아보며 현지에서 협의회를 열고 관광지구 총개발 계획안에 따라 세계적 수준의 호텔과 골프장, 스키장 건설을 위한 대책들을 논의했습니다.
또 금강산 지구를 자연경관에 어울리면서도 민족적 특성과 현대성이 결합된 우리 식으로 건설하겠다고 밝혀, 남북 합작 사업으로 시작했다가 지난 2008년 박왕자 씨 피살 사건 이후 중단된 금강산 관광 사업을 자체적으로 국제 관광단지화하겠다는 기존 계획을 거듭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21일 서면 브리핑에서 남과 북이 금강산 지역 현안 문제를 해결하고 국제적 관광지로 발전시켜 나갈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하고 있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상황 등을 고려해 적절한 시기에 만나 협의해 나갈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내 전문가들은 북한 정권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내년 1월 개최 예정인 8차 노동당 대회 때 발표된 새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에 금강산 관광지구 개발 사업을 포함시키기 위한 사전 행보로 분석했습니다.
김형석 전 한국 통일부 차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면 북한이 한국 측에 금강산 지역 시설 철거를 거듭 요구해올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김형석 / 전 한국 통일부 차관
“지난번에 날짜를 정해놓고 철거하라, 철거하지 않으면 우리가 하겠다고 했으니까, 이제 예상을 해보면 지금 코로나 때문에 중지시켰단 말이죠. 코로나 상황이 어느 정도 잡히면 남쪽에 한 번 짧게라도 기회를 주겠죠. 그런데 지지부진하다, 마냥 기다릴 수 없다 그러면 하루 아침에 금강산 지역을 다 철거할 수는 없으니까 할 수 있는 부분부터 시작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따른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 등 기존 역점 사업도 지지부진하다며 금강산 관광지구 자체 개발도 어려울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의 행보는 한국 정부가 미국의 바이든 차기 행정부에 제재 완화를 설득해줄 것을 압박하는 메시지로 분석했습니다.
박원곤 /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
“지금 바이든 행정부가 새로 시작이 되니까 적극적으로 한국 정부가 나서서 바이든 행정부 대북정책 구성 과정에서 그 부분을 반드시 입력을 하고 의견을 넣도록 노력을 해라, 그런 메시지로 읽을 수 있거든요. 왜냐하면 바이든 행정부에서 다양한 스펙트럼의 대북정책이 검토가 될 텐데 상응 조치로 뭘 어떻게 할 건지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와 논의를 할 것이고, 그러니까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그걸 반영을 하라는 그런 메시지도 있다고 봅니다.”
전문가들은 대북제재가 풀리지 않는 한 관광사업 재개가 힘들다는 점을 잘 아는 북한이 미국의 새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관계 개선의 여지를 내비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또 한국 정부가 원하는 보건 방역협력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서 대북제재가 개입돼 있는 금강산 관광 문제를 꺼낸 것은 여전히 남북 관계보다는 미-북 관계를 우선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VOA뉴스 조상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