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A 뉴스] “김정은 ‘비핵화 의지’ 믿는 한국…순진한 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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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8차 노동당 대회 이후 한국 정부의 대북 인식과 접근법에 대한 미국 전문가들의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첨단무기 개발을 과시하며 핵무력 강화를 선언했는데도, 한국 정부가 이를 대화의 신호로 오판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김정호)

미국의 북한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가 집권 5년 차에 들어서도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낙관하면서 답방과 추가 회동 등을 언급하는 것은 심각한 상황 오판이라는데 공통된 인식을 나타냈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 부차관보는 VOA에 김 위원장의 최근 8차 당대회 발언에 대해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말한 ‘분명한 비핵화 의지’로 읽을 만한 부분은 전혀 발견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오히려 김 위원장의 연설은 핵무기 역량 강화와 완전한 핵 보유국 자격으로 미국을 상대하겠다는 결의를 나타낸 그 어느 때보다도 명백한 신호였다고 진단했습니다.

랠프 코사 태평양포럼 명예회장은 김정은이 평화나 비핵화에 대한 의지가 분명히 있다는 문 대통령의 발언은 그가 얼마나 순진한지 다시 한번 증명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은 당대회를 통해 오히려 핵무기 포기 불가 의지를 분명히 했다면서, 문 대통령이 자신의 유산을 통일의 진전과 너무 강하게 결부시키는 바람에 북한에 쉽게 이용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과 오랜 협상 경험이 있는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수석 부차관보는 김정은의 의도를 알고 싶다면, 그의 말을 그대로 들으면 될 뿐이라며, 그의 말속 어디에도 비핵화 의사는 들어있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무기 개발이나 실험 등 군사력을 과시하며 미국을 상대할 일이 있으면 공식, 비공식 채널을 통해 직접 전달해왔지, 특이한 움직임에 메시지를 숨기는 복잡한 방법을 쓰지 않는다는 설명입니다.

노동당 39호실 고위 관리를 지낸 탈북민 출신 리정호 씨도 전략 부재에서 비롯된 북한의 단순한 행동을 지나치게 복잡하게 분석해서는 안된다며, 김정은의 숨은 메시지를 발견하려는 시도는 문제의 본질을 흐려 대응책을 만들지 못하게 만든다고 비판했습니다.

리정호 / 전 북한 노동당 39호실 고위 관리

“북한은 협상하려면 협상하겠다고 직접 제안하지 3차원적으로 복잡한 메시지를 전하지 않습니다. 북한의 행동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SLBM과 같은 첨단 무기를 만들어 보여주면 위험이 닥쳐오고 있다고 인식하면 되는데, 왜 자꾸 협상의 여지를 보여줬다고 분석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북한의 전략과 대외 정책 결정 구조를 전혀 모르기 때문에 나오는 잘못된 해석입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 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설령 김 위원장이 대화를 원한다고 해도 이는 문 대통령이 거듭 주장해온 비핵화 대화가 아닌 북한을 핵 강국이자 동등한 군축 회의 상대로 마주 앉아 달라는 요구라고 지적했습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

“이미 헌법에 핵 보유를 밝힌 북한은 냉전 당시 ‘전략무기제한협상’이나 ‘전략무기감축협상’을 이끌었던 미국과 소련 같은 동등한 입장에서 미국과 협상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맥스웰 연구원은 북한의 요구대로 동등한 협상을 시작하면 북한은 미국의 핵무기 감축을 되려 요구할 것이라면서, 이는 미국이 결코 수용할 수 있는 조건이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VOA뉴스 조상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