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곳곳의 다양한 모습과 진솔한 미국인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김현숙입니다.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 사태가 잦아들면서 많은 미국인이 팬데믹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가을 새 학기엔 각급 학교들도 대면 수업을 거의 다 재개하는데요. 하지만 직장인들의 퇴직률은 역대 최고 수준을 보인다고 합니다. 팬데믹 이후, 직장인들은 왜 자신의 일터를 떠나고 있는 걸까요?
“첫 번째 이야기, 팬데믹이 가져온 ‘이직 대유행’”
[현장음: 리피카 라마스와미 씨 동네]
자료분석가인 리피카 라와스와미 씨는 코로나 기간 미 남부 텍사스에 거주하면서 미 서부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회사 일을 원격으로 해왔습니다. 리피카 씨는 모든 상황이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가기 전까지는 언니가 있는 텍사스에 머물고 싶었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지난 6월, 회사는 직원들의 현장 업무 복귀를 지시했고, 결국 리피카 씨는 직장을 그만뒀다고 합니다.
[현장음: 리피카 라마스와미]
리피카 씨는 누구도 팬데믹 종식을 선언하지 않았다며, 아직 코로나 사태가 끝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는데요. 또 언제 재확산이 시작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가족들이 있는 곳에서 좀 더 안전하게 기다리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겁니다.
그런데 요즘 미국에선 리키파 씨와 같은 선택을 하는 직장인이 적지 않다고 합니다.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4월 한 달간, 자발적으로 직장을 그만둔 노동자는 약 400만 명으로 전체 미국인 노동자의 2.7%에 달했는데요. 이 같은 수치는 20년 만에 최고 수준이라고 합니다. 또 4월 수준에는 못 미치지만, 5월과 6월에도 퇴직률이 매우 높았습니다.
텍사스 A&M 대학의 앤서니 클로츠 교수는 코로나 대유행으로 자발적 퇴직이 줄을 잇는 현 상황을 ‘이직 대유행(The Great Resignation)’ 현상이라고 불렀는데요.
[녹취: 앤서니 클로츠]
지난 10년간 미국 직장인의 이직 숫자와 이직률은 조금씩 오르는 추세를 보여오다가 2020년에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증가세가 멈췄는데, 팬데믹이 아니었더라면 이직을 했을 노동자들이 그대로 일터에 머무르면서 일종의 정체 현상을 보인 것으로 파악된다는 겁니다.
그리고 코로나 사태가 잦아들자 이직률이 다시 치솟았다는 건데요. 클로츠 교수는 이 외에 여러 요인이 이직률을 높이는 데 작용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팬데믹 최전선에서 일했던 노동자들이 일에 지쳐 일터를 떠나고, 원격 근무에 익숙해진 직장인들이 계속 원격근무를 하기 위해 직장을 옮기는 경우도 있는 한편,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삶의 우선 순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는 미국인들도 있었다는 겁니다.
20년이 넘게 교단에 섰던 킴 프랭클 씨는 최근 캘리포니아주의 학교 교장직에서 사임했는데요. 너무 지쳤기도 했고 또 가족들이 사는 테네시 주로 거주지를 옮기기 위해서라고 했습니다.
[녹취: 킴 프랭클]
교육자로서, 원격 교육이 시행된 지난 15개월 동안은 정말 미칠 지경이었고, 완전히 새로운 시스템을 배우는 와중에 학생과 학부모들을 대하고 또 교직원들을 지원하는 것이 너무나 버거웠다는 겁니다.
특히 팬데믹이 가져다준 이런 스트레스는 많은 사람에게 삶의 우선순위를 새롭게 정하는 계기를 주기도 했는데요.
