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코로나로 주목받는 지하 벙커...인력거 연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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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곳곳의 다양한 모습과 진솔한 미국인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입니다. 미국 할리우드 영화를 보면 가끔 벙커(Bunkers)가 나옵니다. 지하 대피소라고 볼 수 있는 이곳엔 한동안 살아갈 수 있는 식량이나 생활용품이 갖추어져 있어서 핵전쟁이 나거나, 무서운 전염병이 돌 때 벙커에서 수년을 살다가 나오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그려지기도 하죠. 그런데 최근 들어 미국에선 실제로 벙커를 짓거나 사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과거 미군 기지였던 미 중서부 사우스다코타주의 민간 벙커 단지.

“첫 번째 이야기, 코로나로 사태로 주목받는 지하 벙커”

평범해 보이는 주택의 뒷마당. 바닥에 난 쇠문을 열고 들어가면 작은 집처럼 꾸며놓은 벙커가 나옵니다. 요즘 미국에선 이렇게 자기 집 옆에다가 벙커를 만드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데요. 아예 집을 살 돈으로 벙커를 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매리 소울스베이 씨 역시 그런 사람 가운데 한 명입니다.

벙커에 있으면 안전한 기분이 든다는 건데요. 사람들은 이해를 잘 못 하겠지만, 벙커에 오면 너무나 조용하고 평화롭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누구나 한번 와보면 안전함을 느끼게 될 거라고 강조했습니다.

메리 씨와 톰 씨 부부는 미 중서부 사우스다코타주의 벙커 시설을 구매했습니다. 과거 미군 기지였던 이곳은 현재 민간 벙커 시설이 들어왔는데요. 넓고 황량한 황무지에 무덤 같은 것들이 띄엄띄엄 서 있는데 이게 바로 개인 벙커들인 겁니다. 2년 전만 해도 575개에 달하는 벙커는 모두가 텅 비어있었는데요, 지금은 비어있는 걸 찾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벙커는 새 주인의 취향에 맞게 내부를 재단장 중인데요. 소울스베이 부부 역시 남부 조지아주에 있는 집을 팔고 이곳 벙커 단지로 왔다고 합니다. 재단장 공사가 끝날 때까지 벙커 시설 옆에 임시 주택에서 살고 있다는데요. 이들 부부가 공사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이렇게 급하게 오게 된 이유는 바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입니다.

조지아주에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하기 시작할 때 톰 씨 부부는 야영지에 있었다는데요. 부부가 다 나이가 많고, 부인인 메리 씨는 기저질환까지 있는 고위험군에 속해 안전한 곳이 필요했다는 겁니다. 그리고 결국 사람들이 밀집된 곳을 떠나 이 황량한 벙커 시설에 오기로 결심했다고 하네요.

벙커시설 판매업자인 ‘비보스 엑스포인트(Vivos xPoint)’사의 로버트 비시노 씨는 코로나 사태가 시작되면서 소울스베이 씨 부부처럼 벙커를 사려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고 했습니다.

코로나 사태가 시작되고 벙커에 대한 문의가 2천%, 그러니까 20배가량 늘었다는 건데요. 벙커 판매 역시 400% 이상 늘었다고 했습니다.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있는 비보스의 벙커가 다 잘 팔린다고 하고요. 또 다른 벙커 판매 업체들 역시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고 합니다.

최근 사람들이 벙커를 찾는 이유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위험에서 벗어나 안전하게 살기 위해서인데요. 특히 영어로 프레퍼(preppers) 라고 부르는 일명 ‘준비자’들은 “항상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 좌우명이라고 합니다.

서든일리노이 대학의 인류학자인 채드 허들스턴 박사는 준비성이 철저한 ‘준비자’들은 이렇게 벙커로 들어가는 것이 정신 나간 행동이 아니라, 제대로 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는 건데요. 하지만 허들스턴 박사는 별로 현실적인 방법이 못 된다고 말했습니다.

