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막 내린 브로드웨이 미래는?...코로나로 멈춘 대학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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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곳곳의 다양한 모습과 진솔한 미국인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김현숙입니다. 미 동부의 대도시 뉴욕에 있는 브로드웨이는 미국 공연 문화의 상징과 같은 곳입니다. 크고 작은 뮤지컬 공연이 끊이지 않다 보니 브로드웨이는 1년 내내 많은 사람으로 북적이는데요.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뉴욕시를 강타하면서 브로드웨이의 공연들도 다 막을 내리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적어도 내년 겨울까지는 브로드웨이가 다시 문을 열지 못 거라고 하네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모든 공연이 취소된 뉴욕 브로드웨이가 한산한 모습이다.

“첫 번째 이야기, 코로나로 문을 닫은 브로드웨이의 미래”

[현장음:브로드웨이]

매년 뮤지컬 공연을 보기 위해 1천400만 명이 이상이 찾는 브로드웨이. 지난해 브로드웨이가 벌어들이는 수익은 17억 달러에 달합니다. 하지만 지난 3월 이후, 브로드웨이의 극장들은 문을 다 닫았고, 거리는 텅 비었습니다.

브로드웨이 역사상 가장 긴, 1년의 휴지기를 갖게 된 건데요. 마이클 리들 공연 평론가는 코로나 백신이 보급되지 않는 한, 브로드웨이는 이전처럼 되돌아가기 힘들 거라고 했습니다.

[녹취: 마이클 리들]

백신이 나오지 않는 한, 브로드웨이 공연을 비롯한 그 어떤 현장 공연과 행사도 불가능할 거라는 건데요. 우선, 배우들이 연기를 할 수 없다는 겁니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주인공이 마스크를 쓴 채 사랑 고백을 할 수는 없을 테니까요. 거기다 공연의 현장 연주를 맡은 악단의 연주자들 역시 위험한 상황이 될 수 있다는 건데요. 만약 플루트와 같은 관악기 연주자가 확진자라면, 온 극장에 바이러스를 퍼트리는 역할을 하게 될 거라는 겁니다.

브로드웨이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뮤지컬, 그러니까 ‘해밀턴’이나 ‘오페라의 유령’, ‘라이언킹’ 등은 이례적인 휴지기에도 어떻게든 살아남을 수 있겠지만, 덜 알려진 뮤지컬은 결국 공연을 접을 수밖에 없을 거라고 전문가들은 말하는데요. 뉴욕데일리 신문 기자인 팀 발크 씨는 이미 공연 중단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팀 발크]

대표적으로, 한국에선 ‘겨울왕국’으로 알려진 ‘프로즌’ 뮤지컬이 브로드웨이 공연을 중단한다고 밝혔다고 하는데요. 이외에도 공연을 접는 작품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고 하네요.

하지만 코로나 사태에서 살아남았다고 해도, 극단들은 코로나가 가져온 이례적인 상황을 새로운 현실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공연 입장료는 적당한지, 무대 뒤에서 일하는 사람들, 즉 악단이나, 무대 설치팀, 조명디자이너들에 대한 대우가 타당한지도 다시 검토해봐야 할 때가 됐다는 겁니다.

[녹취: 마이클 리들]

리들 씨는 백신이 나왔다고 해도, 예를 들어 “해밀턴이 다시 공연합니다. 그런데 입장료가 1천200달러예요” 이런 식으로는 다시 문을 열 수 없다는 겁니다. 입장료 가격도 합리적인 선으로 내려가야 사람들이 찾게 될 거라고 리들 씨는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현실은 업계에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브로드웨이에서 가장 오래된 공연기획업체인 ‘슈버트 오가니제이션(Shubert Organization)’은 브로드웨이에 총 17개의 극장을 소유하고 있는데요. 이미 많은 직원을 일시 해고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리들 씨는 역사를 되돌아보면, 다시 회복할 능력이 있을 거라고 했는데요.

[녹취: 마이클 리들]

브로드웨이의 근간이자 지주라고 할 수 있는 슈버트 사는 뉴욕을 덮친 각종 위기 상황에서 살아남았다는 겁니다. 경제 대공황을 비롯해 뉴욕이 테러 공격을 받은 9.11 사태, 한창 위험하고 불안해 사람들이 찾고 싶지 않아 했던 1970년대에도 슈버트 사는 건재했다는 겁니다.

