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지방뿐 아니라 평양에서조차 의료 시스템이 너무 취약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응할 능력이 거의 없다고 북한 의료상황에 정통한 서방 관계자와 전직 북한 고위 관리가 VOA에 밝혔습니다. 이들은 북한 당국의 주장과 달리 감염자와 사망자가 훨씬 많을 것이라며 투명한 정보 공개를 위해 국제사회가 압박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취재: 이상훈 / 영상편집: 강양우)
평양의 의료 체계에 정통한 서방국의 한 관계자는 9일 익명을 전제로 VOA에 북한의 의료 시스템을 설명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북한은 지방뿐 아니라 평양의 의료 시스템도 매우 취약하다면서, 혈액검사를 할 수 있는 곳이 적십자병원 등 몇 군데 밖에 되지 않고, 전염병에 걸리면 진단할 수 있는 시스템도 사실상 전무하다고 밝혔습니다.
이 관계자는 평양의 많은 의사들 조차 수술에 필요한 약을 장마당에서 사와야 한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확진자가 발생해도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열악한 의료 체계와 북중 접경 환경을 고려하면 북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와 사망자 수는 적어도 수천에서 수만 명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북한은 국경을 석 달째 봉쇄하며서도 확진자가 전혀 없다는 주장을 반복해 신뢰할 수 없다며 북한의 대응은 보건이 아니라 체제 보호 중심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더구나 북한은 확진자가 발생해도 미국이나 한국처럼 인공호흡기나 보호 장비가 거의 없는 데다 중환자실이라는 병실조차 현대 시설과는 거리가 멀다면서 이런 현실 때문에 평양의 고위층과 돈주들은 중국에서 치료를 받는 게 일반적이라고 밝혔습니다.
북한 고위 간부 출신인 김명 씨(가명)도 9일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북한의 의료체계는 취약하고 위태롭다고 지적했습니다.
김 씨는 북한 주민들이 만성적인 영양실조와 열악한 보건, 면역력 약화의 영향을 받은 지 오래됐다면서 북한은 세계 어떤 나라보다 코로나바이러스에 취약해 이미 확진자와 사망자 발생 규모가 크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 의사 출신 전문가들도 앞서 VOA에 북한의 감염병 대응 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최정훈/고려대 공공정책연구소 연구교수(전 북한 청진철도국 위생방역소 의사)
“진단이 과학적이지 않습니다. 세균이나 바이러스에서 전염병이 발생하면 빨리 병원체를 밝혀내는 것, 실험 실적으로 이건 뭐다, 무슨 균이다, 무슨 바이러스라는 것 등 빨리 정체를 밝혀내는 게 중요한데 그 게 북한에 안 돼 있습니다.”
인터뷰에 응한 전직 북한 고위 간부 김 씨와 서방 관계자는 북한의 수뇌부는 주민 보건과 치료보다 전염병 확산 방어와 정권에 타격을 주는 정보 감추기에 급급해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또 체제 전환 없는 근본적 해법 찾기는 불가능하겠지만, 주민 생명을 구하기 위해 북한 당국이 투명하게 정보를 공유하고 지원을 요청하도록 국제사회가 더 강력하게 압박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