허들스턴 박사는 벙커가 있으면 안심은 되겠지만, 실제로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을 경험하고 있는 상황에서 벙커로 탈출하면 완벽하게 안전할 거라는 계획은 어쩌면 공상에 불과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소울스베이 부부는 저축한 돈의 1/3을 벙커에 썼다고 했는데요. 몇 달 후 벙커가 완성되면 딸과 손자들도 초대해 머물게 할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에서 새라 그랜트 씨가 운전하는 페디캡을 탄 애나 로즈노브스카 씨와 바이올린 연주를 하며 돌아다니고 있다.

“두 번째 이야기, 인력거 바이올린 연주회”

미 남부 루이지애나주의 대도시 뉴올리언스는 흥겨운 음악과 자유롭고 이색적인 거리 문화로 유명합니다. 하지만 코로나 사내로 인해 자택 대기령이 내려지면서, 이전에 많은 사람으로 붐비던 거리는 이내 한산해졌는데요. 음악과 활기를 잃은 주민들을 위해 ‘페디캡(Pedicab)’이라고 부르는 인력거를 타고 음악을 전하는 이들이 있다고 합니다.

패디캡 운전자인 새라 그랜트 씨는 흰 천사 날개를 어깨에 달고는 인력거를 운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운전자 뒤편, 손님 석에 앉은 사람은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있는데요. 폴란드 출신의 바이올린 연주자인 애나 로즈노브스카 씨는 새라 씨의 인력거를 타고 뉴올리언스 거리 곳곳을 누비며 멋진 음악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새라 씨는 코로나 사태로 사람들이 고립감을 느끼고 있고 또 뉴스에선 우울하고 무서운 소식이 많이 들리는 이때, 지역 사회로 들어가 뭔가 해야겠다고 느꼈다는 겁니다. 그래서 거리로 직접 나가 주민들을 얼굴을 보기로 결심했는데요. 함께 하기로 한 사람이 바로 바이올린 연주자인 애나 씨였습니다.

애나 씨는 전통 클래식 음악 전공자로서 음악을 좋아하고 또 음악의 힘을 믿는다면서 지금이야말로 그 어느 때보다 음악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습니다.

한산한 거리에 이들이 지나가면 이웃 주민들은 집에서 뛰쳐나와 공연을 감상하곤 하는데요. 하나같이 반가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숨이 막힐 정도로 아름답다며, 자신에게 너무 필요했던 거라고 말하는 주민.

이런 현장 연주야말로 코로나 사태 이후 경험하지 못하게 된 것이라며 반가워하는 주민도 있었고요.

또 이들의 음악은 동네 사람들이 힘을 내게 해준다며 고마워하는 반응도 나왔습니다.

애나 씨는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자신들의 연주를 좋아할 줄은 몰랐다고 하는데요.

자신이 탄 인력거가 지나가면 사람들이 다들 집 밖으로 나와 음악 감상을 한다는 겁니다. 그런 모습에 감격해 울기도 한다는데요. 연주하며 보람과 기쁨을 얻는다고 했습니다.

미 북동부 메인주 출신인 새라 씨와 폴란드 크라코우에서 온 애나 씨는 새로운 고향이 된 뉴올리언스에서 이렇게 자신들의 재능을 선사하고 있는데요. 이웃 주민들이 음악을 듣고 주는 팁, 그러니까 수고비 정도는 받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사람들로부터 돈보다 좋은 기운을 더 많이 얻는다고 했는데요.

돈을 벌면, 생활하는 데 도움이 되니까 당연히 좋지만, 사랑에서 우러나온, 인생의 일부를 공유한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겁니다.

애나 씨 역시 연주를 하면서 강한 목적의식을 갖게 된다고 했는데요. 더운 날씨에 땀을 뻘뻘 흘리며 인력거 위에서 연주하는 음악이지만, 이웃들에게 기쁨을 선사하기 위해 이들의 인력거는 오늘도 달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