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무부가 북한 당국의 대규모 돈세탁 연루 기업에 대한 몰수금 소송을 벌인 미국 사법당국의 조치를 어제 공개했는데, 미국 검찰은 이런 돈세탁의 배후로 북한의 대외공작을 총괄하는 정찰 총국을 지목했습니다. 또 북한 당국이 제재를 회피해 자금을 세탁할 목적으로 북한의 해외 은행 지점과 협력해 위장 회사를 설립해왔다고 지적했습니다. 지다겸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취재: 김선명 / 영상편집: 이상훈)
미국 연방검찰은 23일 공개한 소장에서 북한의 자금 세탁에 관여한 혐의로 모두 4개의 기업을 익명으로 지목하면서 이들 기업이 불법 거래한 237만 달러에 대한 자산 몰수를 요청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몰수 금액 중 8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기업, 회사 1과 2는 북한의 군부 하에 있는 정찰총국 관료의 지시와 지도에 의해 운영됐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은행을 대신해 미국 달러를 이용한 대규모 자금 세탁의 배후로 북한의 대외 공작을 총괄하는 ‘정찰총국’을 지목한 것입니다.
미국 연방검찰은 특히 신뢰할 수 있는 기밀정보원의 제공 자료를 기반으로, 정찰총국 관료가 돈세탁과 연관이 있는 청구서와 계약을 주고받았고 이후 회사 1과 2에게 관련 대금 지불 요청을 했을 뿐 아니라 자금 세탁 과정에 융통된 ‘수백만 달러’의 지불 대금을 추적했다고 밝혔습니다.
검찰은 또 소장에서 정찰 총국 관료는 회사 1, 2에게 이들의 사업 거래를 용이하게 할 ‘조작된 기록’을 만들 것이라고 통보했다는 점도 밝혀 정찰 총국이 문서 조작에도 관여했음을 시사했습니다.
북한의 첩보 기관인 정찰 총국은 미국과 유엔의 제재 대상으로, 2009년 조직이 확대되면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첫 국장을 맡았으며 현재는 림광일이 국장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 재무부는 북한의 정찰총국이 불법 사이버 행위와 유엔 안보리 결의에 의해 금지된 재래식 무기 거래 등 다양한 불법 활동에 개입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미국 검찰의 소장은 또 위장 회사를 이용한 북한 당국의 자금 세탁 수법도 공개했습니다.
특히 이번 소장에서 지목된 4개 익명의 기업은 북한 은행들을 위해 위장 회사에 자금을 보내거나 받기도 했는데, 4개 기업들이 위장 회사와 북한 은행의 중간 매개 역할을 한 겁니다.
가장 큰 규모의 자산 몰수 대상자로 지목된 회사 1은 북한 당국을 위해 2017년 5월 26일부터 11일 동안 12곳의 기관과 16차례, 미화 182만 7천 달러 이상을 거래했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런 불법 거래에는 북한 대외무역은행의 태국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중국 선양 등의 해외 사무소가 설립한 위장 회사가 개입해 북한의 광범위한 불법 금융 네트워크를 입증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신미국안보센터의 닐 바티야 연구원은 제3국에 설립된 위장 회사와 중간 매개를 이용한 자금 세탁은 제재를 회피해 자금의 출처와 최종목적지를 숨기려는 북한 정부의 행동 양상과 일치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이 국제적 공조 하에 이뤄져 적발하기 힘든 돈세탁 해결에 긍정적 신호라고 평가했습니다.
닐 바티야 / 신미국안보센터(CNAS) 연구원
“(세탁된) 자금을 추적하는데 국제 공조가 있었다는 점은 매우 좋은 신호라고 생각합니다.”
바티야 연구원은 또 이번 몰수 소송이 고객 확인제도 등 금융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실행 비용을 부담스러워하는 기업들에게도 관련 규제 제정과 실행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뉴스 지다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