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다시 여행 떠나는 미국인들...나 홀로 밀입국 아동을 돕는 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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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곳곳의 다양한 모습과 진솔한 미국인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김현숙입니다. 미국은 5월 마지막 월요일을 연방 공휴일인 메모리얼 데이(Memorial Day)로 보냅니다. 이날은 원래 전장에서 목숨을 잃은 전사자들을 기리는 날이지만, 본격적인 여름 여행 철이 시작되는 시점이기도 한데요. 지난 1여 년 간, 코로나 팬데믹으로 집에만 머물러야 했던 미국인들이 이제 코로나 사태가 많이 안정되면서 다시 여행을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오랜만에 떠나는 여행, 미국인들은 누구와 어디를 가려는 걸까요?

노부부들이 여행을 위해 집을 나서고 있다.

“첫 번째 이야기, 다시 여행을 떠나는 미국인들”

[현장음: 공항]

지난해 3월 이후 한동안 조용했던 공항이 다시 붐비고 있습니다. 도로에 차들도 많아졌고요. 크루즈 여객선 여행을 문의하는 사람들도 많이 늘었는데요. 미국에서 코로나 백신 접종이 광범위하게 이뤄지면서, 여름 여행 산업이 다시 활기를 띠고 있습니다.

미 동부 버지니아에 사는 데이비드 베인 씨 역시 지난 14개월간 아무 데도 못 가고 집에만 있어야 했지만, 이제 부부가 모두 백신 접종을 끝낸 만큼 여름 휴가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했는데요.

[녹취: 데이비드 베인]

데이비드 씨는 자동차로 다녀올 수 있는 국내 여행보다는 항공편을 이용한 해외여행을 구상 중이라며 중미의 코스타리카나 유럽의 스페인을 생각 중이라고 했습니다.

여행 상담가인 엘리자베스 모나한 씨는 많은 미국인이 데이비드 씨 처럼 여름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했는데요.

[녹취: 엘리자베스 모나한]

최근 진행한 선물조사 결과, 미국인의 약 2/3가 여름 휴가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고 답했다는 겁니다.

미국 자동차협회(AAA)는 올해 메모리얼 데이 연휴에 여행을 떠나는 미국인의 숫자가 작년과 비교해 최소한 60% 늘어날 거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는데요.

[녹취: 지넷 맥기]

AAA의 지넷 맥기 대변인은 올해 메모리얼 데이 연휴엔 3천700만 명이 여행을 떠날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습니다. 작년보다 60% 증가한 수치지만, 그 전해인 2019년에 비하면 13% 감소한 수준이긴 한데요. 메모리얼 데이는 미국인들의 여름 여행 수요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좋은 척도라고 했습니다.

아직은 많은 미국인이 해변이나 국립 공원 등 국내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AAA 측은 미국인의 절반 이상은 장거리 운전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며 가장 선호하는 여행 수단은 여전히 자가운전이라고 했습니다.

[녹취: 지넷 맥기]

장거리 운전을 떠날 경우, 자신의 차를 운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동차 여행을 가장 안전하고 편리한 여행 수단으로 생각한다는 건데요. 또 자신이 원하는 사람들하고만 같이 갈 수 있고, 어디를 갈지, 어디에서 쉬어 갈지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는 점도 도로 여행의 장점이라고 맥기 씨는 설명했습니다.

올해 여름철 여행이 예년과 달라진 점이라면, 반려견을 데리고 여행을 가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건데요. 지난 한 해 팬데믹 기간 반려견을 입양한 미국인이 많아졌고, 이제는 소중한 가족이 된 반려견과 함께 사람들이 여행을 떠나게 됐다는 겁니다.

그리고 팬데믹 기간 가족 친지들이 자주 만나지 못하면서, 가족 모임 겸 여행을 떠나는 사람도 많을 거라는 전망인데요.

[녹취: 밋시 벨스]

여행업계 네트워크인 ‘버추오소(Virtuoao)’의 밋시 벨스 씨는 올여름 휴가를 계획하는 추세를 보면 다세대가 함께 움직이는 걸 알 수 있다며, 조부모와 함께 가거나 친척들이 함께 여행 계획을 잡고 있다고 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이 이제 거의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다시 가족들이 모일 수 있게 되면서, 여행을 바로 가족 재결합의 계기로 삼는다는 겁니다.

