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코로나로 뉴욕을 떠나는 사람들...애완동물이 된 알파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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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곳곳의 다양한 모습과 진솔한 미국인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김현숙입니다. 미 동부의 대도시 뉴욕은 누구나 한 번쯤은 살고 싶어 하는 꿈의 도시로 불립니다. 그런데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하면서 뉴욕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데요. 이전엔 빈집을 구하기도 힘들었던 뉴욕 임대 아파트도 역대급의 공실률을 보이며, 현재 6만5천 채 이상이 비어있는 상태라고 합니다. 코로나 사태로 왜 뉴욕커들이 꿈의 도시 뉴욕을 떠나고 있는 걸까요?

뉴욕 맨해튼의 한 아파트에서 이삿짐이 나가고 있다.

“첫 번째 이야기, 코로나로 사태로 시작된 뉴욕 탈출”

[현장음:뉴욕의 주택가]

뉴욕의 중심가 맨해튼 거리. 좁은 골목에 이삿짐센터 트럭이 여러 대 서 있습니다. 이삿짐 직원들은 아파트에서 짐 상자들을 부지런히 트럭으로 옮겨 싣는데요. 뉴욕의 많은 사업체가 손님이 없어 어려움을 겪는 반면, 이삿짐 용역회사는 고객들의 요청을 다 수용할 수 없을 정도로 호황을 맞고 있다고 합니다.

[녹취: 낸시 자프라니]

‘OZ 이삿짐센터’의 총괄 매니저인 낸시 자프라니 씨는 요즘 많은 뉴욕 시민이 남동부 플로리다나 아니면 서부의 캘리포니아 또는 남부의 텍사스주로 떠나고 있다고 했는데요. 이 세 곳이 요즘 가장 수요가 많은 장거리 이사 목적지라고 했습니다. 또 뉴욕에서 비교적 가까운 지역으로는 뉴저지나, 코네티컷, 롱아일랜드로 이사를 많이 간다고 하는데요. 대도시를 벗어나 외곽지역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했습니다.

코로나 사태가 시작되면서 뉴욕의 많은 사업체가 문을 닫고, 지하철은 거의 텅 빈 채 다니고 있고, 총기 범죄는 증가하고 있는데요. 코로나 사태로 대도시인 뉴욕에 굳이 살 필요가 없어진 뉴욕 시민들이 좀 더 안전하고 쾌적한 교외 지역으로 떠나고 있는 겁니다.

특히 뉴욕 인근 뉴저지는 뉴욕 시민들이 많이 이주하면서 집값이 계속 오르고 있다고 합니다.

[녹취: 키릴 구레비치]

부동산 중개인인 키릴 구레비치 씨는 이사를 하려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묻는 것이 집 안에 일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지 여부라고 했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재택근무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지만, 뉴욕의 비싼 집값을 고려할 때 집에 사무 공간까지 확보하는 것은 힘들다 보니 외곽에 좀 더 집값이 싼 지역에서 여유분의 방이나 지하실 등 사무실로 쓸 수 있는 공간이 있는 집을 사람들이 찾고 있다는 겁니다.

최근 뉴저지로 이사 온 에브게니아 로파트닉 씨 역시 이사를 하게 된 이유가 재택근무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녹취: 에브게니아 로파트닉]

자신이 일하던 보육원이 지난 3월 중순에 문을 닫으면서 남편과 같은 거실의 식탁에 앉아 일하게 됐다는데요. 어린이집 선생님이다 보니 아이들과 화상대화 사이트인 ‘줌’을 통해 수업도 해야 하고 또 아이들에게 책도 읽어주고 노래도 함께 불러야 하기 때문에 조용한 자기만의 공간이 필요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같은 식탁을 쓰는 남편은 옆에서 계속 업무 전화 통화를 하다 보니 일이 제대로 안 됐다고 하네요.

게다가 뉴욕의 자그마한 아파트에서 몇 개월간 거의 갇혀 지내다 보니 아직 어린 자녀에게도 힘든 시간이 이어졌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수영장과 사무 공간 2개를 갖춘 뉴저지로 이사하게 됐다고 했습니다.

에브게니아 씨는 뉴욕을 정말 사랑하지만, 아무래도 코로나 사태가 금방 끝날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고 했습니다.

[녹취: 에브게니아 로파트닉]

만약 1년 정도 더 그렇게 좁은 아파트에 갇혀 지내면 정신이상이 될 것만 같았다는 건데요. 따라서 뉴욕으로 매일 장거리 출퇴근을 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대도시 아파트에선 더는 지내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겁니다.

에브게니 씨의 친구들 가운데도 상당수가 뉴욕을 떠나고 있다고 했습니다.

뉴욕뿐 아니라 신생 IT 기업들이 몰려있는 ‘실리콘밸리’를 포함한 샌프란시스코 중심지도 현재 비슷한 상황이라고 하는데요. 재택근무가 자리 잡는 한편, 일자리를 잃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도심지 근접 지역의 주택 임대 수요가 급감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하고 있습니다.

