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여고...비만과 빈곤 퇴치를 위한 건강 간식        

Your browser doesn’t support HTML5

미국 곳곳의 다양한 모습과 진솔한 미국인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입니다. 미 동부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는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여자 고등학교가 있습니다. 1884년 11월 1일에 개교한 이 학교는, 뉴욕 세네카폴에서 남녀평등을 천명한 ‘여성 권리선언’보다도 4년 먼저 개교한 여학교입니다. 이 학교 학생과 교사들은 오랜 역사를 자랑스럽게 여기며 고유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는데요. 유서 깊인 ‘웨스턴고등학교’를 찾아가 보죠.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여자 고등학교인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의 웨스턴고등학교.

“첫 번째 이야기, 미국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이어가는 여자고등학교”

볼티모어시에서 작은 교실 하나로 시작된 웨스턴고등학교는 200년 가까이 지난 현재, 큰 건물에 1천여 명의 여학생이 공부하는 공립학교로 성장했습니다.

미셸 화이트 교장은 웨스턴고등학교는 오랜 전통에 따라, 성 고정관념을 깨는 교육을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녹취: 미셸 화이트] “여학생들만 있는 우리 학교에선 여성도 얼마든지 자신이 원하는 분야에서 리더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스템(STEM)’이라고 하는 과학, 기술, 공학, 수학 분야에서도 여학생들이 얼마든지 잘 할 수 있다고 가르치는데요. 이런 분야는 현대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분야지만, 여학생들이 주도하는 분야로는 인식되지 않고 있거든요. 또 여성들이 성폭력 경험을 폭로하는 ‘미투운동’이 전개되는 상황에서도 여성들이 STEM 분야에 공헌하는 바는 별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웨스턴고등학교 졸업생 중에는 정치인과 과학자, 우주인, 할리우드 배우도 있는데요. 그만큼 다양한 분야에서 인재를 양성했습니다. 특히 여성 평등이 실제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던 시절, 여러 난관을 극복하고 정상에 오른 여성들도 있죠.

미국에선 현재 남고, 여고 이런 식으로 단일 성별 교육을 하는 학교가 많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미국 전체를 통 통틀어 약 1천 개 학교 정도만 남아있다고 하네요. 하지만 웨스턴고등학교는 단일 성별 교육을 하는 데 대한 자부심이 있다고 했습니다.

학생들 역시 여고에 다니는 데 대한 불만이 없어 보였는데요.

[녹취: 앨리사] “여고에 다니면서, 같은 여성들 사이에 둘러싸여 있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배우고 있습니다.”

[녹취: 엘리자베스] “우리 학교에선 서로에게 열린 마음을 갖고 있어요. ‘시스터후드(sisterhood)’라고 하는 자매애가 아주 끈끈하죠. 이런 환경에 있다 보니 진짜 내가 원하는 게 뭔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정확히 발견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남녀 공학에 다니다 보면 사실 남학생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을 수가 없거든요. 남자애들이, “어~쟤 이쁜데~” 이런 말을 내뱉곤 하니까요.”

학생들은 물론 서로 경쟁도 하지만, 서로를 도우며 친자매처럼 지낸다고 했습니다.

웨스턴 고등학교에 에카테리나 데니소바 교감은 학교에 걸린 한 포스터에 대해 설명했는데요.

포스터에는 왕관을 쓴 여자 아이가 그러져 있고, 그 밑에 ‘만약 자매의 왕관이 미끌어져 내려가면, 아무도 모르게 고쳐줘라’ 라는 글귀가 있다는 겁니다. 이런 포스터만 봐도 학생들의 자매애 그리고 서로에 대한 지지와 연대를 확인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웨스턴고등학교 교사들은 단일 성별 교육의 큰 장점 가운데 하나가 바로 여학생들이 어디서든 탁월한 실력을 보일 수 있는 점이라고 했습니다. 기하학 교사인 웨스톤 슈라이버 선생님은 남녀 공학에선 주로 남학생들이 주도하는 수업을 여고에선 여학생들이 주도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녹취: 웨스톤 슈라이버] “저는 컴퓨터공학과 로봇 공학 등, 일반적으로 남학생들이 잘한다고 여겨지는 과목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우리 학생들은 성에 대한 고정관념 없이 수업에 접근해요. 서로 경쟁심을 갖고 깊이 파고들기도 하고요. 로봇 공학을 연구하는 팀이나, 컴퓨터 연구회 등을 만들어 자신만의 특기로 키워가기도 합니다.”

