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드라이브스루 시민권 선서...온라인미팅에 초대된 염소

Your browser doesn’t support HTML5

미국 곳곳의 다양한 모습과 진솔한 미국인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입니다. 미 서부의 대도시 로스앤젤레스, LA는 해외에서 온 이민자들이 많기로 유명한데요. 그렇다 보니 미국 국민이 되는 마지막 관문인 시민권 선서식도 매달, 대규모로 열리곤 합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하면서 연방 이민서비스국의 대면 업무가 한동안 중단됐고요. 이에 따라 3월 말부터 시민권 선서식도 중단됐습니다. 3개월간의 정체 끝에 드디어 LA에서 시민권 선서식이 재개됐다고 하는데요.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방식으로 시민권 선서식이 진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LA 드라이브스루 시민권 선서식에서 한 여성이 차에 탄 채시민권 선서를 하고 있다.

“첫 번째 이야기, LA의 드라이브스루 시민권 선서식”

아직 코로나 사태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LA에 거주하는 시민권 대기자 수백 명은 기다리고 기다리던 시민권 선서식을 그저 기다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정체가 점점 더 심해지자, LA에선 드라이브스루 시민권 선서식을 기획하게 됐는데요. 보통 식당 같은 곳에서 차에 탄 채로 주문한 음식을 받아 가는 ‘드라이브스루’ 방식이 시민권 선서식에 도입된 겁니다.

추첨을 통한 영주권, 일명 영주권 복권에 당첨된 마지드 씨는 지난 2012년 이란에서 온 이민자인데요. 미국에 온 지 8년 만에 드디어 시민권 선서식을 통해 미국인이 됐다고 했습니다.

LA에서 진행되는 시민권 선서식은 워낙에 많은 사람이 오기 때문에 이곳에서 시민권 선서를 하고 싶었는데, 바라던 대로 됐다는 겁니다. 하지만, 막상 와서 드라이브스루로 하니 물론 행복하긴 하지만, 꼭 맥도날드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했는데요.

근사한 행사장도 아니고, 마스크와 장갑을 낀 채 진행하는 선서식에 좀 실망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대형 경기장에서 수많은 사람이 모인 가운데, 대통령의 축하 메시지를 들으며 시민권 선서를 하는 걸 꿈꿔왔다는 겁니다. 비록 그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그래도 옷은 멋지게 갖춰 입고 왔다며, 더 이상 연기되지 않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고 했습니다.

이날 시민권 선서식이 열린 곳은 대형 주차장인데요. 라디오 주파수를 맞추면 대통령의 축하 인사를 듣고, 국가도 따라 부르게 되고요. 또 이민국 직원의 질문에 대답하게 됩니다. 그리고 차에서 내리지 않고, 창문만 연 채, 시민권 선서를 하게 된다고 미 연방 이민국의 클레어 니콜슨 씨는 설명했습니다.

비록 정상적인 형태로 진행할 수는 없지만, 시민권 선서자들에게 최대한 기억에 남을 만한 경험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건데요. 미국 성조기와 색띠도 곳곳에 걸어놓았다며, 신생 미국인들을 맞는 일에 직원들도 기분이 고조됐다고 했습니다.

주차장엔 사람들이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공간도 있는데요. 그곳에서는 사람들이 차에서 내려 미국 성조기와 시민권 증서 등을 손에 들고 기념사진도 찍을 수 있었습니다.

드라이브스루 시민권 선서식은 지난 6월 중순경부터 시작됐는데요. 매일 250명이 넘는 사람들이 선서를 하고 있고요. 선서식에 걸리는 시간은 10분이 채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날 미국 시민이 된 데이지 씨는 지금은 사람들의 안전이 제일 중요한 때이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시민권 선서식을 진행하는 게 이해가 된다고 했는데요. 신속하게 진행이 된 것도 좋고, 무엇보다 자신이 이제 미국인이 된 것이 무척 감사하다고 했습니다.