[녹취: 안드레아 배내커]
직장인의 복지를 연구하는 기업인 ‘스파크X5(SPARKX5)’의 안드레아 배내커 최고경영자(CEO)는 팬데믹 기간 많은 사람의 죽음을 보면서, “만약 나에게 남은 시간이 한정적이라면, 내가 진정 사랑하는 것을 하면서, 제대로 된 길을 가고 있는 것인가”를 사람들이 생각해 보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기업들은 원격근무를 하지 않으면 이직하겠다는 직원들을 붙들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내놓고 있는데요. 대표적인 예로, IT 기업인 ‘애플’은 오는
10월부터 일주일에 며칠만 현장 근무를 하고 나머지는 집에서 일을 하는, 혼합형 근무 형태를 시행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현장 근무가 싫어서 퇴직한 리피카 씨도 새로운 직장을 찾았는데요.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지역에 있는 회사로 완전 원격근무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현장음: 리피카 라마스와미]
리피카 씨는 IT 기업에서 일하는 특성상 도시에 살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었지만, 이제 원격 근무가 가능해지면서 생각이 바뀌었다고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직 대유행 현상이 앞으로 몇 달간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는데요. 코로나가 가져온 직장 문화의 변화가 앞으로 어떻게 자리 잡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 놀이공원이 된 농장”
코로나 팬데믹으로 큰 타격을 입고 문을 닫은 사업체들이 많습니다. 미 동부 뉴욕주 롱아일랜드에 위치한 ‘워터드링커 농장(Waterdrinker
Farm)’도 부도가 날 지경에 이르렀는데요. 하지만 6대째 농장을 이어오고 있는 마크 와이즈 씨는 이런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오히려 더 과감한 도전을 했습니다.
바로 농장을 작은 놀이공원으로 탈바꿈한 건데요. 옥수수밭 미로도 있고, 동물들에게 직접 먹이도 줄 수 있고, 간단한 놀이기구도 있는 농장은 누구나 와서 즐길 수 있는 놀이 공간이 됐습니다.
[녹취: 마크 와이즈]
28헥타르가 넘는 너른 농장은 코로나 기간, 사람들이 야외에서 신선한 공기를 쐴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는 건데요. 마크 씨는 따라서 봄에는 튤립 축제를, 여름과 초가을에는 해바라기 축제를, 가을에는 호박 축제를 열어서 방문객들을 맞이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또 겨울에는 크리스마스를 맞아 빛의 축제와 산타클로스 축제를 여는 등 1년 내내 다양한 행사가 진행된다고 했습니다.
부도 위기로 인해 침울함이 감돌았던 농장은 사람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하게 됐고, 수입도 올리게 됐는데요. 놀이동산으로 바뀌어 행복한 사람은 마크 씨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녹취: 마리아]
방문객 마리아 씨는 봄에 튤립 축제에 처음 와보고는 너무 좋았다며, 여름에는 해바라기 축제를 한다고 해서 다시 또 찾았다고 했는데요. 팬데믹 기간에 이 공원에 오면 온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 좋다고 했습니다.
[녹취: 다이애나]
다이애나 씨 가족은 놀이공원에 처음 와봤는데 같이 온 어린 딸이 너무 좋아한다며, 온 가족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했고요.
[녹취: 니콜]
니콜 씨는 워터드링커 팜에서는 직접 해바라기를 딸 수도 있다며 한 손 가득 해바라기를 들고는 공원을 자주 찾는다고 했습니다.
어린이들 역시 자연 속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요.
[녹취: 매들린]
역시나 큼지막한 해바라기를 든 꼬마 숙녀 매들린 양은 공원에 와서 낙타과 동물인 라마도 봤다며 신기해했습니다.
워터드링커팜은 과거 농장이었던 만큼, 방문객들에게 각종 꽃과 신선한 채소도 판매하고 있는데요. 방문객들은 농장을 가득 메운 커다란 해바라기 앞에서 사진도 찍고, 직접 해바라기를 따기도 하면서 특별한 여름날의 추억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네,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다음 주에는 미국의 또 다른 곳에 숨어 있는 이야기와 함께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함께 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