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선적을 알 수 없는 유조선들이 잇따라 북한 남포항 일대에서 발견됐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선박 운항이 크게 감소했지만, 불법 유류 반입은 줄어들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취재: 김선명 / 영상편집: 강양우)
지난 28일 북한 서해상을 보여주는 ‘마린트래픽’의 지도에 ‘A S’라는 이름의 선적 미상의 유조선 1 척이 포착됐습니다.
동중국해 일대에서 나타나 북한 방향으로 항해한 이 유조선은 북한 대동강 입구 격인 초도를 약 25km를 앞둔 지점에서 돌연 선박자동식별장치 AIS를 끈 채 사라졌습니다.
앞서 지난 22일에는 ‘M H’라는 이름의 또 다른 선적 미상의 유조선의 신호가 대동강과 서해 접점 해상에서 포착됐습니다.
이 선박은 북한 영해에서 종종 AIS 신호를 켰었는데 이를 토대로 확인한 결과 이 유조선은 약 사흘 전인 19일 북한 남포 유류 항구에 정박한 기록을 남겼습니다.
과거 북한의 유조선들이 남포항 일대에서 포착된 적은 있지만, 열흘 남짓한 기간 동안 제3국 유조선 2척이 북한 영해에서 신호를 노출한 건 흔치 않은 일입니다.
최근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은 이전까지 북한 선박들이 공해상에서 다른 나라 선박과 만나 유류를 건네받았었는데, 근래에는 다른 나라 선박이 북한으로 직접 유류를 운반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전문가패널은 지난해 1월부터 10월 사이 제3국 유조선이 총 64차례 북한에 입항했으며, 이들이 운송한 정제유가 최소 56만 배럴에서 최대 153만 배럴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번에 남포에서 발견된 유조선들도, 불법으로 북한에 유류를 반입하는 것인지 여부가 주목됩니다.
올해 북한의 남포 유류 항구 일대에는 예년보다 더 많은 선박이 정박하고 있습니다.
VOA가 위성사진 자료를 분석한 결과, 북한 남포에서 유류를 하역할 수 있는 부두 3곳과 해상 유류하역 시설 등에는 올해 초부터 이달 29일까지 약 45척의 선박이 드나든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전년도 같은 기간의 약 25척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이전보다 더 많은 유류가 북한에 반입됐을 수 있다는 추정이 가능합니다.
또 최근 몇 달 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영향으로 북한 선박들의 운항이 급감한 모습을 보여왔는데, 유류를 운반하는 유조선들의 운항은 지속된 것으로 보입니다.
브래들리 뱁슨 / 전 세계은행 고문 (지난달 25일)
“제 생각엔 유류 제재가 북한에 가장 아픈 조치 중 하나였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북한은 선박 간 환적 등 정제유를 얻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이런 노력은 꽤 성공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는 최근 유엔 안보리에, 올해 5월까지 대북 정제유 반입량으로 각각 1천813 톤과 1만1천 481톤을 보고했습니다.
전년도 보다 각각 1/3과 1/2이 줄어든 양입니다.
그러나 미국 정부와 유엔 전문가패널은 이 같은 두 나라의 ‘공식’ 유류 반입분이 불법적인 방식으로 북한에 유입된 양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어 논란은 계속될 전망입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