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대형화물선 구입…대규모 대중 석탄 수출 지속”

영국 ‘합동군사연구소’(RUSI)가 5일 발표한 북한의 유엔 대북결의 위반 활동 관련 보고서에 삽입된 위성 사진. 북한이 새로 구입한 것으로 보이는 대형 화물선 태평호가 남포항 인근 해상에 떠있다. 사진 제공: Imagery by Maxar Technologies. Annotated by Project Sandstone.

북한이 중국으로의 대규모 석탄 수출을 계속 이어가고 있는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영국의 민간연구소는 위성사진과 선박자동식별장치 신호 등을 분석해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북한의 불법 활동이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오택성 기자입니다.

영국의 민간단체인 ‘합동군사연구소’(RUSI)가 5일 북한의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 활동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적어도 30척의 북한 선박이 지난해 10월부터 중국 상하이 남동부 저우산 시에 드나들었고, 개별 항해는 적어도 175 차례에 걸쳐 이뤄졌습니다.

연구소는 위성사진과 선박자동식별시스템(AIS) 신호로 확인된 것만 이 정도라며, 이는 일부에 불과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들 선박 중 상당수는 북한 남포 항으로부터 석탄 등을 옮겨와 하역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일부 선박은 최근까지 활동이 계속됐는데,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국경을 폐쇄한 가운데도 일부 대중 무역을 지속하고 있다는 관측을 낳고 있습니다.

북한이 석탄 수출 등을 금지한 안보리 제재를 피하고 계속 불법 활동에 나서기 위해 주로 사용하는 방법은 ‘정보 교란’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했습니다.

국제 무역에 나서는 선박들은 선박등록국 등의 정보를 표식하는 ‘해상이동업무 식별부호 (MMSI)와 ‘국제해사 식별번호’(IMO) 등을 공통적으로 사용합니다.

하지만, 북한 선박들은 이를 허위로 표기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연구소의 설명입니다.

특히 선박자동식별장치, AIS를 끄고 운행하는 것이 북한의 대표적인 행태입니다.

보고서는 북한 선박 대부분이 AIS를 끄고 운행하지만 반드시 켜고 운행해야 할 때가 있다며, 중국 저우산 시가 대표적으로 AIS가 포착되는 곳이라고 밝혔습니다.

해당 수역은 가장 붐비는 중국과의 무역항로로, AIS를 끄고 운행할 경우 다른 선박들과의 충돌 위험이 있기 때문에 해당 항로에 진입하면 북한이 이를 작동시켜 위치가 포착된다는 겁니다.

보고서는 북한의 불법 수출 활동 외에 북한이 새로 대형 선박을 구입한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미국이 지난 2018년 5월 북한의 초대형 화물선 ‘와이즈 어네스트’ 호를 몰수한 이후 북한이 대형 선박 2척을 새로 구입했다는 겁니다.

보고서가 지목한 배는 ‘태평’호로, 이전 이름은 ‘그레이트 엔솬’(Great Wenshan)호입니다.

선박 추적 사이트 ‘마린 트래픽’에 따르면 길이가 167m인 이 선박은 파나마 국기를 달고 운항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합동군사연구소 보고서는 이 배가 현재 북한 국기를 달고 운항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태평 호에서 포착된 가장 최근의 AIS 신호는 지난 1월 6일로, 남포항에서 잡혔습니다.

최근 석 달 간의 항적을 살펴보면 남포와 상하이, 홍콩 등을 주로 오갔습니다.

보고서가 지목한 또다른 선박은 ‘푸싱’(Fu Xing) 호입니다.

현재는 ‘푸싱’호 대신 ‘푸조’호(Pu Zhou)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는데, 보고서에 따르면 아직 북한 국기를 달고 운행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마린 트래픽은 길이174m의 이 선박이 중국 선적으로 등록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선박의 AIS를 확인해 보니 지난해 11월 남포 항에서 출항해 저우산 시로 항해한 것이 확인됐습니다.

보고서는 이같은 북한의 활동이 모두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불법 행위가 대부분 중국 영해와 항구에서 이뤄졌음에도 중국 당국이 이를 제지하지 않았다며 중국의 느슨한 제재 이행을 지적했습니다.

VOA 뉴스 오택성입니다.