올해 웨스턴고등학교는 개교 175주년을 맞는데요. 미국의 많은 학교가 단일 성별 교육을 포기하고 남녀 공학으로 돌아서고 있지만, 웨스턴고등학교는 여고라는 정체성이야말로 자신들의 미래라고 믿고 있습니다.

조바이다 팔라 씨가 자신이 제작, 판매하는 ‘큐어’ 제품 앞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두 번째 이야기, 비만과 빈곤 퇴치를 위한 건강 간식”

미국에서 가장 큰 사회적 문제 가운데 하나가 바로 살이 많이 찌는, 비만입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에서 발간하는 ‘월드 팩트북(World Factbook)’에 따르면 미국인의 비만율은 36%에 달하는데요. 비만의 원인이 되는 속성음식, 즉 패스트푸드를 먹는 비율도 매우 높습니다. ‘미국 보건통계센터’는 미국 성인의 약 37%가 매일 패스트푸드를 섭취한다고 지적하는데요. 비만을 부르는 이런 나쁜 식습관을 해결하기 위해 한 여성이 간식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미 중서부 오하이오 사는 조바이다 팔라 씨는 25살의 젊은 여성이지만, 지역에서 무슬림 즉 이슬람교를 믿는 사업가로 이름을 알리고 있습니다. 지난 2016년, ‘큐어(CURE)’ 치유라는 뜻을 가진 상표를 만들어 건강 간식을 만들어 팔고 있는데요. 살만 찌고 영양가는 없는 패스트푸드 대신 먹을 수 있는 ‘바(bar)’라고 하는 영양간식을 만들고 있는 겁니다. 바는 여러 곡물과 견과류 등을 엉겨 붙여 과자처럼 만든 제품인데요. 팔라 씨는 이런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다고 했습니다.

[녹취: 조바이다 팔라] "제가 아이들에게 영어와 수학을 가르칠 때였어요. 학생들이 교실에 들어오는데 다들 감자칩이나 탄산음료, 또 설탕과 나쁜 당분이 가득 한 간식을 손에 들고 있는 거예요. 한번은 제가 아이들에게 물어봤어요. 왜 이렇게 몸에 나쁜 간식을 먹냐고요. 그러자 학생들이 똑같은 대답을 내놓았습니다. ‘몸에 좋은 건 맛이 없잖아요!’ 라고요.”

아이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건 무엇보다 맛이라는 걸 알게 된 팔라 씨는 할머니가 전수해주신 비법을 바탕으로 맛있는 간식 만들기 실험에 들어갔습니다. 여러 종류의 곡물과 견과류를 꿀에 섞어 바를 만들어 낸 건데요. 현재 매달 4천 개~ 6천 개의 주문을 받을 정도로 사업이 커졌지만, 팔라 씨는 여전히 자신의 집 부엌에서 직접 바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팔라 씨는 자신이 만든 간식을 통해 사람들이 식습관을 고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또 하나의 목표가 있다고 했는데요. 자신의 바를 통해 먹을 것이 없는 사람들을 돕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녹취: 조바이다 팔라] “우리 회사는 단순히 이윤을 목적으로 운영되지 않습니다. 사회적 임무를 갖고 있는데요.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바 하나가 팔릴 때마다 바 하나를 기부한다는 원칙을 세웠어요. 바로 집이 없는 노숙자들을 도아왔죠. 그리고 지금은 회사가 커지면서 이익금의 일부를 전 세계 빈곤을 해소하는 일에 쓰고 있습니다.”

팔라 씨는 자신의 회사가 도운 사람이 미국 국내에서만 20만 명이 넘고, 시리아와 모로코, 팔레스타인과 감비아 등지에 있는 난민들도 돕고 있다고 했는데요. ‘치유’라는 상표처럼, 팔라 씨가 만든 작은 영양 간식은 세계인의 비만과 빈곤을 동시에 치유하는 데 활용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