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지난 한 해 미북 비핵화 협상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 사법당국의 북한과 관련한 법적 조치는 두드러졌습니다. 대북 제재 위반자들이 대거 기소됐고 불법거래 자금에 대한 몰수 소송이 제기되는 등 북한의 제재 회피에 대한 대응으로 법적 조치가 활용되는 모습입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취재: 김선명 / 영상편집: 이상훈)
지난 한 해 미국에서 북한과 관련해 움직임이 활발했던 곳은 법원입니다.
대북 제재 위반 사건 등에 대한 미국 법무부 차원의 조치가 예년보다 많았는데, 특히 북한에 의해 억류 피해 등을 입은 미국인들의 민사 소송과 북한 자산 몰수 조치 등이 집중됐습니다.
연방수사국 FBI 등 미국 수사 당국과 검찰을 앞세운 미국 법무부의 조치는 올해 공개된 것만 10건입니다.
여기에는 지난 5월 미국 법무부가 ‘조선무역은행’ 관계자 등 북한 국적자 28명과 중국인 5명을 기소한 것과 같은 큰 사건이 포함돼 있습니다.
중국의 통신기업 화웨이의 창업자 딸 멍완저우 부회장에게 대북제재 위반 혐의가 추가되고, 지난 9월에는 말레이시아에서 활동하던 북한 국적자 리정철과 리유경 등 3명은 금융 사기와 자금세탁 공모 등의 혐의로 미국 법원에 기소됐습니다.
미국 검찰은 민사 소송 방식을 통해서도 다른 나라에 산재한 북한의 불법 자산 회수 노력에 적극 나서기도 했습니다.
지난 7월과 8월에 북한의 돈세탁에 관여한 중국 기업 등 4곳의 관련 자금 몰수 소송이 제기됐고, 북한의 가상화폐 거래소 해킹 자금과 중국 통신 기업 ZTE와 북한 간 거래를 주선한 중국 회사와 사주 등의 자산에 대해서도 같은 조치가 취해졌습니다.
법무부의 이같은 조치는 재무부가 최근 몇 년간 대북 제재 등 북한 관련 조치에 소극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이뤄져 더 주목을 받았습니다.
조슈아 스탠튼 / 대북 제재 전문가, 변호사
“전통적으로 법무부는 대통령의 정치적 방향으로부터 더 많은 독립성을 가졌습니다.”
존 데머스 미국 법무부 국가안보 담당 차관보는 테러 대응에 초점을 맞췄던 법무부 내 국가안보부서가 2006년 설립 초기와 달리 현재는 러시아, 이란, 중국, 북한 등 4개 적대국이 야기하는 위협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존 데머스 / 미국 법무부 국가안보 담당 차관보 (지난 10월)
“북한은 사이버 능력을 은행 공격과 자금 탈취에 써왔습니다. 중국, 러시아, 심지어 이란으로부터 볼 수 없는 행동입니다. 이런면에서 북한은 특이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2020년은 북한에 대응한 일반인들의 법적 조치 또한 크게 주목받은 한 해였습니다.
특히 북한에 2년 넘게 억류됐다 풀려났던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 씨는 지난 8월 억류 기간 중 겪은 정신적 고통과 경제적 피해 등을 주장하며 북한 정권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또 북한 공작원들에 의해 납치된 뒤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김동식 목사의 유족들이 북한 정권에 대한 소장을 제출했습니다.
2018년 미국 법원으로부터 북한의 5억 달러 배상 판결을 이끌고 불법 석탄 운반 혐의로 몰수된 북한 선박 와이즈 어네스트호의 경매 대금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 오토 웜비어의 부모는
올해 북한 자산 찾기에 더 적극 나서 미국 은행 3곳에 예치된 북한 관련 자금 약 2천만 달러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요구하는 등의 법적 조치에 착수하기도 했습니다.
미국 법무부의 적극적인 조치와 함께 북한 억류 피해자와 가족들의 소송까지 더해지면서 북한이 올해 받는 법적 압박은 국제사회 제재에 못지않았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