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백신 맞으면 맥주가 공짜!...아시아계를 위한 호신술 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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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곳곳의 다양한 모습과 진솔한 미국인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김현숙입니다. 미국에서는 코로나 백신 접종이 광범위하게 이뤄지면서 각종 방역 조처가 완화되고 있는데요. 하지만 최근 들어 백신 접종률이 조금 떨어지자 각종 유인책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백신을 맞으러 갈 때 공유 차량 서비스를 이용하면 차비를 무료로 해주거나, 백신을 맞으면 현금을 주는 주 정부도 있고요. 무려 100만 달러의 당첨금을 내놓은 주도 있는데요. 워싱턴 D.C.에 가면 조금 특별한 공짜 선물을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워싱턴 D.C. 문화 공연 시설인 '케네디 센터' 의 야외 공연장(REACH)에서 코로나 백신을 맞은 사람들이 무료 맥주를 마시고 있다.

“첫 번째 이야기, 코로나 백신 맞고 즐기는 공짜 맥주”

[현장음:케네디 센터 리치]

따뜻한 햇볕이 가득한 봄날 오후. 워싱턴 D.C. 내 문화 공연 시설인 ‘케네디 센터’ 내 야외 공연예술센터 리치(REACH) 앞에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는데요. 아름다운 포토맥강 변에 자리 잡은 야외 공연장이 백신 접종 센터로 변신한 겁니다.

[녹취: 알베르토]

D.C. 주민인 알베르토 씨는 좀 쉽게 백신을 맞고 싶었는데 그 바람이 이뤄졌다고 했는데요. 집에서 자전거를 타고 와서 백신을 맞는 것처럼 더 쉽고 완벽한 게 어디있겠냐고 했습니다.

리치 공연장 백신 센터는 주민들이 가기에도 좋고 미리 예약할 필요도 없이 그냥 줄 서서 맞기만 하면 되는데요. 거기다 백신을 맞고 나면 공짜 술도 한 잔 마실 수 있습니다.

조나단 씨는 출장 차 D.C.를 방문했다가 백신을 맞았다고 했는데요.

[녹취: 조나단]

한 시간 전쯤 호텔 방에서 TV를 보고 있다가 여기서 백신 접종을 한다는 광고를 보고는 왔다는 겁니다. 조나단 씨는 사업차 출장을 많이 다녀서 백신 접종 날짜를 예약하기가 무척 힘들었다고 하는데요. 여기서 한 번에 끝내버려 좋고, 또 앞으로 여기 저기 여행을 많이 다녀야 하는데 안전하게 다닐 수 있어 마음이 놓인다고 했습니다. 게데다 공짜 맥주까지 마실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는 거죠.

꼭 공짜 맥주를 원하지 않더라고 리치 백신 센터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또 있는데요. 1번만 접종하면 되는 존슨앤드존슨 백신을 맞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역 주민인 크리스틴 씨는 고모인 수전 씨와 함께 백신을 맞으러 나왔다고 했는데요.

[녹취: 크리스틴 버작]

공짜 맥주를 준다고 해서 백신을 안 맞을 사람이 맞으러 올 거 같지는 않겠지만, 여기 와 보면 백신을 맞아야 한다는 사회적인 압박감을 느낄 수 있다고 했는데요. 특히 여기선 백신을 한 번만 맞으면 되고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맥주도 마실 수 있어 좋다고 했습니다.

[녹취: 수잔 버작]

고모인 수잔 씨도 리치 센터에서 이렇게 백신을 맞는 건 정말 좋은 생각인 거 같다고 했습니다.

워싱턴 D.C. 당국은 케네디 센터와 지역 맥주 회사인 ‘살러스 양조회사(Solace Brewing Company)’와 협력해 ‘백신 맞으면 공짜 맥주’라는 행사를 준비했는데요.