뉴욕의 경우 임대 아파트 공실률이 지난 10년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는데요. 시민들이 최대한 뉴욕을 떠나지 않고, 다시 돌아오도록 시 당국이 노력하고 있지만, 대도시를 떠나는 사람들의 발걸음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알파카 '피스코'와 '츄이'가 식당에서 손님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두 번째 이야기, 애완동물이 된 알파카”

알파카라는 동물을 들어보셨나요? 남아메리카 대륙에 서식하는 낙타과 동물인 알파카는 짧은 다리에 긴 목, 폭신폭신한 털에 귀여운 얼굴을 한 동물인데요. 특히 알파카의 털은 부드럽고 따뜻해서 겨울옷을 만드는 데 활용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미 동부 버지니아에 알파카를 애완동물로 기르는 사람이 있다고 합니다.

[현장음: 버지니아 비엔나 거리]

‘피스코’와 ‘츄이’라는 이름을 가진 알파카 두 마리는 지난여름 무척 바쁘게 지냈습니다. 이웃들의 뒷마당 파티에 초대돼 아이들과 함께 놀아준 건데요. 코로나 사태로 여행이나 여름 캠프에 가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큰 즐거움을 줬죠.

피스코와 츄이의 주인인 안드레아 디아즈 씨는 페루에서 자랐는데요. 거기에선 알파카를 애완동물로 기르기도 한다고 했습니다.

[녹취: 안드레아 디아즈]

디아즈 씨는 처음엔 피스코와 츄이를 집에서 평범한 애완동물로 길렀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하면서 변화가 생겼다고 했습니다. 집에서만 지내게 된 아이들을 위해 학교 선생님들이 기획한 행진에 자신의 애완동물을 동참시킨 겁니다.

피스코와 츄이 역시 집에만 있으면서 사람을 그리워했다고 하는데요. 첫 행사를 성공적으로 마친 이후 사람들에게 피스코와 츄이를 대여하는 일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사실 자신의 알파카가 이렇게 사교 활동을 시작한 건 코로나 사태 이전이었다고 했습니다.

[녹취: 안드레아 디아즈]

한번은 ‘잉카소셜’이라는 동네 식당에 갔는데 식당 로고에 알파카 같은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는 겁니다. 그래서 식당 주인한테 식당의 특별 행사 같은 날 알파카나 비슷하게 생긴 라마를 초대하면 어떻겠냐고 물었고 가게 주인은 정말 좋은 생각이지만, 알파카를 어디서 빌리겠냐고 되물었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자기가 ‘우리 집에 여유 공간도 있고 알파카를 다루는 법도 아니까, 알파카 두 마리 정도는 키울 수 있다’고 말했고, 결국 실행에 옮겼다고 합니다.

알파카는 덩치는 크지만 아주 온순하고 또 사람을 좋아하는데요. 발길질하거나, 물지도 않고, 또 침을 뱉지도 않는다고 합니다.

잉카소셜 식당의 대표 피토 가르시아 씨는 피스코와 츄이는 식당의 마스코트가 됐다고 했습니다.

[녹취: 피토 가르시아]

알파카는 정말 귀엽고 또 털이 복슬복슬 한 게 사랑스럽다는 건데요. 가게에 알파카를 데려오면 손님들이 다들 좋아하는데 특히 아이들이 정말 예뻐한다고 했습니다. 피토 씨는 알파카 덕분에 코로나 시대에 가족들이 함께할 무언가가 생겼다며, 대부분의 손님이 자녀를 데리고 온다고 했습니다.

이날도 잉카소셜의 실외 식사 공간에 피스코와 츄이가 등장했는데요. 손님들은 하나같이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녹취: 손님들]

이 식당에 온 것도 처음이고 알파카와 이렇게 어울려 본 것도 처음이라는 이 손님은 사실 알파카를 실제로 본 것도 태어나서 처음이라고 했는데요.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럽다며 알파카를 보니 기분이 좋아진다고 했습니다.

피스코와 츄이는 털의 색도 흰색과 갈색으로 다르지만, 성격도 무척 다르다고 디아즈 씨는 설명했는데요. 피스코가 짜증을 잘 내고 호기심이 많다면, 츄이는 좀 조용하고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성격이라고 했습니다.

[녹취: 손님들]

식당의 손님들도 이런 피스코와 츄이의 매력에 푹 짜졌는지, 정말 귀엽고 예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는데요. 무엇보다 도심에서 이렇게 애완동물로 기르고 있는 남미 동물을 만날 수 있다는 것에 다들 놀라워했습니다.

알파카는 따뜻한 털로 유명한데요. 남미 안데스산맥의 추운 날씨를 견딜 수 있는 털이다 보니 고급 의류 제작에 많이 활용됩니다. 애완용으로 기르는 것도 사실 기르기는 쉽지만, 가격은 만만치 않은데요. 한 마리당 1천 달러~3천 달러 정도 한다고 합니다.

[녹취: 안드레아 디아즈]

디아즈 씨는 알카파의 털이나 손톱을 깎을 줄 모르고 또 동물 병원에서 예방 주사도 맞히려면 돈이 더 많이 든다고 했는데요. 하지만, 본인은 거의 모든 것을 스스로 다 할 수 있기 때문에 부담이 덜하다고 했습니다.

버지니아에서는 또 알파카도 애완동물로 인정을 해주기 때문에 집 안에서 키우는 데 허가증을 받을 필요도 없다고 하네요.

코로나 사태로 기존의 여가 생활을 많이 즐길 수 없게 됐지만, 이렇게 새로운 동물이 사람들을 찾아가며 기쁨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네,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다음 주에는 미국의 또 다른 곳에 숨어 있는 이야기와 함께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함께 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