비록 시민권 선서식 풍경은 이전과 달라도, 선서식을 통해 미국 시민이 되는 것만큼은 달라지지 않았는데요. 이제 이들은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에서도 한 표를 행사할 수 있게 됐고요. 파란색 미국 여권을 들고 세계 곳곳을 여행할 수 있게 됐습니다.

온라인 회의에 초대된 '스윗팜' 유기동물 농장의 염소 후버.

“두 번째 이야기, 온라인 미팅의 초대손님, 염소”

코로나 사태로 많은 사람이 재택근무를 하면서,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화상 모임이나 회의도 많이 열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직접 만나 얼굴을 보면서 대화를 하는 것이 아니다 보니, 화상 모임을 하면 할수록 뭔가 외롭고, 고립된 느낌을 받기도 하는데요. 이런 분위기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는 존재가 등장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동물 보호 농장인 ‘스윗팜(Sweet farm)’에 사는 염소, 후버는 요즘 온라인 회의에 참석하느라 바쁩니다.

화면상에서 후버의 얼굴이 나오자 사람들은 이름까지 부르며 환영해주는데요. 코로나 사태로 사람들이 농장을 찾지 못하자 농장의 동물들이 사람들을 찾아가고 있는 겁니다.

스윗팜의 공동창업자인 네이트 설피터 씨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방문객들을 받지 못하게 됐고, 그러면서 매출이 크게 줄었다는 건데요. 농장의 운영도 돕고 또 유기 동물에 관한 교육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 염소나 소, 양 등 동물을 온라인 모임에 초대하는 일명, ‘고트투미팅(Goat 2 Meeting)’ 프로그램을 시작했다는 겁니다.

100달러 정도를 내면, 온라인 회의에 스윗팜의 동물이 초대 손님으로 참석하는 건데요. 오랜 재택근무로 지친 사람들에게 비록 컴퓨터 화면이긴 하지만, 자연에서 뛰노는 동물들을 볼 수 있는 건 큰 위로와 기쁨을 선사하는 겁니다. 고트투미팅을 통해 모인 돈은 스윗팜이 구조한 유기 동물들의 정착을 돕는 데 사용된다고 합니다.

스윗팜에 오게 된 동물들은 아주 다양한 배경을 갖고 있다는데요. 축산 농장이나 동물 매매 시장, 닭싸움 시합장 등에서 학대받거나 유기된 동물들이라고 합니다.

스윗팜은 고트투미팅을 진행하는 동안 지역 농산물을 어떻게 사고 또 재배하는지도 사람들에게 가르쳐주고 있는데요. 환경을 지키기 위한 요리법도 시연합니다.

네이트 씨는 이런 활동을 통해 전 세계 육류 산업과 비위생적인 재래시장의 위험성을 알리고 있다고 하네요.

채식 식품회사인 ‘리벨리우스 푸드(Rebellyous Foods)’의 크리스티 미들턴 부회장은 스윗팜이 이런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소식을 듣고는 바로 동참을 결정했다고 하는데요. 온라인 회의 분위기도 띄우고 또 스윗팜의 이런 노력을 지지하기 위해서라는 겁니다.

좋은 일도 하면서 즐거움도 느낄 수 있는 ‘고트투미팅’은 회의 참석자들뿐 아니라 가족들에게까지 기쁨을 줍니다.

온라인 회의에서 스윗팜의 동물들을 초대한다는 일레인 씨는 회의를 진행하는 동안 뒤에서 아이들이 “엄마, 저 염소를 보세요. 소를 보세요!”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며 정말 멋진 경험이 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도시에서 사는 사람들은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이런 농장 동물을 볼 기회가 많지 않은데요. 거기다 집에서 거의 고립된 생활을 하는 와중에 이런 동물을 볼 수 있으니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고 합니다.

네이트 씨 역시 사람들의 행복한 미소를 보는 것이 즐겁다고 했는데요. 비록 비디오 화면상이지만, 동물들과 함께하며, 질문도 주고받으며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겁니다. 특히나 코로나 사태로 서로 만나지 못하는 이때, ‘고트투미팅’은 우리는 하나고, 늘 함께한다는,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