[녹취: 라셸 데이비스]

살러스 양조회사의 라셸 데이비스 씨는 백신을 맞으면 공짜 맥주를 주는 행사는 D.C. 시장실에서 주도했다며 아주 신속하게 결정된 행사라고 했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7월 4일 독립기념일까지 미국 성인 가운데 70%가 최소 1회 백신 접종을 완료하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는데요. 이런 목표에 부합하려고 노력하는 워싱턴 D.C.는 이미 성인 70% 이상이 1회 접종을 끝냈고, 6월 중순이면 모든 코로나 방역 조처를 해제할 예정입니다.

[녹취: 존 팔치키오]

존 팔치키오 워싱턴 D.C. 부시장은 시내 백신 센터가 매일 문을 열고 다양한 백신 관련 행사도 계속 이어갈 거라고 했는데요. 이런 노력을 통해 주민들에게 백신이 공짜이고, 쉽게 맞을 수 있고, 재미있는 경험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다고 했습니다.

D.C. 시 당국은 공짜 맥주를 제공하는 이번 행사가 성공적이라고 평가했는데요.

[녹취: 알렉시스 피어링]

보건국 직원인 알렉시스 피어링 씨는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우려가 좀 있었지만, 결과는 성공적이라며 사람들이 백신을 맞는 데 있어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백신 접종과 함께 하는 행사는 그 무엇이 됐든, 더 많은 사람이 백신을 맞으러 나오게 만들 것이라고 장담했는데요.

D.C. 주민들은 이렇게 백신도 맞고 시원한 맥주도 마시며 코로나 대유행 이전 생활로 돌아갈 날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미 서부 LA의 팬 퍼시픽 공원에서 아시아계 이민자들을 대상으로 한 호신술 강습이 진행되고 있다.

“두 번째 이야기, 아시아계를 위한 호신술 교실”

최근 미국에서는 아시아계 이민자들을 겨냥한 범죄가 늘면서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아시아계라는 이유로 길거리를 걷다가 무차별 공격을 당하는 일도 종종 있는데요. 미 서부 대도시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아시아계 이민자들이 이런 공격에서 자신을 보호할 수 있도록 무료로 호신술을 가르쳐주는 수업이 생겼습니다.

[현장음: 팬 퍼시픽 공원]

LA 팬 퍼시픽 공원에서 호신술 수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수강생들 가운데는 남성도 있고 중년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 젊은 아시아계 여성들인데요.

이 가운데 아케미 룩 씨는 최근 아시아계가 묻지마 공격에 희생되는 걸 보면서 스스로를 보호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 호신술 수업을 찾았다고 했습니다.

[녹취: 아케미 룩]

만약 누군가 나를 공격한다면, 나도 맞받아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냐며, 싸움 기술과 방어하는 방법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는 겁니다.

또 다른 수강생인 게이샤 콜튼 씨는 과거 성폭행 당했던 경험이 있다고 했는데요. 홀로 아이들을 키우는 아시아계 여성으로서 호신술을 배우는 것이 선제공격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습니다.

[녹취: 게이샤 콜튼]

공격받을 때를 예상해 호신술을 배우는 것 자체가 바라던 일은 아니지만, 이제 세상이 달라졌고, 안타깝게도 누구나 폭력의 희생자가 될 수 있는 게 현실이 됐다며, 특히 자신은 아시아계이고 여성이다 보니 공격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사람들에게 무료로 호신술을 가르치고 있는 봉사자들 가운데 한 명인 사브리나 존슨 씨는 본인은 아시아계가 아니지만, 아시아계를 겨냥한 폭력이 자주 발생하는 상황에서 자신이 알고 있는 호신술을 사람들에게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습니다.

[녹취: 사브리나 존슨]

사브리나 씨는 호신술이 있으면 자신을 보호하는 데도 도움이 되지만, 꼭 아시아계가 아니더라도, 다른 누군가가 공격받고 있는 걸 제지할 수 있을 거라고 했는데요. 두려움 없이 다가가 공격을 멈추라고 말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강사들은 아시아계 주민들을 위한 호신술 강의를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했는데요. 자신들 노력이 아시아계 지역 사회를 더 강하게 할 뿐 아니라 미국 내 인종 차별 공격을 방지하는 데도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습니다.

네,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다음 주에는 미국의 또 다른 곳에 숨어 있는 이야기와 함께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함께 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