사실 브로드웨이의 위기는 뉴욕의 위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브로드웨이를 찾는 수많은 관광객이 쓰고 가는 돈은 뉴욕의 주요 재원이자 브로드웨이가 창출하는 일자리도 수천 개에 달하기 때문입니다.

브로드웨이는 인근 호텔과 식당 그리고 인근 타임스퀘어 광장의 소매업체들을 먹여 살리는 역할을 했는데요. 브로드웨이가 다시 문을 열 때, 뉴욕의 거리는 다시 사람들로 붐비는,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주요 대학 미식축구 리그들이 올해 경기를 취소하면서 경기장이 텅 비어있다.

“두 번째 이야기, 코로나로 멈춘 대학 스포츠”

미국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하면서 2020 빅텐(BIG 10) 대학 리그가 올해 풋볼 경기를 취소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빅텐은 퍼듀, 미시간 등 명문 대학들로 구성된 풋볼, 즉 미식축구 리그인데요. 다른 리그를 포함해 다른 종목의 경기들도 비슷한 결정을 내릴 경우 대학들은 큰 손실을 감수해야 합니다. 미국에선 대학 스포츠가 굉장히 인기가 있다 보니 경기로 인한 수익이 엄청나기 때문입니다.

대학 스포츠 분석가인 크리스티 도시 씨는 이미 많은 대학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스포츠 경기 취소로 인해 경제적 부담이 가중될 처지에 놓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크리스티 도시]

코로나 여파를 안 받은 곳이 없지만, 대학 스포츠는 특히 더 큰 타격을 입었다는 건데요. 남자 대학 농구 리그가 막 시작하는 시점에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됐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남자 대학 농구 경기는 미국대학체육협회(NCAA)의 가장 큰 수익원이라고 하네요.

NCAA의 통계에 따르면, 대학 스포츠는 경기 입장료와 대학 홍보비 등을 통해 한 해 약 10억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습니다. 특히 대학 농구와 풋볼, 야구에서 발생하는 이익은 대학 운영 예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네요.

[녹취: 크리스티 도시]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올해의 수익 감소는 단순히 올해에 끝나는 게 아니라 앞으로 수년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크리스티 씨는 지적했습니다.

그리고 대학 스포츠의 수익은 운동 특기생을 위한 장학금으로도 활용되는데요. NCAA 장학생으로 선발되기 위해 등록하는 해외 학생이 2만 명이 넘고요. 이들 대학이 제공하는 체육 특기생 장학금은 매년 29억 달러가 넘습니다.

이스트무어 아카데이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라 그레이엄 군은 육상 특기생을 꿈꾸고 있다고 했습니다.

[녹취: 아이라 그레이엄]

코로나 사태가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경기 시즌 동안 기량을 향상해 체육 특기생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지만, 코로나 사태로 인해 경기 시즌이 막을 내리게 됐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결국엔, 장학금을 받고, 대학리그에 설 경기력을 갖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했습니다.

일부 대학은 풋볼 경기를 강행하려고 하고 있지만, 대학 보건 전문가인 토머스 후아드 씨는 여기엔 필요한 조건이 있다고 했습니다.

[녹취: 토머스 후아드]

바로 코로나 검사량을 늘려야 한다는 건데요. 대학들이 아직 필요한 검사장비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현재 대학들의 검사 역량을 늘리는 일을 하고 있는 토머스 씨는 하지만 대학들이 경기 취소를 하지 못하는 상황을 이해는 한다고 했습니다.

[녹취: 토머스 후아드]

대학들이 입을 경제적 타격이 너무 크다는 걸 알고 있다는 건데요. 또 이미 시즌 표를 구매한 사람들도 있는데, 푯값을 모두 환불해줘야 할지, 만약 그 돈을 대학들이 이미 다른 곳에 쓴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할지…고민이 많을 거라는 겁니다.

미국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재확산하는 상황에서, 인기 대학 스포츠팀을 운영하는 대학들의 고민도 더 커지고 있습니다.

네,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다음 주에는 미국의 또 다른 곳에 숨어 있는 이야기와 함께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함께 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