여행 전문가들은 올해 여름 가장 여행을 활발하게 할 세대는 바로 노년층이라고 했는데요. 특히 해외여행이나 크루즈 여행을 계획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습니다.

[녹취: 밋시 벨스]

노인들의 95%는 백신을 맞으면 여행을 떠나겠다고 응답했다며, 지난 1년여간 아무 데도 가지 못한 만큼 여행 경비도 충분하고 여행을 가고자 하는 열망도 그 누구보다 뜨겁다고 했습니다.

여행 계획을 잡는 미국인들이 많아지면서 항공권이나 호텔 숙식비는 현재 계속 오르고 있는데요. 하지만 1년 넘게 집에만 머물며 여행 갈 날만 기다렸던 여행객들에겐 이런 가격 인상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임시 아동보호소가 된 '롱비치 컨벤션 센터'의 간이 침대 위에 책과 인형이 놓여있다.

“두 번째 이야기, 나 홀로 밀입국한 어린이를 돕는 온정의 손길”

최근 미국 남부 국경을 부모의 동행 없이 홀로 넘어오는 중남미계 어린이들이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 서부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한 대형 전시시설은 이렇게 ‘나 홀로 밀입국’한 어린이들을 위해 임시 거처로 변신했다고 하는데요. 5살에서 17살 사이의 아동 약 700명의 임시 거처가 된 곳은 바로 ‘롱비치 컨벤션 센터’입니다.

[녹취: 로버트 가르시아]

로버트 가르시아 롱비치 시장은 이들 어린이가 겪은 일들은 말로 다 할 수 없는 정신적인 충격이었을 거라며, 롱비치 시가 마련한 임시 거처에는 의료지원팀도 있고 상담가도 있고, 아이들을 보호하고 돌볼 직원들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이들은 컨벤션 센터에서 삼시 세끼 밥도 먹고, 수업도 듣고 함께 어울려 놀기도 하는데요. 이민국 직원들이 미국에 있는 아이들의 부모나 후원자들을 찾을 때까지 이곳에서 지내는 겁니다.

아이들을 위한 임시 거처는 연방정부의 자금 지원을 받고 있지만, 롱비치 시 역시 민간 후원을 통해 16만 달러의 자금을 조성했는데요. 지역 주민들이 현재 여러 방법으로 아이들을 돕고 있다고 합니다.

[녹취: 조지 위버]

롱비치 주민인 조지 위버 씨는 아이들을 위해 책을 기부하러 왔는데요. 자신의 아이들이 읽던 책이 창고에 몇 박스나 있어 가져왔다며, 아이들은 장성해서 집을 떠났고, 여기엔 또 책이 필요한 아이들이 있어 기쁜 마음을 책을 기부하게 됐다고 했습니다.

롱비치 대변인인 사만다 멜링거 씨는 지난 몇 주간, 지역 주민들의 후원과 기부가 쏟아지고 있다고 했는데요.

[녹취: 사만다 멜링거]

현재 최소한 1만 1천 개의 장난감과 책을 주민들이 후원하고 갔다며 앞으로 더 많은 기부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롱비치 주민인 모하메드 재프리 씨는 소셜미디어인 ‘인스타그램’ 나 홀로 밀입국 아동을 위한 후원 페이지를 개설해 500달러를 모금했다고 하는데요. 지역 장난감 가게에서 똑같이 500달러를 후원해 총 1천 달러어치의 장난감을 살 수 있게 됐다고 했습니다.

[녹취: 모하메드 재프리]

재프리 씨는 자신은 나홀로 아동을 위한 정부의 프로그램을 적극 지지한다고 했는데요. 이렇게 임시 거처를 마련해 돕는 것이 완벽한 해결책일 수는 없겠지만, 현재 국경 상황이 매우 좋지 않은 상황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녹취: 새라 벤턴]

장난감 가게 주인인 새라 벤턴 씨 역시 아이들은 그저 아이들일 뿐이라고 했는데요. 어디에서 왔든 어떤 배경을 갖고 있든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이 있다면 어른들은 나서서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연방정부는 오는 8월 2일까지 롱비치 컨벤션 센터를 아이들의 임시 거초로 활용할 계획인데요. 이민국 직원들은 그때 까지 모든 아이들이 가족이나 후원자를 찾아 자신들의 새로운 집으로 갈 수 있기를 바라고 있었습니다.

네,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다음 주에는 미국의 또 다른 곳에 숨어 있는 이야기와 함께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함께 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